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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사막을 제압한 i20 N”...현대차 WRC, 최종전 우승→차세대 랠리 전략 분수령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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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거친 사막과 자갈길, 그리고 아스팔트가 교차하는 낯선 무대에서 현대차 월드랠리팀이 시즌 마지막 장을 승리로 장식했다. 현대차는 현지시간 11월 26일부터 29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2025 월드랠리챔피언십 14라운드 사우디 랠리에서 티에리 누빌의 우승과 아드리안 포모어의 2위로 더블 포디움을 달성했다고 30일 밝혔다. 제조사 부문 시즌 누적 511점을 기록한 현대차 월드랠리팀은 종합 2위로 치열했던 한 해를 매듭지었고, 2026 시즌 규정 변화와 기술 경쟁 재편을 앞둔 분수령에서 i20 N Rally1의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현대차 월드랠리팀은 사우디 랠리에 티에리 누빌, 오트 타낙, 아드리안 포모어 등 3명의 드라이버를 i20 N Rally1 경주차에 태워 출전시켰다. 사우디에서 WRC가 열리는 것은 역사상 처음으로, 코스는 자갈과 모래, 아스팔트가 층위를 이루며 이어지는 복합 노면으로 설계됐다. 낮에는 강렬한 햇빛과 높은 기온, 구간에 따라 시야를 가리는 모래바람이 겹쳐 타이어 선택과 서스펜션 세팅, 공력 패키지 운용에 고도의 전략이 요구되는 랠리로 평가됐다. 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스테이지별 노면 변화 폭이 커 타이어 마모 관리와 그립 확보가 곧 성적을 좌우하는 구도가 형성된 것으로 분석됐다.

“사우디 사막을 제압한 i20 N”...현대차 WRC, 최종전 우승→차세대 랠리 전략 분수령
“사우디 사막을 제압한 i20 N”...현대차 WRC, 최종전 우승→차세대 랠리 전략 분수령

누빌은 시즌 내내 축적한 세팅 데이터와 사막·그래블 구간 경험을 토대로 초반부터 상위권을 유지했다. 스페셜 스테이지 중반까지 선두권 경쟁을 이어가며 페이스를 조율했고, 후반부 구간에서는 모래와 자갈이 혼재된 고속 스테이지에서 과감한 브레이킹 포인트 공략과 정교한 라인 선택으로 추월 기회를 포착했다. 결국 라운드 막판에 1위로 올라선 뒤 마지막까지 리더보드 최상단을 지켜 우승을 확정지었다. 누빌은 이로써 개인 통산 WRC 22번째 우승을 기록하며, 현대차와 함께한 랠리 커리어에서 또 하나의 상징적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포모어 역시 강한 적응력을 바탕으로 팀의 더블 포디움을 완성했다. 복합 노면과 기상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주행으로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했으며, 특히 노면이 급변하는 구간에서 피크 그립을 이끌어내는 주행 리듬을 찾아낸 점이 2위 등극의 기반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오트 타낙은 변수에 발목을 잡히며 11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현대차 측은 구체적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타낙의 경기 내용에 대해 향후 차량 세팅 및 전략 재점검의 참고 자료로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현대차 월드랠리팀의 사우디 우승은 제조사 부문 511점, 종합 2위라는 성적표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다. 토요타 등 경쟁 제조사와의 각축 속에서 하이브리드 랠리 머신인 i20 N Rally1은 고온 다습한 환경과 모래, 고속 아스팔트 등 상반된 노면 조건에서 균형 잡힌 성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파워 유닛 신뢰성과 냉각 성능, 서스펜션 스트로크 세팅, 그리고 스테이지별 타이어 전략 수립 능력은 극한 환경에서 팀 전략 역량을 가늠하는 잣대가 됐고, 사우디 랠리 더블 포디움은 그 점에서 기술 패키지와 운영 능력이 일정 수준 이상에 올라섰음을 보여준 사례로 해석된다.

 

현대차 내부에서는 이번 사우디 랠리를 2026 시즌 준비를 위한 데이터 실험장으로도 의미 부여하고 있다. WRC는 향후 규정 변화와 파워 유닛 효율성, 지속 가능한 연료 사용 확대 등 여러 과제를 안고 있어, 복합 노면과 극단적 기후는 차기 세대 랠리카 개발에 필요한 검증 무대가 된다. 사우디 스테이지에서 축적한 온·습도별 파워트레인 출력 유지 데이터, 타이어 마모 곡선, 하체 부품 내구성 관련 정보는 향후 i20 N Rally1 후속 개발의 방향을 구체화하는 실험 결과로 활용될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관계자는 다음 시즌을 잘 준비해 내년에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혀, 사우디 랠리에서 도출된 과제를 바탕으로 파워트레인 효율 향상과 차체 경량화, 드라이버별 맞춤 세팅 강화에 역량을 모을 것임을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제조사 부문 정상 탈환을 목표로 내년 테스트 스케줄을 조정하고 시뮬레이션과 실주행 데이터를 결합해 개발 속도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2026 WRC 시즌의 개막전도 이미 윤곽을 드러냈다. 첫 경기인 몬테카를로 랠리는 내년 1월 22일부터 25일까지 모나코와 프랑스 알프스 남부를 무대로 치러질 예정이다. 초겨울 산악지형 특유의 눈과 얼음, 마른 아스팔트가 혼재하는 몬테카를로 특성상, 사우디에서의 고온·사막 데이터를 정반대 조건의 셋업으로 전환하는 능력이 곧 현대차 월드랠리팀의 시즌 초반 성적을 좌우할 변수로 평가된다. 사우디 사막에서 거둔 승리는 종착지가 아니라, 몬테카를로 산악을 비롯한 2026 시즌 전장을 향한 또 하나의 출발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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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월드랠리팀#티에리누빌#i20nrally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