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CP로 지배구조 강화…일동제약, AA등급 획득 주목
공정거래 자율준수 체계가 제약 산업의 지배구조와 영업 관행을 바꾸는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리베이트 규제와 약가 인하, 디지털 마케팅 확산이 맞물리면서 규제 준수 역량이 곧 사업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흐름이다. 일동제약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 등급 평가에서 상위 수준인 우수 업체 등급을 획득하며, 제약·바이오 업계 전반의 내부 통제 고도화 경쟁에도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급변하는 규제 환경 속에서 이번 성과가 중견 제약사의 준법 리스크 관리 모델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일동제약은 2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실시한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 평가에서 우수 업체로 분류되는 AA 등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평가는 공정위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위탁해 CP를 운용하는 기업의 내부 준법 시스템 수준을 정량·정성 지표로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일동제약은 2007년 CP를 처음 도입한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운영을 지속해 왔으며, 이번에 제약 업계 상위권 수준의 평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CP는 기업이 공정거래법과 하위 규정을 스스로 준수하기 위해 구축하는 내부 자율 준수 시스템을 뜻한다. 코드 오브 컨덕트와 교육, 위반 점검, 제재·개선 절차를 하나의 체계로 묶어 운용하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에 해당한다. 제약 산업에서는 리베이트, 입찰, 유통 마진, 병원·약국 대상 프로모션 등에서 법 위반 리스크가 상존하기 때문에 CP의 성숙도가 곧 영업 리스크의 크기를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일동제약은 대표이사를 포함한 최고경영진이 CP를 경영 어젠다로 올리고, 조직 전반의 참여를 강조해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CP를 대표이사 직속 전담 조직 형태로 두고, 임원급 자율준수관리자를 선임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는 단순한 준법 서류 작업을 넘어, 영업·마케팅·구매 등 핵심 사업부 의사결정 과정에 CP 기준을 관여시키는 구조로 해석된다.
기술적·시스템적 측면에서도 CP 고도화를 위한 도구를 확충했다. 일동제약은 CP 관련 제도와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고, 자율준수편람을 제작해 임직원이 상황별 리스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국제 표준인 부패방지경영시스템 ISO 37001을 도입해 대내외 부패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를 CP와 연동했다. ISO 37001은 리스크 식별, 내부통제 설계, 모니터링, 조사·징계 절차를 명문화하는 시스템으로, 의료인 접촉이 잦은 제약·의료기기 업계에서 주목도가 높은 인증이다.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운영 장치도 병행되고 있다. 일동제약은 자율 준수의 날을 지정해 기념식을 열고, 전 임직원이 준법 서약에 동참하는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정례화해 영업 현장뿐 아니라 연구·생산·지원 부문까지 CP 인식을 확산하고, 영업 활동과 거래 관행에 대해 사전·사후 모니터링을 진행해 개선과 예방 활동을 반복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디지털 영업 관리 시스템과 결합될 경우, 접대·프로모션 기록과 비용 집행 내역을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탐지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여지도 있다.
제약·바이오 시장에서는 공정거래 CP의 성숙도가 곧 글로벌 파트너십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국적 제약사와의 공동 연구개발, 라이선스 아웃, 위탁생산 계약 등에서 상대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수준은 필수 점검 항목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공정위 인증 CP와 ISO 37001을 동시에 갖춘 기업은 해외 파트너에게 리스크 관리 역량을 보다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 구조적 신뢰도에서 상대적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영업·마케팅 전 과정을 디지털 CRM, e디테일링 플랫폼 등과 연계된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규제당국이 리베이트·담합 제재를 강화하면서, 준법 실패가 곧 막대한 과징금과 형사 책임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고착됐다. 국내에서도 리베이트 적발 사례가 줄지 않는 상황이어서, 공정위 CP평가 상위 등급 확보가 단기 평판 관리가 아니라 장기 생존 전략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아정 일동제약그룹 준법경영실장은 기업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한층 엄격해진 상황을 언급하며, 윤리와 준법 의식 확산, 자율 준수 체계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CP를 억지로 지켜야 하는 규율이 아니라 모든 업무의 지침이 되는 동반자로 정의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CP 문화를 공유하고 공존과 상생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정거래 CP가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 병원 정보 시스템, 데이터 기반 마케팅 등 IT·바이오 융합 영역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사와 디지털 플랫폼, 병원이 하나의 서비스망으로 연결되는 구조에서, 어느 한 축의 준법 실패가 전체 네트워크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어서다. 산업계는 일동제약의 이번 AA 등급 획득이 업계 전반의 CP 고도화 경쟁을 자극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신뢰 인프라 강화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