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그림 진품 전제 기소" vs "가품 가능성 커"…김건희특검 감정 무산 진실공방
정치권 갈등의 불씨가 된 김건희 특별검사팀 수사가 법정에서 다시 격돌했다. 김상민 전 부장검사 측이 신청한 이우환 화백 작품 감정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무산되면서, 특검과 피고인 측이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는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이현복 부장판사는 11일 김 전 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속행 공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회신을 토대로 "국과수는 진품과 대조군 확보가 어려워 감정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재판부가 진위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지목해 온 만큼, 감정 불발은 재판 전략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국과수가 법원에 낸 회신서에 따르면, 감정 불가 사유는 실물 부재였다. 국과수는 "미술품 감정은 감정물과 대조물 모두 실물로 감정을 수행한다"며 "본 사건 감정을 위해 감정물, 대조물 실물을 확보한 후에 귀 기관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서면과 사진만으로는 진위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전 부장검사 측 변호인단은 특검의 비협조를 정면 비판했다. 변호인단은 "특검 측에선 진품을 전제로 해서 기소했으나 저희가 볼 때 여러 가지 사유로 진품임을 의심할 수 있는 충분한 정황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압수된 그림이 국과수에 제때 제출되지 않아 감정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절차적 책임을 특검에 돌렸다.
김 전 검사 측은 재판 내내 이우환 화백 작품의 진품성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변호인단은 김 전 검사가 전달한 그림이 가품이며, 이 경우 특검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범죄액 약 1억4천만원은 잘못 산정된 금액이라고 주장한다. 작품 가치가 100만원 미만 수준에 그친다면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그러나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협조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반박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법원은 감정기관이 정해지면 변호인단이 특검에 구체적 장소와 시간을 알리도록 명령했다"며 "김 전 검사 측이 알리지 않아 제출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출 일정 통보가 없었기 때문에 압수물을 국과수에 내보낼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면서 감정 무산의 책임 공방은 장기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재판부는 앞서 이 사건에서 그림의 진위가 핵심 쟁점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의 작품은 이우환 화백의 점으로부터 No. 800298으로, 실제 시장 가치와 진품 여부에 따라 정치자금법 및 부정청탁금지법 적용 범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 전 검사는 해당 그림을 1억4천만원에 구매한 뒤 2023년 2월께 김건희 여사의 오빠에게 전달하면서 차기 총선 공천 등을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고가 미술품 제공을 매개로 한 정치권력 접근 시도였다고 보고 있고, 피고인 측은 작품의 가치와 진품성부터 다퉈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국과수 감정 무산이 재판 일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감정 재신청, 다른 감정 기관 검토, 추가 증거조사 등 선택지가 남아 있지만,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증거 심리에 시간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공판을 계기로 김건희 특별검사팀 수사와 관련한 정치적 논쟁도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여권과 야권은 각각 수사 공정성과 과잉 수사 논란을 놓고 맞서 온 만큼, 향후 재판부 판단과 추가 감정 여부에 따라 공방 수위가 더 높아질 수 있다. 국회와 정치권은 관련 재판 경과를 주시하면서, 특검 제도 운영과 사법 신뢰 문제를 둘러싼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