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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장 의약품 자립 본격화”…SK플라즈마, 인도네시아 국부펀드 손잡았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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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장 유래 의약품 기술이 동남아 헬스케어 산업의 공급망 판도를 바꾸고 있다. SK플라즈마가 인도네시아 국부펀드 다난타라와 손잡고 혈액제제 생산 인프라 공동 투자를 본격화한다. 필수 의약품 자급률을 높이려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전략과, 글로벌 바이오기업의 생산기지 구축 시도가 맞물리며 업계는 동남아 보건·제약 시장 주도권 경쟁의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SK플라즈마는 10일 인도네시아 국부펀드 다난타라와 혈액제제 생산 인프라 투자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작년 국영 투자기관 INA와의 첫 계약에 이은 두 번째 국부펀드 협력 사례다. 양사는 합작법인 SK플라즈마코어 인도네시아 투자를 위한 실무 논의를 집중 추진할 계획이다. SK플라즈마코어는 인도네시아 현지 혈액제제 생산 설비 구축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SK플라즈마와 INA가 1, 2대 주주로 참여해 왔다.

혈액제제란 혈장 등 혈액성분에서 추출한 면역글로불린, 알부민 등 필수 의약품을 뜻한다. SK플라즈마가 보유한 정제·분획 기술은 국제 수준의 생산 자동화와 품질관리 시스템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SK플라즈마코어가 건설 중인 카라왕 생산시설은 기존 현지 조달 방식 대비 의약품의 품질·공급 안정성을 대폭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이번 기술 협력은 인도네시아가 혈액제제 수급을 자급화하고, 주요 보건 인프라를 외부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초석이 될 전망으로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8000만 명의 대규모 신흥시장임에도 주요 혈액제제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해 왔다. 통상 혈장 의약품의 초저온 물류와 품질 유지가 까다로워 주요 글로벌 제약사도 생산거점 확보에 소극적이었다. SK플라즈마 측은 생산 설비 구축이 완성되면 현지 병원 및 정부 조달 시장에서 연 최대 수천억 원대 혈액제제 공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파트너십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헬스케어를 광물·신재생에너지와 함께 8대 핵심 투자 영역으로 선정한 뒤 국책 펀드들이 본격 투자를 시작한 결과다. INA, 다난타라 등 국부펀드가 수요·공급 체계 양쪽에서 산업 육성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기존 외국계 제약 선두주자와는 차별화된 ‘현지화 연합’ 모델이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이미 혈장 의약품 자급을 국가 안전망의 전략물자로 간주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한편, 혈액제제 생산시설 및 핵심 기술 수출에는 양국 간 첨단 바이오 제품의 품질·임상 기준, 약사법, 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규제 등이 동시에 적용된다. 수입 대체율이 높아질수록 안전성·추적관리 강화 등 후속 정책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식약처, 인도네시아 식약청(BPOM) 등 국제적 인증과 협의 채널 확보가 필수로 꼽힌다.

 

SK플라즈마 김승주 대표는 “카라왕 생산 설비는 단순히 의약품 공장이 아니라, 인도네시아 국민 건강과 필수의약품 주권에 직결된 국가 핵심 사업”이라며 “국부펀드, 정부기관과 유기적 협업을 통해 고품질 혈액제제의 안정적 공급 플랫폼을 완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대규모 투자가 현지 혈액제제 공급망 혁신의 분수령이 될지, 중장기적으로 동남아 보건 바이오산업 생태계 재편을 이끌 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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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플라즈마#인도네시아국부펀드#혈액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