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비만치료제 약값 최대 80% 인하”…미국·제약사 합의, 글로벌 의약시장 판도 변화 예고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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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6일, 미국(USA)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간의 협상 결과에 따라, 비만치료제 위고비(Wegovy) 등 주요 약품의 미국 내 가격이 최대 80%까지 대폭 인하된다고 공식 발표됐다. 이번 조치는 미국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가입자를 포함한 수많은 환자들의 약가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글로벌 의약 시장과 제약산업의 구조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합의로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Zepbound)는 월 1,080달러에서 346달러로,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는 월 1,350달러에서 250달러로 각각 인하된다. 특히 미국 정부가 보조하는 메디케어·메디케이드 대상자에게는 본인부담금이 50달러까지 낮아지게 된다. 이러한 가격 조정은 신규 오픈 예정인 ‘트럼프알엑스(TrumpRx)’ 웹사이트를 통해 실질 적용될 예정이며, 환자들은 보다 접근성 높은 가격에 비만 관련 치료제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위고비’ 등 미국 비만치료제 약값 최대 80% 인하…일라이 릴리·노보 노디스크, 3년간 관세 면제
‘위고비’ 등 미국 비만치료제 약값 최대 80% 인하…일라이 릴리·노보 노디스크, 3년간 관세 면제

미국의 약가는 오랜 기간 선진국 가운데서도 높은 수준을 기록해왔다. 전문가는 주된 요인으로 제약사 자율적인 가격 책정과 민간 보험사의 시장 관여 방식을 꼽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수많은 미국인의 생명을 살리고 국민 건강 증진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행정부는 올해 초 ‘최혜국 약가(Most Favored Nation)’ 행정명령을 통해, 현지 공급 의약품 가격을 다른 선진국 수준에 맞추도록 압박해왔다.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는 단기적으로 미국 내 매출 감소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번 합의가 올해 글로벌 매출 성장률에 한 자릿수 초반대의 역풍을 안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두 사는 앞으로 3년간 의약품에 대한 미국 관세 면제 혜택을 받는 조건에 합의해, 장기적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 및 신규 환자층 확보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일라이 릴리의 데이비드 릭스(David Ricks)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초부터 가격 조정이 즉각 적용되며, 판매량 증대 효과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미국 증시는 이번 약가 인하 발표에 따라 제약주 변동성이 확대될 조짐이다. 업계와 증권가는 “초기에는 매출감소 압박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용자 저변 확대 및 정부 보험 대상 환자 증가로 손실을 상쇄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BMO 캐피털마켓의 헬스케어 연구책임자 에번 시거먼은 “이번 합의로 두 제약사가 메디케어 등 정부보험 시장에서 대규모 신규 환자 확보 기회를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외신 역시 이번 발표의 국제적 파장에 주목했다. CNN은 “드디어 미국 약값이 글로벌 평균에 근접했다”며 소비자 접근성 향상에 의미를 부여했고, 파이낸셜타임스는 “글로벌 제약사와 미국 정부 간 새로운 시장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향후 다국적 제약사와 미국 정부 간 가격 협상 구조 변화를 촉발할 것으로 평가한다. 앞으로 추가적인 약가 조정, 보험제도 재설계, 타국가와의 가격 연계 정책 등도 이어질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미국의 강경한 약가정책과 그 실질적 이행 결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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