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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광등이 골든타임 비춘다”…디토닉 AI, 응급실 뺑뺑이 줄였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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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아다니며 시간을 허비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관행을 줄이기 위해 공공과 민간이 결합한 인공지능 데이터 플랫폼이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경상남도는 스마트시티 데이터 인프라와 119 구급 정보, 병원 응급실 수용 현황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엮어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핵심에는 디토닉의 AI 데이터 플랫폼 D.Hub가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응급의료 현장에 스마트시티형 데이터 허브를 적용한 국내 대표 사례로 보며, 디지털 헬스케어와 공공 데이터 기반 안전 인프라 확대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토닉은 16일 자사 AI 데이터 플랫폼 D.Hub가 경남의 응급의료 행정 혁신 프로젝트에 적용돼 2025 정부혁신 왕중왕전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은 경상남도 사례의 핵심 기반 기술로 활용됐다고 밝혔다. 경남은 골든타임을 밝히는 불빛, 경남도 응급의료상황실 구축을 목표로 관내 모든 응급의료기관에 119구급스마트시스템과 연동되는 경광등 알림 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설치했으며, 이 시스템에 대한 특허 출원도 완료한 상태다.

경광등 알림 시스템은 국토교통부 스마트시티 데이터허브 보급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구급차 출동 정보와 환자 이송 데이터를 D.Hub로 실시간 수집하고, 병원별 응급실 수용 상황과 연계해 이상 징후와 이송 지연 위험을 즉각 파악하는 구조다. 병원마다 다른 정보 시스템에서 생성되는 이기종 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해 향후 다른 응급의료 서비스나 도시 안전 분야로도 확장 가능한 데이터 환경을 마련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기술적 구현 방식도 응급 현장 중심으로 최적화됐다. 119 구급대가 응급환자 수용을 요청하는 순간, 해당 병원 상황실에 설치된 LED 경광등이 자동 점등되도록 병원별 USB 기반 에이전트와 연동했다. 요청 발생 여부가 즉시 시각적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응급실 담당자들이 기존처럼 전화나 문자 확인에 의존하지 않고도 환자 도착을 준비할 수 있다. 데이터 흐름은 구급차 단말에서 119구급스마트시스템으로, 다시 D.Hub 플랫폼을 거쳐 각 병원 경광등 장치까지 실시간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D.Hub는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의 AX, 즉 AI 전환을 지원하는 데이터 플랫폼이다. 센서·로그·행정데이터처럼 구조가 다른 다양한 데이터를 모으고, 온톨로지 기반 분류 체계로 표준화해 분석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기능을 제공한다. 응급의료 분야에서는 환자 중증도, 이송 시간, 병상 가용 현황 등의 변수를 통합적으로 다루며 위기 상황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디토닉은 향후 동일 플랫폼 위에 예측 알고리즘을 탑재해 병상 수요 예측이나 구급차 최적 배차 등 고도화된 기능으로 확장할 여지도 남겨뒀다.

 

응급의료 대응 솔루션 기업 시큐웨어도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시큐웨어는 다수 사상자 발생 시 환자의 중증도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분류하고, 적정 병원 선정부터 이송 과정 전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운영 체계를 구축했다. 디토닉의 데이터 허브가 정보를 표준화해 제공하면, 시큐웨어 솔루션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구조로 기능을 분담한 셈이다. 이런 역할 분리는 데이터 인프라와 응급 현장 애플리케이션을 나누어 설계하는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아키텍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경광등 알림 시스템 도입 효과는 수치로도 확인됐다. 도입 이전인 4월부터 5월까지 119구급스마트시스템 응답률은 33.5%에 그쳤지만, 시스템이 본격 가동된 7월부터 8월에는 66.5%로 약 두 배 개선됐다. 응답률은 구급대가 병원과의 정보 교환을 통해 환자 수용 여부를 확인하는 비율을 뜻한다. 이 지표가 높아졌다는 것은 구급대가 여러 병원에 반복 전화를 걸어가며 수용 여부를 확인하던 비효율이 줄고, 데이터 기반 연계가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기존에는 구급대원이 환자 상태를 구두로 설명하고, 병원에서 여유 병상과 인력 상황을 직접 확인한 뒤 수용 가능 여부를 회신하는 과정이 여러 차례 반복되곤 했다. 그 사이 환자 상태가 악화되거나, 가까운 병원이 아닌 물리적으로 거리가 먼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경남의 데이터 기반 응급의료상황실 체계는 이런 의사소통 병목을 줄여 골든타임 손실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응급의료 데이터 통합은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먼저 시도돼 왔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911 시스템과 병원 응급실 대시보드를 연계해 실시간 병상 정보와 구급차 위치를 공유하고 있고, 영국에서는 국가 보건 서비스 중심으로 응급 이송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모델을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는 병원 정보시스템과 소방·행정 데이터가 각기 다른 표준과 시스템 위에서 돌아가는 구조가 장애 요소로 지적돼 왔는데, 경남 사례는 스마트시티 데이터허브를 이용해 이 단절을 해소한 첫 시도 가운데 하나로 의미를 가진다.

 

정책·제도 측면에서는 스마트시티 데이터허브 보급사업 같은 중앙정부 사업이 데이터 인프라 구축 비용과 표준 마련을 지원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응급의료는 의료법, 응급의료법, 개인정보 보호 규정의 교차 지점에 놓여 있어 데이터 실시간 연계에 높은 수준의 보안과 접근 통제가 요구된다. 향후 유사 프로젝트가 다른 지자체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구급·의료 데이터의 재사용 범위, 민간 플랫폼 참여 조건, 데이터 품질 관리 기준 등을 둘러싼 세부 가이드라인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의료기관 내부 프로세스 개선을 넘어 도시 인프라 전체와 연결되는 방향으로 확장되는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경남이 채택한 구조처럼 데이터 허브를 중심에 두고 여러 솔루션 기업이 상호 연동하는 생태계 모델이 정착된다면, 향후 재난 대응, 감염병 확산 모니터링, 노인·만성질환자 안전관리 등 다양한 공공 의료 서비스로 응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태호 경남 정보통신담당관실 주무관은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려는 행정 의지와 민간 IT 기술의 결합을 강조하며, 경남도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추가 행정 서비스를 지속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지 디토닉 영업대표는 스마트시티 데이터허브 구축 경험이 경남과의 협업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며, D.Hub를 기반으로 더 많은 공공·민간 서비스가 출현하도록 AI 데이터 플랫폼 역량을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경남 모델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돼 실제 시장과 의료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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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토닉#경상남도#d.h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