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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의 숨결을 걷다”…전통과 현대가 맞닿는 축제의 자리 → 마음을 쓰다듬는 평창 오대산문화축전, 일상에 울림을 남기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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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도시의 소음이 아닌, 산사(山寺)의 조용한 숨결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오대산이라 하면 불교 수행자의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평온을 맛보는 특별한 축제의 명소가 됐다.

 

오대산국립공원 한가운데 자리한 월정사가 2025년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오대산문화축전의 울림으로 가을을 물들인다. 숲을 배경 삼아 펼쳐지는 이번 축제는 현대의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사람의 연결성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 개막식과 함께 주제공연 ‘오대의 숨: 다섯 길’은 생명의 고요함과 깊이를 노래하며, 대동 탑돌이와 진신사리 이운식 등의 전통 불교 의식도 오롯이 재현된다. 관람객들은 탑돌이 체험, 승시(스님들의 장터) 같은 직접 참여 행사를 통해 일상의 경계 너머 특별한 공감의 순간을 마주한다.

오대의 숨길부터 탑돌이 체험까지…‘오대산문화축제’ 강원 평창에서 열린다
오대의 숨길부터 탑돌이 체험까지…‘오대산문화축제’ 강원 평창에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강원도 평창 오대산 일대 방문객은 꾸준히 증가 중이다. 지난 해 오대산 지역 축제 관람객 중 55%가 2030세대로 나타나 ‘전통+체험’의 감성에 빠르게 반응하는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준다. 지역 명소와 축제가 결합된 문화체험 기반의 여행이 MZ세대는 물론, 가족 단위 관광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축전이 현대적 감각을 품을 수 있었던 건, 예술적 교류 프로그램의 역할이 크다. 전국학생 백일장과 사생대회, 선서 함양 휘호대회, 합창경연 등은 젊은 세대의 창의와 감성이 깃든 시간이다.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도 마중물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참여자는 “전통과 현대가 다르지 않음을, 함께 노래하며 문득 느낄 수 있었다”고 표현했다. 자연과 조용히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 켠이 채워진다는 후기들이 줄을 이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도시의 빠른 걸음에서 잠시 멈추고 싶은 이들에게 딱이다”, “아이들과 오대산 문화축전 탑돌이 체험이 인상적이었다”는 공감형 후기가 쌓이고 있다. 자연, 예술, 사람의 만남을 소중하게 여기는 흐름은 이제 축제를 넘어 삶의 태도까지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본질을 ‘공존의 가치’로 바라본다. 한 문화평론가는 “지금의 축제는 오감의 즐거움보다, 자연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내밀한 시간을 선호하는 이들의 흐름이 반영된 결과”라 느꼈다. 오대산문화축전에서의 울림은 소리 없는 대화, 잠시 머무름의 미학으로 오래 남는다.

 

오대산문화축전을 찾는 사람들은 이제 단지 축제를 즐기려는 게 아니다. 바쁜 일상에 쉼표 하나, 전통과 자연이 만나는 시간에 자신만의 온기를 포개려 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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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문화축제#월정사#탑돌이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