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간질 말라"…주한중국대사관, 한미동맹 발언한 미 관료에 강한 불만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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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중 견제 발언을 두고 한미동맹을 둘러싼 외교전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미 관료들의 언급이 이어지자 주한중국대사관이 정면으로 반발하며 한미중 3각 외교에 긴장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주한중국대사관은 20일 미국 관료들이 한미동맹 현대화의 배경으로 중국 견제를 거론한 데 대해 "주한 미국대사관 대사대리와 미군 고위 관료의 관련 발언을 유의했고 놀라움과 불만을 표한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같은 날 배포한 미국 관료 발언 관련 대변인 질의응답 형식 글에서 이같이 전하며 미국 측에 자제를 요청했다.  

대사관은 특히 최근 한국에서 열린 중미, 중한, 한미 정상 간 회담을 언급하며 "얼마 전 중미, 중한, 한미 정상은 한국에서 회담을 가졌고, 미국 측 관료의 발언이 지도자들의 합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이 중미, 중한,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하고, 이간질하거나 시비를 걸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미 협력을 중국 견제 수단으로 규정하는 미국의 인식이 정상 간 합의와 배치된다는 취지다.  

 

중국의 이 같은 반발은 최근 미측 발언에서 중국이 사실상 ‘공통의 위협’으로 거론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는 한미의원연맹이 주최한 제1회 한미외교포럼에 참석해 "한미는 협력해서 공통의 도전과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라는 명시적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특히 서해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언급해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 활동을 겨냥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김 대사대리는 이어 "그렇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국방비를 증액하고 핵잠수함과 같은 새 역량을 도입하며 도전과제에 대응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 정상이 국방비 증액과 핵잠수함 전력 도입을 통해 공동 위협에 대응하기로 했다는 설명으로, 사실상 중국이 그 핵심 대상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도 최근 방한 기간 한국의 핵잠수함 전력 운용과 관련해 대중 억제 역할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의 핵잠이 "중국 억제에 활용될 것"이라고 밝힌 뒤 "미국은 동맹과 함께 협력해 핵심 경쟁적 위협인 중국 관련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미 해군 협력을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 축으로 규정한 발언이다.  

 

중국 측은 이런 발언이 한미동맹을 안보 협력 차원을 넘어 대중 압박 플랫폼으로 고착화하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주한중국대사관은 정상 간 합의를 재차 언급하며 미국 관료들의 언동이 중미 관계뿐 아니라 중한, 한미 관계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구상과 중국의 ‘주변 안정’ 전략이 한반도 주변에서 다시 충돌하는 양상이다.  

 

한미동맹 강화와 대중 견제를 병행해 온 미국 입장과, 한미 협력이 자국 안보를 겨냥해선 안 된다는 중국 입장이 맞서며 외교적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 정부가 한미연합 방위태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중한 관계 관리에도 나서야 하는 만큼, 향후 외교 채널에서 관련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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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중국대사관#케빈김#대릴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