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홍콩 반환 후 최악의 참사”…홍콩 고층 아파트 화재, 대규모 인명 피해 우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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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6일 오후, 홍콩(Hong Kong) 북부 타이포 지역의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최소 75명이 숨지고 76명이 다쳤다. 홍콩 반환 이후 최악의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실종자가 수백 명에 달해 사상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지 언론과 통신사 보도에 따르면 화재는 26일 오후 2시 52분께 타이포 구역의 32층 규모 주거용 아파트 단지인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시작돼 단지 8개 동 가운데 7개 동으로 순식간에 번졌다. 홍콩의 존 리 행정장관은 27일 “불이 난 7개동 건물의 불길이 전부 통제됐다”고 밝혀, 발화 약 27시간 만에 화재가 진압 단계에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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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소방당국은 27일 오후 10시 40분 기준으로 사망자가 75명, 부상자가 76명이라고 발표했다. 부상자 가운데는 진화와 구조 작업을 벌이던 소방관 11명이 포함됐다. 당국에 파악된 실종자는 279명으로, 대피 과정에서 연락이 끊긴 주민이 많아 최종 인명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주민 약 900여 명은 인근 학교 등 8곳의 임시 대피소에 분산 수용돼 있으며, 현지 정부는 추가 대피 공간 확보와 피해자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아파트 단지 상당수가 거주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취해졌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직후 경보 단계를 최고 등급인 5급으로 격상했다. 소방차 304대와 구급차 98대, 인력 1천250여 명이 현장에 투입돼 진화와 수색·구조 작업을 진행했다. 홍콩 반환 이후 소방 5급 경보가 발령된 것은 2008년 몽콕 나이트클럽 화재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4명이 숨지고 55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지 언론은 이번 화재가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1948년 176명이 희생된 홍콩 창고 화재 이후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낸 참사로 지목된다. 전문가와 시민사회에서는 노후 건축물 안전 기준, 대피 시스템, 화재 경보 체계 등 전반적인 주거 안전 대책 재점검 요구가 커지고 있다.

 

홍콩 당국은 정확한 발화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는 한편, 실종자 수색과 피해 지원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참사가 홍콩의 도시 안전 시스템과 재난 대응 체계를 어떻게 바꾸게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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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아파트화재#홍콩#wangfukcou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