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민간교류 더 중요해졌다"…김민석, 日정치인 접견하며 한일관계 심화 강조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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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 현안을 두고 한국과 일본의 민간·정계 네트워크가 다시 맞붙었다. 한일관계 회복 기조가 유지될지, 나아가 지방과 청년세대로까지 확장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8회 한일·일한 협력위원회 합동총회 참석차 방한한 일본 측 대표단을 접견하고 한일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국무총리실이 전했다. 합동총회는 22일 제주에서 열렸다.

김 총리는 먼저 제주 개최 의미를 짚었다. 그는 "지금까지 양국 수도에서 개최돼 온 총회가 이번에 최초로 제주에서 개최돼 양국 간 협력이 지방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앙정부 차원을 넘어 지역 차원으로 교류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이어 김 총리는 한국 신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정상외교를 평가하며 한일관계 복원 흐름을 상기했다. 그는 여러 차례 정상 간 교류를 통해 "양국이 가까운 이웃 나라로서 미래지향적 협력을 해나가기로 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고 총리실은 설명했다.

 

김 총리는 정부 간 채널과 함께 민간·정계 네트워크의 역할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한일 정부 간 협력뿐 아니라 정계 및 민간 차원의 교류도 중요하다"며 "협력위원회가 앞으로도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계속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제도권 외곽에서 형성되는 소통망이 정치·외교 갈등시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접견에는 일본 측에서 나카소네 히로후미 일한 협력위원회 회장 대행과 나가시마 아키히사 부이사장 등 6명이 참석했다. 나카소네 회장 대행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인사로, 현 내각과의 직통 소통 가능성이 주목되는 정치인이다.

 

김 총리는 나카소네 회장 대행을 향해 "한국 정부와 다카이치 내각 간 원활한 소통과 협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은 김 총리가 양국 현안 논의를 위해 실질적 소통창구 역할을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나카소네 회장 대행은 부친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를 언급하며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부친을 "대표적 지한파 정치인"으로 소개한 뒤 "(나도) 양국관계가 어려웠던 시기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온 바, 앞으로도 한일 우호협력 발전에 기여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과거 갈등 국면에서도 대화 채널을 유지해온 경험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나카소네 회장 대행은 안보·경제 환경 변화도 언급했다. 그는 "지정학적 위기와 국제경제 구조의 변동 등 양국이 공통 직면한 도전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한일·한미일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합동총회에서 양국 정상의 축사가 대독 되고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유익한 논의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양국 정상이 축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은 점을 계기로 실무·민간 차원 협력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김 총리는 접견에서 청년세대 교류의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미래세대가 한일관계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향후 양국 협력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청년·학생·청소년 간 상호 방문과 교류 프로그램 확대의 중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본 측 참석자들은 K팝 등 한류 문화를 매개로 한 문화교류 심화에 기대를 나타냈다고 총리실은 밝혔다. 음악, 드라마, 게임 등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한 교류가 정치·역사 갈등과는 별개로 민간 우호를 지탱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일·일한 협력위원회를 중심으로 지방·청년·문화 영역을 아우르는 교류 프로그램을 지속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정치권과 민간 네트워크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한일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주목된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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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나카소네히로후미#한일협력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