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기간 끝나는 특허 공개…식약처, 제네릭 개발 촉진 나선다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특허와 자료보호 기간이 끝나는 시점을 미리 파악해 제네릭 개발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자료보호 및 재심사 기간이 향후 3년 안에 종료되는 507개 품목의 특허정보를 한꺼번에 공개하면서, 후발의약품 개발사 입장에서는 허가 신청 가능 시점과 특허 만료 일정을 동시에 고려한 전략 수립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특허 만료 직후 제네릭을 신속히 출시하려는 기업 간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5일 의약품 특허목록을 통해 향후 3년 내 자료보호 또는 재심사 기간이 끝나는 507개 품목의 세부 특허정보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대상에는 각 품목의 제품명과 업체명, 주성분, 자료보호·재심사 종료일 뿐 아니라 등재특허 존재 여부, 등재특허번호, 등재특허 만료일, 최근 생산과 수입 실적까지 포함된다.

자료보호와 재심사 제도는 신약의 임상시험 결과와 안전성·유효성 자료를 일정 기간 독점적으로 보호해 주는 장치로, 그 기간 동안 후발의약품은 품목허가를 신청할 수 없다. 이번에 공개되는 목록은 이 보호장치가 해제되는 시점이 가까운 품목을 한눈에 보여줌으로써, 제네릭 개발사들이 허가 신청 가능 시점과 특허 존속 기간을 교차 검토해 개발 일정을 조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후발업체 입장에서는 특허회피전략과 특허무효전략 수립에 필요한 기본 정보를 공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회사들은 공개된 특허번호와 만료일을 토대로 물질특허나 제형특허, 용도특허 등 보호 범위를 분석한 뒤, 성분 구조를 변형하거나 제형을 바꾸는 방식으로 특허를 우회할지, 혹은 특허무효 심판을 청구할지를 조기에 검토할 수 있다. 기존에는 개별 특허조사와 시장조사를 통해 파편적으로 정보를 수집해야 했던 만큼 개발 기획 단계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식약처는 생산과 수입 실적이 큰 품목에 대해서는 보다 확장된 정보를 제공한다. 펙수프라잔 제제와 보툴리눔 제제 등 생산·수입실적 상위 각 5개 품목에 대해 등재특허 목록 외에 해당 성분과 관련된 미등재 특허정보까지 추가로 제시한다. 실제로 국내외에서는 모든 관련 특허가 특허목록에 등재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후발업체가 예상치 못한 미등재 특허에 막혀 시장 진입이 지연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미등재 특허까지 사전에 확인할 수 있게 되면 이런 법적 불확실성을 줄일 여지가 커진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특허 만료와 제네릭 진입이 약가 인하와 환자 접근성 확대를 이끄는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대형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 시점에 맞춰 수십 개 제네릭이 동시 참전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특허와 자료보호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선행돼야만 산업 전반의 경쟁 구도가 정상적으로 형성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번 식약처의 정보 제공 확대 조치도 이런 국제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셈이다.
국내 후발의약품 업체들은 공개된 정보를 활용해 개발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제조 공정 투자와 임상·비임상 시험 계획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제약사 입장에서는 자료보호 종료와 특허 만료 시점을 기준으로 후속 특허 전략과 라이프사이클 관리 전략을 재점검해야 하는 압력도 커질 수 있다. 특허 분쟁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약가 협상과 수출 전략 재편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국내 후발의약품의 시장 활성화와 안정적 공급 기반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제네릭 경쟁이 확대되면 특정 품목에 대한 공급 차질 발생 시 대체 제품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제기된다.
산업계와 규제당국 모두 특허와 자료보호 정보의 선제적 공개가 제네릭 개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합리적인 경쟁 질서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