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74명, 당선 뒤 증권보유액 증가”…백지신탁 실효성 논란 재점화
정치권의 재산 윤리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국회의원 증권 보유 실태에 대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새로운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국회의원 재산축적 구조와 공직자 윤리 심사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선 이후 증권 보유액이 증가한 국회의원이 74명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가 발표되자, 이해충돌 방지와 제도 개선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9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3월과 올해 3월 공개된 국회의원 재산 신고 내역을 자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에 따르면, 22대 국회의원 가운데 증권 재산 신고액이 늘어난 인원이 74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에서 국회의원들의 주식·채권 등 증권 보유 신고액 평균은 지난해 17억3천만원(149명)에서 올해 12억1천만원(166명)으로 약 5억2천만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74명은 당선 이후 오히려 증권 보유액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은 보유 주식이 1년 만에 6억305만원이 증가해 10억7천926만원을 기록했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5억54만원 증가),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3억7천841만원 증가), 민주당 한민수 의원(2억3천618만원 증가), 민주당 최민희 의원(2억1천673만원 증가) 등이 뒤를 이었다.
주식 매각 및 백지신탁 이행 현황에 대해 경실련은 “올해 6월 25일부터 7월 31일까지 주식 매각 및 백지신탁을 신고한 의원 수는 40명에 그쳤으며, 이들의 평균 매각 금액은 4억3천만원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3월 기준 국회의원 전체 증권 보유 총액 2천575억원의 6.66%에 불과하다.
한편 국회의원이 3천만원을 초과하는 주식을 보유할 경우, 인사혁신처 산하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의 직무 관련성 판단을 받아야 한다.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면, 60일 이내 주식을 매각하거나 금융사에 백지신탁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이에 해당하는 의원은 97명으로 신고 평균액도 27억151만원에 달했다.
경실련은 “상당수는 보유 자산 정리가 아니라 당선 이후 주식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결과”라며 긍정적 해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사 기준과 명단이 비공개돼 나머지 주식의 직무 관련성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무소속 이춘석 의원의 차명 주식 거래 의혹이 불거진 데 대해선 “국회의원 직무와 사적 이익 사이에 심각한 충돌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를 계기로 경실련은 고위공직자 주식 거래내역 신고·공개제도 도입, 국회 윤리조사국 신설을 통한 이해충돌 심사 강화, 주식백지신탁 심사 프로세스 보완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 경실련 정지웅 시민입법위원장은 “권력과 명예를 가진 국회의원이 이제는 돈까지 더 벌려 한다”며 “국회의원이 공공의 봉사자가 아니라 사적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국회는 국회의원 증권 보유 문제를 둘러싸고 재산공개와 처분 절차, 직무 관련성 심사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격화됐으며, 제도적 보완과 감시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