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가 16% 급등”…쓰리빌리언, 외국인 50만 주 매집에 수급 지형 변화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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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반 희귀질환 진단 기업 쓰리빌리언 주가가 12월 9일 16% 넘게 급등하며 바닥권에서 강하게 반등했다. 미국 시장 진출 가속화와 수출 성과 가시화에 외국인 대량 매수세까지 겹치며 수급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내년 실적 퀀텀 점프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외국인 보유 비중 변화가 단기 주가 향방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9일 쓰리빌리언 주가는 17,830원으로 마감해 전 거래일보다 16.16% 올랐다. 장중 한때 18,700원까지 치솟으며 직전 고점 매물대를 소화했고, 종가 기준으로도 상승분을 대부분 지켜내며 강한 매수 심리를 드러냈다. 최근 한 달간 주가는 장기 하락 이후 바닥권에서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며 5일선과 20일선을 동시에 상향 돌파했다.

[분석] 외국인이 하루 50만 주 쓸어 담았다… 쓰리빌리언, 16% 급등 뒤 숨겨진 '손바뀜' 신호
[분석] 외국인이 하루 50만 주 쓸어 담았다… 쓰리빌리언, 16% 급등 뒤 숨겨진 '손바뀜' 신호

수급 측면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12월 9일 하루 동안 외국인은 49만 9,710주를 순매수하며 공격적인 매집에 나선 반면, 기관은 19만 4,483주를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평소 10만~20만 주 수준이던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50만 주에 육박한 것은 글로벌 장기 자금 성격의 수급이 유입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영향으로 외국인 보유율은 12월 초 11%대에서 14.6%까지 뛰어 수급의 질적 개선이 진행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쓰리빌리언 주가를 밀어 올린 직접적인 촉매는 AI 기반 유전체 해석 기술의 글로벌 성과 입증과 미국 시장 공략 본격화다. 회사는 최근 무역의 날 행사에서 3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며 기술 특례 상장 기업에 대한 대표적인 우려 요인인 실적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덜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년 미국 텍사스 법인의 CLIA(임상검사실 인증) 랩 가동 계획이 알려지면서 미국 내 직접 검사 서비스 확대와 매출 규모 확대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내부 임원의 지분 매입 공시까지 더해지며 책임 경영 의지가 부각된 점도 투자 심리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동종 업계 내 위상도 재조명되고 있다. 쓰리빌리언은 시가총액 약 5,655억 원으로 코스닥 168위권 중형주에 속하며, 상장주식수는 약 3,172만 주다. 의료 AI 섹터 경쟁사인 루닛, 뷰노 등과 비교해 외국인 비중이 13% 안팎으로 업계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부각된다. 시총은 경쟁사 대비 가벼우나, 희귀질환이라는 특화된 시장에서 매출 성장률이 두드러져 섹터 내 ‘알짜’ 종목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무 지표를 보면 외형 성장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고평가 논란을 완화시키는 모습이다. 2024년 예상 매출액은 58억 원 수준으로, 2025년에는 114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2년 새 매출이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영업이익은 적자지만, 매출 확대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로 내년 하반기 흑자 전환 가능성도 거론된다. 부채비율 6.88%, 유보율 789% 등 재무건전성 지표는 업계 최상위 수준으로 평가된다.

 

주가 급등 배경을 세부적으로 보면, 기업 개별 호재와 산업 성장성이 맞물려 시너지를 낸 구조다. 300만불 수출의 탑 수상은 쓰리빌리언의 희귀질환 AI 진단 솔루션이 연구용을 넘어 글로벌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상용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한 점도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수치로 보여준 사례로 해석된다.

 

미국 시장 공략 전략이 구체화된 점도 장기 성장성을 뒷받침한다. 텍사스 법인을 거점으로 CLIA 인증 실험실을 구축해 직접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은 단순 소프트웨어 공급보다 높은 마진을 확보하면서 매출 볼륨까지 키우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진단 서비스 전 과정을 내재화해 글로벌 유전체 시장 성장 사이클과 함께 레버리지 효과를 노리는 구상인 만큼, 중장기 주가 모멘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진다. 회사가 선보인 LLM(대규모 언어모델) 기반 변이 해석 기술 ‘AIVARI’는 인력 의존도가 높았던 유전체 분석 과정의 병목을 해소할 솔루션으로 거론된다. 희귀질환 진단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정확도를 동시에 끌어올려 의료기관 도입 유인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나아가 축적된 데이터와 AI 역량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 플랫폼으로 확장할 가능성까지 언급되면서, 단순 진단 기업 이상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아직 과제가 남아 있다. 루닛, 뷰노 등 의료 AI 선도 기업들이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매출 기반을 가다듬은 것과 달리, 쓰리빌리언은 후발 주자 성격을 가진다.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권이고, 미국 CLIA 랩 구축과 글로벌 마케팅에 필요한 선투자 부담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매출 증가율이 경쟁사 평균을 상회해 수익성 개선 속도는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외국인 수급의 지속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주가가 단기간에 17,000원대에서 18,000원 선 위로 급등하며 주요 저항선을 돌파한 만큼, 18,000원 안착 여부가 추가 상승의 분기점으로 거론된다. 17,000원대 지지가 유지된다면 전고점 돌파 시도가 이어질 수 있지만, 이 가격대를 하회할 경우 단기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지며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도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2025년 실적 가시화 속도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매출 100억 원 돌파와 영업이익 흑자 전환 시점이 당겨질 경우 기업 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바이오·헬스케어 특성상 임상 및 각국 인증 절차 지연, 추가 자금 조달에 따른 오버행 리스크 등은 상시 변수로 남는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지분율 추이와 분기별 실적 개선 흐름을 확인하면서, 단기 급등 구간에서의 추격 매수보다는 분할 매수 중심의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국과 업계는 글로벌 AI 의료 규제 환경과 미국 의료 수가 체계를 주시하면서, 국내 AI 헬스케어 기업들의 해외 진출 전략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향후 국내외 규제와 투자 환경, 실적 가시화 속도가 의료 AI 섹터 전반의 밸류에이션을 좌우할 전망이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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