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안전하단 인식도 흔들려”…중국완커 채무연장 무산, 부동산발 금융불안 재점화 우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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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4일, 중국(China) 대형 부동산업체 완커는 15일 만기가 도래하는 20억위안 규모 채무의 상환 기한 연장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완커의 단기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중국 부동산 리스크와 금융 불안 심리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15일 만기가 돌아오는 이 채무와 관련해 완커는 1년 만기 연장, 신용 보강, 이자 기한 준수 등 세 가지 방안을 채권자들에게 제시했다. 그러나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어느 안건도 채권자 승인 기준인 90% 지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완커는 계약 조건에 따라 5영업일 이내에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中 완커, 20억위안 채무 연장 무산…디폴트 우려에 부동산 리스크 재부각
中 완커, 20억위안 채무 연장 무산…디폴트 우려에 부동산 리스크 재부각

완커는 이달 28일 만기가 도래하는 또 다른 37억위안 규모 채무에 대해서도 1년 연장을 요청한 상태다. 해당 안건을 논의할 채권자 회의는 현지시각 기준 22일 열릴 예정으로, 이번 협상 결과가 회사의 유동성 및 신뢰도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완커는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건전성을 유지해온 대표적 대형 건설사로 평가받아 왔다. 헝다(恒大·에버그란데)와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등 대형 디벨로퍼들이 이미 연쇄 디폴트에 빠진 가운데, 시장에서는 국유기업이 최대 주주인 완커가 비교적 안전하다는 인식이 존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완커의 채무 연장 실패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부동산 시장 전반에 대한 불안 심리가 다시 자극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완커의 최대 국유 주주인 선전메트로가 그동안 300억위안 이상 주주 대출을 제공하며 사실상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선전메트로가 자금 조달 요건을 한층 강화하면서 완커의 유동성 부담이 최근 몇 주 사이 눈에 띄게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는 국유계 자본의 지원에도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이미 구조적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헝다와 비구이위안 등 대형 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디폴트에 빠진 데 이어, 2분기 이후 주택 판매 부진이 다시 심화되고 있다. 미분양과 공실 확대, 가격 조정 압박이 겹치며 부동산 부문의 신용 리스크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뚜렷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채 내수 부진과 부동산 시장 침체라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 완커의 재무 불안은 투자자뿐 아니라 실수요자들에게도 부동산 리스크를 재인식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으며, 소비와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중국 당국도 상황의 심각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상태다. 당국은 이달 10∼11일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열고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논의하면서 부동산 경기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를 ‘중점 리스크’로 지목했다. 회의에서는 부동산 부문과 관련해 신규 공급 통제, 공실 해소, 공급 구조 최적화 등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과제가 제시되며 리스크 관리 강화 의지가 드러났다.

 

완커의 이자부부채는 3천643억위안 규모로 추산된다. 이는 이미 디폴트에 빠진 헝다와 비구이위안의 부실 규모를 웃도는 수준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중국 부동산발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국의 지원과 시장 자구 노력이 어느 정도까지 결합되느냐에 따라 향후 충격의 범위와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홍콩(Hong Kong) 소재 자산운용사 포레스트캐피탈의 공동 창립자인 리환 등 시장 참가자들은 완커가 채무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만으로는 근본적인 재무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만기 연장 위주의 단기 처방이 오히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채권자들의 신뢰를 약화시킬 소지가 크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완커가 장기적인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채무 만기 연장에 그치지 않고 전면적인 부채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완커의 향후 채권자 협상 결과와 중국 당국의 추가 정책 대응에 따라 중국 부동산 시장과 금융 시스템 전반에 미칠 파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른다. 국제사회와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번 위기 징후가 중국 경제와 세계 금융시장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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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완커#선전메트로#중국부동산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