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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백 건넨 경위 집중 추궁"…김건희 특검, 최재영 목사 9일 첫 소환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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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부실 수사 의혹을 둘러싸고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특별검사팀과 검찰 라인이 다시 맞붙었다. 청탁성 명품 가방 제공 여부와 더불어 수사무마 의혹까지 번지며 정국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소재 특검 사무실에 최재영 목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다. 특검 출범 이후 최 목사가 대면 조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최 목사는 2022년 9월 김건희 여사에게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 백을 건넨 당사자로 알려졌다. 2023년 11월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는 이 장면을 촬영한 이른바 몰래카메라 영상을 내놓으며 불법 청탁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영상 속 장면을 두고 선물인지 뇌물인지, 청탁의 대가인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이어졌다.  

 

최 목사는 스스로 김 여사에게 미국 민간외교사절단 행사 참여 요청,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 국립묘지 안장 등을 청탁했다고 주장해왔다. 선물 제공과 함께 복수의 현안을 전달했다는 설명이라 특검팀은 선물의 성격과 청탁 내용의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의소리는 2023년 12월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2024년 10월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했다.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고, 청탁금지법상 공무원 배우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에도 정치권 안팎에서는 법 적용 범위와 수사 태도를 둘러싸고 논쟁이 이어졌다.  

 

민중기 특검팀은 해당 불기소 처분이 법률과 절차에 따라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김건희 여사 측에서 검찰 수사 라인을 향해 직간접적인 수사 무마 압력을 행사했는지, 법무부와 검찰 인사가 사건 처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도 수사 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최 목사를 상대로 디올백을 건네게 된 구체적 경위, 전달 시점과 장소, 동석자 여부와 함께 검찰 수사 당시 조사 방식과 진술 경과까지 세밀하게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조사에서 다뤄지지 않았거나 비공개로 남아 있던 정황이 드러날 경우 검찰의 기존 판단이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사 속도는 최근 드러난 이른바 김건희 여사 셀프 수사무마 의혹과 맞물리며 더 빨라질 전망이다. 내란특별검사팀 수사 결과에 따르면 김 여사는 2024년 5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 자신의 수사 진행 상황과 함께 김혜경 여사, 김정숙 여사의 수사 상황도 문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메시지는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전담할 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직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검찰 지휘부 간 교신이 실제 인사와 수사 방향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이유다.  

 

메시지 발송 이후 법무부는 김 여사 수사를 담당하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과 1∼4차장검사를 모두 교체했고, 대검찰청 참모진도 대거 물갈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후 새로 꾸려진 수사팀은 김 여사를 검찰청이 아닌 대통령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방문 조사하는 이례적 방식을 택했다. 해당 수사팀은 디올백 사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내란특검팀은 박성재 전 장관을 수사 무마 청탁을 받은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김건희 특검팀도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박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 성립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수사 라인 교체와 조사 방식 선정, 불기소 결론 사이의 인과관계를 어떻게 규명하느냐가 특검 수사의 핵심 고리로 꼽힌다.  

 

정치권에서는 특검 수사가 정국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당은 사법 절차를 존중해야 한다는 선을 그으면서도 정치적 수사라는 의심을 제기하고 있고, 야당은 특검 수사를 통해 권력형 비리가 드러날 수 있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론 역시 수사 독립성과 형평성, 법 적용 기준을 둘러싸고 갈라진 양상이다.  

 

법조계에서는 향후 특검이 최재영 목사 조사에서 확보한 진술을 바탕으로 김건희 여사 및 당시 검찰 수사 책임자들에 대한 소환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이 관련자들을 잇따라 불러 조사에 착수할 경우, 국회와 정치권은 책임 소재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은 특검 수사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향후 청문회와 후속 입법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 국회는 다음 회기에서 검찰 수사권 통제와 고위공직자 수사 기준을 둘러싼 제도 개선 논의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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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최재영목사#민중기특별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