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가난 챌린지 논란…플랫폼 알고리즘, 혐오 밈 키우나
가난을 호소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경제력을 과시하는 이른바 가난 챌린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퍼지며 디지털 윤리 논쟁을 키우고 있다. 게시물 대부분은 자조적인 문구와 함께 고가의 현금 다발이나 명품 브랜드를 한 화면에 담는 연출을 택한다. 이용자 참여형 밈이 플랫폼 알고리즘 추천을 타고 짧은 시간 안에 재생산되는 구조가 확인되면서, 업계와 학계에서는 AI 기반 추천 시스템이 혐오성·비윤리적 콘텐츠를 증폭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플랫폼 책임성과 알고리즘 투명성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부상하는 배경이다.
최근 여러 SNS에서는 지긋지긋한 가난이라는 문구와 함께 컵라면 위에 오만원권 현금 다발을 올려 촬영한 사진, 가난을 토로하면서도 명품 가방과 향수, 지갑을 나열한 사진 등이 연이어 올라왔다. 표면적으로는 경제적 어려움을 풍자하는 농담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재산과 소비 여력을 과시하는 방식이다. 사용자들은 해시태그와 챌린지 형식을 활용해 비슷한 구도의 사진을 반복적으로 게시하면서 일종의 놀이 문화처럼 소비하고 있다.

특히 이번 현상은 플랫폼의 콘텐츠 추천 구조와 맞물려 있다. 가시성이 높은 자극적 이미지일수록 클릭률과 체류 시간이 길어져 알고리즘 상위 노출이 이뤄진다. AI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의 반응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사한 콘텐츠를 자동으로 더 많이 제시하는데, 가난 챌린지처럼 시각적 대비와 논쟁 요소가 강한 게시물은 이런 구조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기 쉽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소수자의 경험을 희화화하는 콘텐츠가 필터링 없이 확산될 위험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가난을 트라우마로 겪어온 이용자에게 이런 챌린지가 심리적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실제로 다수의 이용자들은 정말 가난하게 자란 사람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라며, 경제적 결핍을 농담 소재로 삼는 행위는 사회적 감수성이 부족한 행태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대로 이를 과도한 불편함이라 치부하며 정신적 가난이라는 표현으로 비판 여론을 조롱하는 댓글도 등장해 온라인 갈등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룹 신화 멤버이자 배우인 김동완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챌린지를 타인의 결핍을 소품으로 다루는 것처럼 보인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 가난은 농담으로 쓰기 힘든 감정이라며, 웃기기 위해서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고 지양해야 할 연출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영향력 있는 계정이 윤리적 선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밈 소비 문화 전반에 대한 자성 요구도 동반 표출되는 분위기다.
IT 업계와 미디어 연구자들은 가난 챌린지 논란을 개별 이용자의 일탈이 아니라 플랫폼 설계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용자 생성 콘텐츠 구조에서 자극적·조롱적 표현이 조회 수와 광고 수익으로 직결되는 한, 유사한 유형의 밈은 반복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알고리즘이 무엇을 우선 추천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위험 콘텐츠를 감지하고 노출을 줄이는지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외부 감시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AI 추천 시스템의 사회적 영향력을 규제·관리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유럽연합은 디지털서비스법과 AI 관련 규범을 통해 대형 플랫폼에 알고리즘 위험 평가, 영향 보고, 데이터 접근성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특정 집단을 비하하거나 취약계층을 희화화하는 콘텐츠에 대해 사전적 가이드라인과 사후적 책임 규정을 강화하는 방향이 논의되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플랫폼 사업자에게 차별·혐오 표현 관리 의무를 보다 명확히 부여하는 별도 법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가난 챌린지 사례는 AI 기반 추천 시스템, 사용자 참여형 밈 문화,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사회 구조 문제가 한꺼번에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단기적으로는 플랫폼 차원의 신고 기능 고도화와 위험 키워드 자동 탐지, 크리에이터 대상 윤리 가이드 제공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알고리즘 설계 단계에서 사회적 약자 보호 원칙을 반영하고, 데이터 편향과 콘텐츠 증폭 구조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AI 추천 기술 고도화 경쟁 못지않게 디지털 윤리와 플랫폼 책임 논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산업계는 이용자 참여 문화가 건강한 방향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에 맞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