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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나노 비행데이터 확보”…이노스페이스, 내년 재도전 예고로 민간우주 도전 가속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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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우주발사체 시장에서 소형 위성을 겨냥한 하이브리드 로켓 경쟁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이노스페이스가 첫 상업 발사체 한빛나노의 임무 실패에도 비행 데이터를 핵심 성과로 제시하며 기술 고도화와 재도전에 나선다. 글로벌 우주 스타트업들이 반복 비행을 통해 신뢰도를 축적해 온 전례에 비춰, 이번 비행이 한국 민간 우주발사 산업의 분기점이 될지 주목된다. 업계는 내년 상반기로 제시된 재발사 일정이 이노스페이스의 기술 경쟁력과 사업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시험대로 보고 있다.

 

이노스페이스는 23일 한빛나노의 첫 상업 발사 임무 스페이스워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고 임무 실패 경위를 설명했다. 발사는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현지시각 22일 오후 10시 13분, 한국 시각 23일 오전 10시 13분에 이뤄졌다. 한빛나노는 발사대에서 정상 이륙해 계획된 수직 비행 궤적을 따라 비행을 시작했으며, 1단에 탑재된 25톤급 하이브리드 로켓엔진은 정상 점화 후 예정된 구간을 비행했다. 그러나 이륙 약 30초가 지난 시점에서 비행 중 미상 원인으로 기체 이상이 발생했고, 사전 설정된 지상 안전구역 내부로 낙하하면서 임무가 종료됐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주주서한에서 “현재 관계기관과 협력해 비행, 계측, 추적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발사 임무 종료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한 기술적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 단계에서는 특정 원인이나 결론을 단정하기보다 실제 비행 환경에서 관측된 현상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분석 결과를 정리되는 대로 투명하게 공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각적인 원인 규정보다는 데이터 기반 검증과 재설계를 우선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기술 관점에서 이번 비행의 의미는 실제 비행 구간에서 수집된 데이터에 있다. 김 대표는 “비록 이번 발사가 계획한 최종 결과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본 미션을 통해 실제 비행 환경에서만 확보할 수 있는 비행, 추진, 운용 데이터가 성공적으로 수집됐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특히 발사체는 지상 연소 시험과 구조 시험을 거치더라도 실제 비행 중 공력, 열, 진동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의 거동을 완전히 재현하기 어렵다. 한빛나노가 수집한 고도별 공력하중, 엔진 추력 응답, 구조 진동, 자세제어 시스템 동작 데이터는 추후 설계 변경과 안전성 검증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

 

하이브리드 로켓엔진은 액체 산화제와 고체 연료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순수 액체 혹은 고체 로켓 대비 구조가 단순하면서도 추력 제어성이 좋아 소형 발사체 플랫폼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빛나노의 25톤급 하이브리드 엔진은 이노스페이스가 자체 개발한 핵심 기술로, 연소 안정성, 추력 선형성, 재현성이 주요 성능 지표다. 실제 비행 데이터를 통해 연소실 압력 변동, 산화제 공급라인 응답, 점화부터 추력 정착까지의 시간 구간을 확인하면 지상 시험에서 보지 못한 비선형 거동이나 잠재적 결함 모드를 파악할 수 있다. 김 대표가 “지상 시험이나 시뮬레이션으로는 확인이 어려운 영역”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이 지점이다.

 

시장 측면에서 한빛나노는 90킬로그램 이하 소형 위성 전용 발사체로 설계돼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소형 저궤도 위성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스페이스워드 임무의 목표는 국내 민간 기업 최초로 고객 위성을 고도 300킬로미터, 경사각 40도의 지구 저궤도에 투입하고, 동시에 실험용 탑재체의 고객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소형 위성 사업자들은 발사 슬롯 확보와 비용이 사업 모델의 핵심 변수로, 발사 단가를 낮출 수 있는 하이브리드 엔진 기반 전용 발사체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이노스페이스는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구조를 단순화해 운영비를 줄이고, 소형 위성 전용 궤도 투입으로 발사 효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운 상태다.

 

글로벌 경쟁 구도는 이미 치열하다. 미국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엑스가 반복 재사용 로켓으로 발사 단가를 크게 낮추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로켓랩을 비롯한 다수 스타트업이 소형 위성 전용 발사체를 상용 운용 중이다. 유럽과 인도 역시 국책과 민간 모델이 혼재된 형태로 소형 발사체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 기업이 초기 발사 단계에서 폭발이나 임무 실패를 경험했으나, 반복 발사와 비행 데이터 축적을 통해 신뢰도를 확보해 왔다. 김 대표가 “글로벌 주요 발사체 기업들이 초기 상업발사 단계에서 실제 비행 데이터를 축적하며 기술 완성도를 높여 온 사례와 같이 다음 발사의 성공 가능성을 제고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 배경이다.

 

규제와 안전 측면에서는 발사체가 타국 우주센터를 이용하고, 고객 탑재체를 수송하는 만큼 발사 허가, 안전 기준, 낙하 구역 설정 등 복수의 규제 체계를 준수해야 한다. 이노스페이스는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발사하면서 사전에 지상 안전구역을 설정했고, 실제 기체 이상 발생 시 해당 구역 내로 낙하해 인명과 자산 피해를 방지했다. 향후 상업발사 확대를 위해서는 한국과 파트너 국가 간의 우주 발사 관련 제도 정비, 발사 실패 시 책임 범위와 보험 구조 명확화가 필수라는 지적도 있다. 발사체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국제 협약과 각국 우주법과의 정합성 검토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노스페이스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기술 보완과 재검증의 수순을 밟겠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이번 발사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필요한 기술적 보완과 추가 검증을 신속히 진행하고, 충분한 개선 과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다시 상업발사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체 이상을 유발한 요인이 구조 설계, 추진계, 제어 소프트웨어, 환경 요인 중 어느 영역에서 비롯됐는지에 따라 설계 변경 범위와 일정이 달라질 수 있어, 분석 과정이 단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주와 시장을 향한 메시지도 병행됐다. 김 대표는 “이번 첫 상업발사를 응원해 주신 주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를 전하게 돼 송구한 마음”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의 과정에 변함없는 신뢰와 성원을 보내주신 점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경험을 발판 삼아 기술적 완성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보다 안정적이고 유의미한 성과로 보답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주산업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노스페이스의 사례가 한국 민간 발사체 산업의 리스크와 잠재력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초기 실패를 관리 가능한 범위의 학습 비용으로 전환해 상업 발사 성공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핵심 과제다. 산업계는 한빛나노의 후속 발사가 계획대로 내년 상반기에 이뤄지고 실제 궤도 투입에 성공할 경우, 국내 소형 위성 발사 수요뿐 아니라 해외 고객 대상 서비스까지 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반복 발사를 뒷받침할 자본, 규제, 인프라 환경이 얼마나 빠르게 정비되느냐가 한국 민간 우주발사 생태계의 성패를 갈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우주발사 기술의 완성도뿐 아니라 산업과 제도 간 조율 속도가 새로운 성장의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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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스페이스#한빛나노#김수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