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대북만큼 복잡”…이재명 대통령, 투트랙 원칙 고수 시사
한일관계를 둘러싼 외교적 난제가 다시 부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사임 표명 이후 새로 꾸려질 일본 내각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실리적 접근과 원칙 대응을 동시에 유지하는 ‘투트랙 원칙’을 앞으로도 지키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의 한일관계 방향성 질문에 "우리의 기본적 원칙인 투트랙 전략에 따라 협력할 건 협력하고, 따질 건 따지고, 규명할 것은 규명하고, 그렇게 해나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일관계의 긴장과 더불어 대미 관계 역시 새로운 난관에 직면해 있음을 언급하며, "한일 관계는 대북 관계만큼 어려운 것 같다. 최근에는 대미 관계도 똑같이 어렵다"며 현실 인식을 드러냈다.

이어 "과거사나 영토 문제는 매우 어려운 주제"라고 지적하면서도, "외면하지 않되 그런 과거사·영토 문제와 사회·경제·민간교류 같은 미래 지향적 문제는 별도로 접근하자는 게 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실질적 협력 분야와 역사·영토 등 감정적 현안은 분리해 대처하겠다는 메시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새 일본 내각 출범 후 양국 관계 변화 여부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질문 속에 ‘이시바보다 힘들 것’이라는 게 들어있는 것 같다. 우리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건 일본 내부 문제”라며 기존 원칙을 유지할 뜻을 명확히 했다.
한편 한국 정부 측의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참석 여부와 관련해서는, “이시바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히기 전에도 우리가 협의했는데 의견 합치를 보기가 어려웠다”며 “그래서 이번에는 포기했다. 안 가는 것으로. 협상은 계속하되 그것 가지고 싸우고 그러지 말자고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실익 없는 외교적 갈등은 최소화하면서도, 현안에 대한 대화는 중단하지 않겠다고 설명한 대목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일본 신내각 출범과 맞물린 정부의 대일 전략 변화 가능성을 주목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투트랙 원칙’ 유지에 방점을 찍으며, 원칙과 실익 모두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한일 간 이견이 첨예한 역사·영토 문제와 사회·경제 협력을 구분해 대응하면서, 양국 차별화된 현안 진전을 모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