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메타, 구글칩 도입 검토”…엔비디아 주가 급락, 글로벌 AI 패권 경쟁 요동 전망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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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5일, 미국(USA) 뉴욕 증시 개장을 앞두고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 주가가 급락세를 보였다. 메타플랫폼스가 내년부터 구글(Google)의 자체 AI 칩을 데이터센터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AI 하드웨어 시장의 경쟁 구도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AI 가속기와 GPU를 둘러싼 빅테크 간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핀볼드(finbold)에 따르면 2025년 11월 25일 엔비디아 주가는 프리마켓에서 전일 대비 3.70% 하락한 175달러까지 밀렸다. 전날 정규장에서는 182달러로 2% 넘게 상승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가던 상황이었지만, 장 시작을 앞둔 시간대에 메타의 칩 전략 변화 가능성이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의 핵심 성장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매도에 나서고 있다.

메타의 구글칩 전환 움직임에 엔비디아 급락…AI 경쟁 구도 흔들리나
메타의 구글칩 전환 움직임에 엔비디아 급락…AI 경쟁 구도 흔들리나

보도에 따르면 메타플랫폼스는 내년부터 일부 데이터센터 워크로드에 구글의 자체 AI 칩, 이른바 TPU(특수 목적 AI 연산 프로세서) 도입을 검토 중이다. 더 나아가 2027년에는 메타 데이터센터 전반에 걸친 보다 광범위한 구글칩 배치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함께 제기됐다. 그동안 엔비디아 GPU에 크게 의존해온 빅테크 고객이 하드웨어 소싱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에서 시장 충격이 커지는 모습이다.

 

엔비디아 GPU는 대규모 AI 모델 학습과 추론 작업에 최적화된 구조와 성능을 내세워 초대형 클라우드 기업과의 장기 공급 계약을 잇달아 확보해 왔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는 소프트웨어 도구와 생태계를 묶어 제공하며 고객사가 다른 솔루션으로 이동하기 어렵게 만드는 이른바 잠금효과를 강화해 왔다. 메타가 구글 TPU 채택을 본격화할 경우 이러한 잠금효과가 약화되고, 엔비디아 매출 성장률과 수익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구글은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계한 TPU 생태계를 확대하며 엔비디아 중심의 GPU 시장에 도전해 왔다. 메타가 구글칩 도입을 현실화하면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칩 선택을 재검토할 명분을 얻게 되고, 나아가 자체 AI 칩 개발이나 타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가속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AI 가속기 시장이 GPU 독점 구조에서 칩 다원화 구조로 이동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기술주 전반에 대한 경계 심리도 엔비디아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핀볼드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최근 AI와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 고평가 구간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AI 붐을 주도한 몇몇 대형주의 주가에 향후 수년간의 성장 기대가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된 상황에서, 메타의 칩 소싱 전략 변화 같은 부정적 신호가 나올 경우 하방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AI 성장 스토리가 조금만 흔들려도 차익 실현 매물이 즉각적으로 출회될 수 있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메타와 구글, 엔비디아 사이의 미묘한 이해관계에도 주목하고 있다. 메타 입장에서는 특정 벤더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가격 협상력을 높이고, AI 인프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선택지를 늘릴 수 있다. 구글은 자사 칩의 대형 외부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TPU의 상용화 위상을 강화하고, AI 클라우드 경쟁에서 차별화 요소를 확보하게 된다. 반면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핵심 고객의 이탈 가능성을 마주하면서 가격 정책과 제품 로드맵, 소프트웨어 생태계 전략 전반을 재점검해야 하는 압박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메타가 실제로 어느 범위까지 구글칩 도입을 확대할지, 그리고 엔비디아가 차세대 GPU와 AI 가속기 로드맵을 통해 기술 우위를 어느 정도로 재확인시킬 수 있을지에 맞춰지고 있다. 엔비디아가 기대를 뛰어넘는 성능 개선과 에너지 효율, 개발자 친화적 생태계를 제시할 경우 현재의 주가 조정은 일시적 변동으로 수습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반대로 메타를 비롯한 대형 고객사의 하드웨어 다변화가 본격화하면 AI 하드웨어 시장의 경쟁 구도 자체가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함께 제기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AI를 둘러싼 빅테크 간 칩 패권 경쟁이 미국(USA) 기술 패권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주요 기업들 간의 칩 선택과 동맹 구도가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글로벌 클라우드·데이터센터 투자 흐름과 AI 인프라 표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메타의 움직임과 엔비디아 주가 급락이 향후 AI 산업 지형에 어떤 변화를 촉발할지 국제사회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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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메타플랫폼스#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