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여야 불문 엄정 수사”…이재명 대통령, 통일교 연루 의혹에 정공법 대응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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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연루 의혹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정치인에 대한 엄정 수사를 지시하며 강경 대응 기조를 분명히 하자, 정치권에서는 내란 청산 드라이브와 맞물린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오전 대통령실 참모들과의 티타임에서 통일교와 여야 정치인 연루 의혹에 대해 여야를 가리지 않는 전면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교 측과의 부적절한 접촉 논란이 야권을 넘어 여권 인사들까지 확산하자, 상황을 지켜보기보다는 원칙을 앞세운 정공법을 선택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보다 앞선 2일과 9일 두 차례 국무회의에서 이미 종교의 정치개입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그는 종교재단이 정치에 개입하는 행태를 문제 삼으며 필요하다면 법 절차에 따른 해산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대통령실은 당시 발언과 관련해 “정교분리는 헌법에 명시된 조항으로, 헌법수호 측면에서라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국면이 급변한 계기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이다. 윤 전 본부장이 야권 인사뿐 아니라 여권 정치인과도 접촉했다는 내용이 알려지고, 더불어민주당 인사에 대해서는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까지 더해지면서 ‘선택적 수사’ 논란이 부각됐다. 야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통일교 해산 언급을 두고 통일교 측 인사의 입을 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 글에서 “이재명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에 불리한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자 ‘더 말하면 씨를 말리겠다’고 공개적으로 겁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통일교 수사를 둘러싼 대통령의 강경 발언을 정치적 압박으로 규정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정치권 공방이 격화하는 가운데, 관심은 자연스럽게 여권 인사 연루 의혹에 대한 대통령의 대응으로 쏠렸다. 이 대통령이 이날 ‘여야 불문 엄정수사’ 방침을 직접 제시한 배경에는 여권에 대한 수사가 빠져 있다는 비판이 장기화할 경우 내란 관련 수사 전반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과 여권은 오히려 원칙에 입각한 정면 돌파가 계엄 및 내란 관련 수사와 재판을 지속할 동력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보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특검이 여권에 대해 ‘덮어주기’를 했다는 주장이야말로 정치 공세다. 이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며 “지금은 여야 할 것 없이 다 수사를 하고, 법에 따라 처리하는 정공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과거 경험도 이번 결정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대통령은 2020년 경기도지사 시절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협조하지 않은 신천지 본당을 직접 찾아 강제 역학조사를 지시하며 강경 행정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여권 관계자들은 이러한 행보를 언급하며 “종교재단이라 하더라도 공공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에 눈을 감아선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대통령실은 통일교 수사가 특정 종교를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종교의 정치개입은 근절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일교라는 특정 종교를 겨냥했다기보다는 헌법의 정교분리 정신을 형해화하는 행위를 근절하고 원칙을 바로 세우기 위한 차원의 대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통일교뿐 아니라 정당에 당원을 집단 가입시키는 등 정치에 개입하는 모든 종교집단을 뿌리 뽑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며 “특히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조그만 의혹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과 맞물려 종교와 정치의 유착 구조를 끊어내려는 의지를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정공법 카드가 실제 수사 과정에서 어느 수준까지 관철될지가 향후 정국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 유력 정치인의 이름이 수사 선상에 오를 경우 내란 청산 수사와 맞물려 정국이 한층 더 격랑에 빠져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통령실이 ‘헌법정신 수호’와 ‘공정한 수사’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법무부와 수사기관의 후속 조치와 여야의 대응이 향후 정치 일정을 좌우할 전망이다. 국회는 통일교 연루 의혹과 내란 청산 수사를 둘러싼 공방을 이어가며 다음 회기에서도 관련 현안 질의와 후속 대책 논의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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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통일교#내란청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