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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안구건조증 경보”…전자기기 시대 눈건강 관리가 관건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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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찬바람과 실내 난방이 겹치면서 안구건조증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 시간이 길어진 생활 환경까지 더해지며 눈물막이 쉽게 무너지는 구조가 고착되는 모습이다. 단순한 건조감과 눈물 흘림으로 시작되지만 방치 시 각막궤양과 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의료계는 환경 관리와 인공눈물 등 기초 치료를 통한 조기 개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 디바이스 사용이 일상화된 만큼 안구건조증 관리가 새로운 ‘생활 만성질환’ 대응 과제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안구건조증은 눈물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거나, 분비된 눈물이 빠르게 증발해 눈물막이 불안정해질 때 발생한다. 눈물막은 안구표면을 덮는 얇은 막으로, 눈과 눈꺼풀 사이 마찰을 줄이고 각막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평소 자각하지 못할 정도의 눈물이 지속적으로 분비돼야 안정적인 눈 환경이 유지되는데, 이 균형이 깨지면 뻑뻑함, 이물감, 통증, 시야 흐림, 과도한 눈물 흘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찬바람을 맞을 때 눈물이 갑자기 나는 현상도 안구건조증 환자에게 흔하다. 차가운 공기나 속눈썹이 눈을 자극하면 몸은 이를 이물질 침입으로 인식하고 눈을 보호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많은 양의 눈물을 분비한다. 다만 이 눈물은 안구 표면을 장기적으로 보호하는 질 좋은 눈물막이 아니라 일시적 세척 반응에 가깝기 때문에, 근본적인 건조 상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특히 겨울철은 바깥 공기가 차고 건조한 데다 난방으로 실내 습도까지 떨어져 눈물 증발 속도가 여름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다.

 

안구건조증은 흔한 안과 질환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지만, 장기간 방치할 경우 각막 상피가 손상되거나 각막궤양 같은 2차 안질환으로 진행할 위험이 있다. 심한 경우 각막 혼탁과 시력 저하, 감염 등으로 이어져 실명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고령층, 콘택트렌즈 장기 착용자, 스스로 눈 상태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디지털 노동자 계층은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병원을 늦게 찾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생활 속 자극 요인을 줄이는 것이 치료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의료진은 우선 실내 습도를 적절히 유지해 눈물 증발 속도를 낮추고, 장시간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을 줄일 것을 권고한다. 화면에 집중하면 눈 깜빡임 횟수가 평소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데, 이때 눈물막이 고르게 퍼지지 못해 노출된 각막 표면이 빠르게 말라 버린다. 대한안과학회는 의식적으로 눈을 자주 깜빡이고, 1시간 사용마다 최소 몇 분 이상 먼 곳을 바라보며 휴식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실내 환경 관리도 중요하다. 대한안과학회는 일상생활에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안구 건조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가습기를 활용해 실내 습도를 40에서 70 퍼센트 수준으로 유지하고, 히터와 같은 난방기기의 바람이 얼굴과 눈을 직접적으로 향하지 않도록 조정할 것을 권고한다. 온풍이 바로 눈에 닿으면 눈물막이 급격히 마르면서 건조감과 자극감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출 시에는 찬바람을 직접적으로 차단하는 보안경 착용이 도움이 된다. 측면이 막힌 형태의 보호 안경을 사용하면 바람이 눈 표면으로 바로 들어오는 것을 줄여 눈물막 파괴를 완화할 수 있다. 머리 염색약, 속눈썹 연장용 접착제, 자극적인 색조 화장품 등도 눈 주변 점막을 자극해 안구건조증을 악화시킬 수 있어 사용을 자제하거나 저자극 제품을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공눈물 점안은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안구건조증 예방 및 치료 수단이다. 인공눈물은 부족한 눈물을 일시적으로 보충해 각막을 적시고, 눈물막을 안정화해 통증과 이물감, 뻑뻑함 같은 자각 증상을 줄인다. 일부 제품은 점도가 높아 눈 표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장시간 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성분과 점도, 보존제 포함 여부에 따라 적응증과 사용 빈도가 달라질 수 있어, 안과 전문의 진단을 통해 눈 상태와 원인에 맞는 제품을 처방받는 것이 안전하다.

 

의료계는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로 안구건조증이 계절성 질환을 넘어 연중 관리가 필요한 환경성·생활습관성 질환으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디스플레이를 장시간 보는 IT 직군, 스마트폰으로 영상과 문서를 소화하는 학생과 직장인, 마스크 상시 착용으로 눈 주변 공기 흐름이 바뀐 계층 등 다양한 인구 집단에서 증상이 광범위하게 관찰된다는 설명이다. 고령화에 따른 눈물 분비 기능 저하까지 겹치며, 향후 안구건조증 관리 수요는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개인 차원의 환경 조절과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상당수 경증 안구건조증을 완화할 수 있지만, 일정 기간 이상 불편감이 지속되거나 시야 흐림, 통증, 눈부심 등이 동반되면 전문 진료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디지털 환경에 맞는 눈 건강 관리 서비스와 기기, 치료제 개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으며, 실제 현장에서 이런 솔루션이 어느 수준까지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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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안과학회#안구건조증#인공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