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민주·평화·인권의 길”…김민석 총리 “이재명 정부로 이어졌다”
정권 계승 논쟁과 민주화 유산을 둘러싼 물음은 한국 정치의 고착 구조가 됐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현 정권과 직접 연결 지으며 여야 간 이념·정통성 공방이 다시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 평화의 공원에서 열린 제10회 김대중 평화마라톤대회 축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여정을 마라톤에 비유하며 현 정권과의 계승 관계를 강조했다. 행사는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10년을 맞아 마련된 행사로,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 가치를 기리는 취지에서 진행됐다.

김 총리는 축사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의 삶은 그 자체가 마라톤이었고 그 길을 뛰어내서 민주주의, 평화, 인권의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마라톤의 과정에서 수많은 상처를 입었고, 그 상처 가운데 심지어 다리가 부러지는 그러한 아픔도 있었다”고 언급하며 군사독재 시기 탄압과 투옥, 망명 등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난을 상기했다.
김 총리는 곧바로 현 정부와의 연결을 강조했다. 그는 “그 마라톤은 오늘 이재명 정부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하며 김대중 정부의 민주·평화·인권 노선을 이재명 대통령이 계승하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현직 국무총리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을 같은 축으로 세운 발언이어서 정치권 파장이 예상된다.
노벨평화상과 관련된 대목도 눈길을 끌었다. 김 총리는 “노벨평화상을 처음으로 대한민국에서 받은 분은 김대중 대통령인데 다음에는 대한민국 국민이 받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며칠 전 이재명 대통령과 나눴다고 소개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런 것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의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상징이었다면, 앞으로는 한국 시민사회 전체가 평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김 총리는 자신과 김 전 대통령의 인연도 강조했다. 그는 “저는 김대중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저는 김대중 대통령님으로부터 정치를 배웠고 그것을 제 인생의 가장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과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냈고, 이후에도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노선을 자신의 좌표로 삼아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정치권에선 김 총리 발언을 두고 평가가 엇갈릴 전망이다. 여권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역사적 위상을 특정 정권 정당화에 끌어들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고, 야권에서는 민주·평화·인권 가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의미를 부여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재명 정부”라는 표현과 노벨평화상 관련 발언은 차기 남북관계 구상, 대북·대외정책 기조와도 맞물려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정부와 여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계기로 민주화 세대와 중도층을 겨냥한 통합 메시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회와 정치권은 향후 대북정책과 인권·평화 의제 논의를 두고 김대중 정신의 계승 여부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커졌으며, 정국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산을 둘러싼 해석 경쟁 속에서 새로운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