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로 공공질서 감시”…태국, 관광지 노상행위 AI 논란 부상
관광도시를 중심으로 공공질서 위반을 감시하는 CCTV가 디지털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태국 수랏타니주 코따오 섬에서 외국인 여성이 식당 앞에서 노상 방뇨를 하는 장면이 CCTV에 포착돼 논란이 커지면서, 방범 카메라에 인공지능 기반 영상 분석을 결합해 공공장소 불법행위를 자동으로 탐지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반면 얼굴 인식과 행동 인식 기술이 결합될 경우, 관광객과 주민을 상대로 한 과도한 감시 사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관광지 중심 스마트시티 인프라 구축과 AI 감시 기술의 규제 범위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태국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코따오 섬 식당의 주인은 가게 앞에 설치된 CCTV 영상을 공개하며 공공장소에서의 무분별한 노상 방뇨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다. 영상에는 외국인 여성 2명이 새벽 시간대 인근 업소 화장실을 두고 식당 앞 도로를 이용하는 장면이 그대로 담겼다. 태국 청결 및 질서 유지 관련 법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소변 또는 대변을 볼 경우 벌금형에 처할 수 있어, 이러한 행위는 명백한 위법이다. 최근 푸켓 등 주요 관광지에서 유사 사례가 잇따르면서, 지방 자치단체와 업주들은 단순 방범을 넘어 공공질서·관광 환경 관리까지 포괄하는 스마트 영상 인프라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기술이 AI 기반 영상 분석이다. 딥러닝 알고리즘은 카메라 영상 속 사람의 자세, 위치, 동작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특정 행동을 자동 탐지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예를 들어 사람의 자세를 뼈대 형태로 추출해 분석하는 인체 포즈 인식 기술을 통해, 쪼그려 앉는 자세와 특정 시간 이상 머무르는 패턴을 조합해 노상 방뇨 가능성을 높게 판단하는 식이다. 여기에 지리정보 시스템과 연동하면 금지 구역, 영업장 전면, 관광 명소 인근 등에서의 위반 가능 행동을 자동 알림으로 알려 지자체나 업주가 즉시 대응할 수 있다. 기존 CCTV가 사후 증거 수집에 머물렀다면, AI 도입 시 사전 경고 및 실시간 제재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특히 이번 논의는 도시 치안과 관광 환경 관리라는 맥락에서 확장되고 있다. 국내외 스마트시티 시범사업에서는 이미 폭행, 쓰러짐, 쓰레기 무단투기, 불법 주정차 등을 자동 인지하는 영상 분석 플랫폼이 상용 적용 단계에 올라 있다. 범행을 억제하고 긴급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태국과 같은 관광국 입장에서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안전한 여행지 구축에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광객 입장에서도 노상 방뇨, 음주 소란 등 위생·치안 문제를 줄이는 기술이라면 체감 만족도가 높을 수 있다.
다만 얼굴 인식과 행동 인식이 결합될 경우, 공공장소에서의 사생활 침해 논란이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유럽연합은 AI 법안을 통해 실시간 공공장소 얼굴 인식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도 인권·프라이버시 단체들의 문제 제기를 계기로 지자체 단위의 가이드라인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AI CCTV를 통한 실시간 행동 모니터링 시 개인 영상정보의 처리 범위와 보관 기간, 수사 기관 제공 조건 등에 대해 세부 규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지의 경우 다국적 방문객이 섞여 있어, 어느 국가의 개인정보 규범을 기준으로 삼을지 역시 쟁점이 될 수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 오탐지 문제도 해결 과제로 꼽힌다.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웅크린 자세로 서 있는 행위나, 길가에 잠시 쪼그려 앉는 행동이 노상 방뇨로 잘못 인식될 경우, 상인과 관광객 간 충돌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AI 모델은 다양한 환경과 행동 데이터를 학습해 정확도를 높여야 하지만, 노상 방뇨처럼 민감한 상황의 데이터를 대규모로 수집·라벨링하는 과정은 윤리적 논란을 낳을 소지가 있다. 전문가들은 합성 데이터나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학습, 모자이크 처리 등 비식별화 기법을 병행해 모델을 고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규제와 제도 정비도 병행돼야 한다. 태국의 경우 청결 및 질서 유지법이 벌금 수준의 제재를 규정하고 있지만, 행위 증거를 어떻게 수집하고 CCTV 영상을 어떤 절차로 법적 자료로 인정할지에 대한 세부 기준은 여전히 논쟁 거리다. 한국과 유럽에서는 영상기반 증거 활용 시 촬영 고지, 목적 제한, 최소 수집 원칙을 명문화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태국을 비롯한 관광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AI 감시 기술을 도입할 경우, 국제 인권 기준과 자국 법 체계를 조율해야 하는 과제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와 연구자들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공공장소 위생·질서 관리, 관광객 행동 규범, AI 감시 기술의 사용 범위를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한 도시 데이터 전문가는 AI 영상 분석이 공공장소 무질서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활용 목적과 기간,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주민과 관광객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관광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태국과 주변국이 어떤 기술과 제도 조합을 선택할지에 따라, 스마트 관광도시 모델의 향배도 갈릴 전망이다. 산업계는 공공질서 관리 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정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기술과 윤리의 균형을 어디에 둘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