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펙, 췌장암 항암 부작용 줄였다…GC녹십자, 정밀 항암요법 지원 부각
장기 지속형 호중구성장촉진제 뉴라펙이 난치성 암으로 꼽히는 췌장암 항암치료에서 부작용을 크게 줄인 임상 근거를 확보하며 정밀 항암요법의 보조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GC녹십자가 자체 개발한 2세대 GCSF 제제가 고강도 항암요법에서 골수 억제 부작용을 제어해, 치료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환자 삶의 질을 개선하는 수단으로 부각되는 흐름이다. 업계는 이번 결과를 고위험 항암 레짐에서 1차 예방 목적 GCSF 사용을 확대할 분기점으로 보는 분위기다.
GC녹십자는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뉴라펙의 췌장암 환자 대상 연구자 주도 다기관 임상시험 결과가 국제학술지 eClinicalMedicine에 게재됐다고 16일 밝혔다. 뉴라펙은 성분명 페그테오그라스팀을 기반으로 한 장기 지속형 GCSF 제제로, 항암요법 후 나타나는 중증 호중구감소증과 감염성 합병증 발생을 줄이기 위해 투여되는 2세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다. 기존 짧은 반감기 GCSF 제제에 비해 투여 횟수를 줄이면서도 호중구 회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이충근 교수와 최혜진 교수 연구팀이 주도했다. 연구진은 절제가 어려운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췌장암 환자 77명을 무작위 배정해 뉴라펙 투여군 38명과 미투여 대조군 39명을 비교했다. 이들에게 췌장암 표준 고강도 항암 레짐으로 사용되는 mFOLFIRINOX 요법을 적용하고, 뉴라펙을 1차 예방 목적으로 투여했을 때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했다.
mFOLFIRINOX는 옥살리플라틴, 이리노테칸, 5FU 등을 병합한 강력한 조합 요법으로, 종양 축소와 생존 연장 측면에서 효과가 크지만 골수 억제로 인한 중증 호중구감소증 위험이 높다. 호중구감소증은 체내 백혈구의 하나인 호중구가 급격히 감소해 감염에 취약해지는 상태를 뜻하며, 특히 발열이 동반되면 발열성 호중구감소증으로 진행해 패혈증 등 치명적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임상 현장에서는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항암제 용량을 줄이거나 주기를 늦추게 되고, 결과적으로 항암 효과와 환자 예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 결과는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항암요법 시작 후 첫 8주기 동안의 중증 호중구감소증 발생률은 뉴라펙 투여군이 2.6퍼센트로, 단 1명만 경험한 반면 대조군은 38.5퍼센트로 15명에게서 나타났다. 감염 위험이 높은 발열성 호중구감소증은 뉴라펙 투여군에서는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고, 대조군에서는 12.8퍼센트에 해당하는 5건이 발생했다. 같은 항암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골수 억제 관련 중대한 부작용을 대폭 줄인 셈이다.
항암 치료 일정 유지 측면에서도 유리한 경향이 관찰됐다. 연구 기간 동안 항암요법이 4일 이상 지연된 환자 비율은 뉴라펙 투여군에서 대조군보다 낮았다. 잦은 치료 지연과 용량 감량은 누적 항암효과를 떨어뜨리고, 특히 진행성 췌장암처럼 예후가 나쁜 암종에서는 생존 기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입원 일수 역시 뉴라펙 투여군이 줄어 의료자원 활용도 효율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환자 보고 결과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뉴라펙 1차 예방 투여군은 전반적 건강 상태와 삶의 질을 묻는 점수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고강도 항암요법을 받는 췌장암 환자의 경우 심한 피로감과 감염 위험으로 외출이나 사회생활이 제한되기 쉬운데, 호중구감소증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면 활동 범위를 넓히고 일상 복귀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연구진은 세계보건기구의 삶의 질 측정 도구 등을 활용해 이러한 변화를 정량화했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GCSF 계열 약물에서 흔히 관찰되는 뼈 통증 발생률을 주의 깊게 비교했다. 뉴라펙 투여군과 대조군 사이의 뼈 통증 빈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뉴라펙이 부작용 부담을 키우지 않으면서도 중증 호중구감소증 예방 효과를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장기 지속형 GCSF 제제에 대한 의료진의 가장 큰 우려 중 하나가 과도한 골수 자극과 관련된 통증인데, 이번 결과로 안전성 프로파일이 재확인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연구의 학술적 의미도 적지 않다. 연구 책임자인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이충근 교수는 췌장암 mFOLFIRINOX 요법이 중증 호중구감소증 위험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1차 예방 목적 GCSF 사용을 뒷받침하는 전향적 무작위 배정 연구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과는 뉴라펙 1차 예방 투여가 중증 호중구감소증과 발열성 호중구감소증 발생을 줄이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한편, 생존 기간에서도 연장 경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최초의 전향적 근거라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유방암, 폐암 등 고강도 항암 레짐에서 장기 지속형 GCSF 제제 사용이 표준 치료에 편입되는 흐름이 형성됐다. 미국과 유럽의 가이드라인은 발열성 호중구감소증 예상 위험이 일정 수준 이상인 레짐에 대해 1차 예방 GCSF 투여를 권고한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권고가 존재하지만, 실제 현장 적용은 환자 상황과 경제적 부담, 보험 기준 등에 따라 편차가 크다. 연구자들은 이번 결과가 췌장암처럼 위험이 높은 항암 레짐에서 예방적 GCSF 사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제약사 입장에서는 바이오시밀러와 항암 보조요법 영역에서의 경쟁력 확보에도 의미가 있다. 장기 지속형 GCSF 시장은 글로벌 제약사 중심으로 형성돼 왔으나, 국산 제제가 축적한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항암치료 패키지 솔루션 형태의 전략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밀의료와 복합요법이 확산되는 항암 분야에서 약물 효능뿐 아니라 치료 지속성과 부작용 관리 역량이 브랜드 경쟁력의 핵심 지표로 부각되는 상황이다.
다만 건강보험 급여 기준과 비용 효과성에 대한 추가 검토는 과제로 남았다. 1차 예방 목적으로 GCSF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방안은 단기 약제비 증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반면 발열성 호중구감소증 감소에 따른 입원 및 항생제 사용 축소, 항암치료 유지에 따른 생존 이득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의료비 절감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보건경제학적 평가와 실제 임상 데이터 축적이 향후 제도 설계를 좌우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뉴라펙 사례가 항암 보조요법을 단순한 부작용 관리 차원을 넘어, 전체 치료 전략의 일부로 재정의하는 흐름을 보여준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췌장암처럼 예후가 나쁜 암종에서 치료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는지 여부가 환자와 의료진의 치료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진료지침과 보험 체계 속에서 얼마나 빠르게 자리 잡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