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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급랭·하이브리드 급등”…현대차그룹, 미국 수요 재편→전략 전환 기로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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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11월 미국 시장에서 전동화 수요의 급격한 재편 속에서도 하이브리드차를 앞세워 전체 판매를 방어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를 합산한 11월 미국 판매는 15만4천308대로 전년 동월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전기차 판매 급감 속에서 하이브리드차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수요 공백을 메운 구조가 뚜렷하게 부각됐다. 미국 전기차 세액공제 축소라는 정책 변화가 수요의 방향을 바꾸고, 완성차 업체의 전동화 전략 재조정을 요구하는 분기점이 된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11월 현대차(제네시스 포함) 미국 판매는 8만2천306대로 2.0% 감소했고, 기아는 7만2천2대로 2.7% 증가했으며, 제네시스 브랜드는 8천17대로 0.2% 소폭 증가했다. 수치상으로는 전체가 보합세이지만, 파워트레인별 흐름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현대차·기아의 11월 미국 전기차 판매는 4천618대로 전년 동기 대비 58.9% 줄어드는 급락세를 보였다. 현대차 전기차 판매는 2천907대로 57.7% 감소했고, 기아는 1천711대로 60.8% 감소해 미국 내 인센티브 축소와 충전 인프라 부담, 금리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수요 위축 국면이 지표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전기차 급랭·하이브리드 급등”…현대차그룹, 미국 수요 재편→전략 전환 기로
“전기차 급랭·하이브리드 급등”…현대차그룹, 미국 수요 재편→전략 전환 기로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전기차 세액공제 변경이 놓여 있다. 최대 7천500달러에 이르던 세액공제가 9월 말 종료·조정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차 구매의 초기 비용 부담이 확대됐다. 그 여파는 곧바로 수요 위축으로 이어졌고, 내연기관 기반의 연비 개선형 모델인 하이브리드차로 수요가 이동하는 흐름이 구체적 수치로 확인됐다. 11월 현대차·기아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3만6천172대로 전년 동월 대비 48.9% 폭증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브랜드별로는 현대차가 2만377대로 37.1% 증가했고, 기아가 1만5천795대로 67.5% 늘어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충 효과와 가격·효율성 측면에서의 소비자 수용성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인 차종별 흐름을 보면 현대차는 중대형 SUV와 준중형 세단의 하이브리드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3천405대가 판매돼 본격적인 시장 안착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됐고, 엘란트라 하이브리드는 2천208대를 기록하며 95.7%라는 가파른 증가율을 나타냈다. 기아에서는 니로 하이브리드가 5천40대를 판매하며 286.2%라는 고도 성장세를 기록해 소형 SUV 세그먼트에서 친환경 수요의 집결지를 형성했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6천385대로 71.6% 증가하며 중형 SUV 시장에서 연비와 실용성, 가격 경쟁력을 겸비한 대안으로 존재감을 키웠다.  

 

하이브리드차의 약진 속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합한 전체 친환경차 판매는 4만790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14.8% 증가한 수치로, 파워트레인 내 구성 변화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차 전체 수요 저변은 확대되는 모양새다. 현대차그룹 미국 판매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6.4%까지 뛰어오르며 4대 중 1대 이상이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선택하는 구조가 굳어졌다. 이는 전기차 중심의 급진적 전환보다는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단계적 전동화가 당분간 미국 시장의 주류 전략으로 자리잡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읽힌다.  

 

내연기관 중심 차종 중에서는 여전히 SUV와 준중형 세단이 볼륨을 형성하고 있다. 현대차는 투싼 2만3천762대, 싼타페 1만4천4대, 아반떼 1만389대를 판매하며 주력 패밀리카로서의 역할을 이어갔다. 기아는 스포티지 1만5천795대, K4 1만54대, 텔루라이드 9천321대가 판매 상위권을 형성했다. 특히 스포티지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모델이 합쳐지며 미국 중형 SUV 시장에서 폭넓은 파워트레인 선택지를 제시하는 대표 차종으로 자리잡고 있고, 텔루라이드는 대형 SUV 세그먼트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견인하는 전략 모델로 기능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내 고금리 기조와 충전 인프라 확충 속도, 정책 인센티브 재편 흐름을 감안할 때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단독 드라이브 전략이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한다. 전기차 세액공제 축소가 촉발한 수요 위축은 아이오닉, EV 시리즈 등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라인업에도 중단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하이브리드 비중 확대는 수익성과 판매 볼륨을 일정 부분 방어하는 완충 장치로 기능한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미국 현지 생산·배터리 공급망 재편, 인센티브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가격 전략, 충전 인프라 파트너십 강화 등을 병행하면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간 비중 조절을 세밀하게 가져가야 하는 과제가 부상한 셈이다.  

 

향후 관건은 전기차 수요의 ‘일시적 조정’인지, 하이브리드 중심의 ‘중기적 재편’인지를 가르는 변수들에 달려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 미국 연방 및 주 정부의 추가 인센티브 논의, 배터리 기술 진보 속도와 비용 하락 추세가 맞물리며 수요 곡선의 형태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11월과 같은 하이브리드 호조·전기차 부진 구도가 단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전기차 공급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HEV·PHEV 라인업을 추가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제기된다. 전동화 전략의 축이 전기차에서 하이브리드로 일부 이동한 11월의 수치는, 미국 시장에서 전동화 전환의 ‘속도와 경로’를 다시 묻는 신호로 의미를 갖는 것으로 정리된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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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