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가상화폐 급락에 자산 10억달러 증발”…트럼프 일가, 고위험 투자에 직격탄 우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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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1월 24일, 미국(USA)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가족의 자산 규모가 가상화폐 가격과 관련 종목의 동반 급락으로 크게 줄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번 변화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일가의 재정적 여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둘러싼 논의에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 변동성이 어떻게 정치권 인사의 재산과 이해관계에 연결돼 있는지에 시선이 쏠린다.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하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트럼프 가족의 순자산은 9월 초 약 77억달러에서 최근 67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약 10억달러(약 1조5천억원)에 달하는 감소분 상당이 가상화폐 가치 하락과 가상자산 관련 투자 부진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트럼프 가족 재산 10억달러 감소…가상화폐·관련 주가 급락 직격탄
트럼프 가족 재산 10억달러 감소…가상화폐·관련 주가 급락 직격탄

가장 큰 타격은 트럼프 일가가 최대 주주로 있는 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의 모회사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에서 나왔다. 트럼프 미디어 주가는 최근 가상자산 가격과 동반 약세를 보이며 11월 12일 사상 최저가를 기록했고, 이 여파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9월 이후 약 8억달러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같은 조치는 트럼프 일가 재산 구조에서 가상자산 및 관련 종목 비중이 얼마나 높은지를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미디어는 비트코인과 연계된 증권에 약 20억달러를 투자해 비트코인 약 1만1천500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평균 매입가는 개당 약 11만5천달러 수준으로, 현재 시세 기준 약 25% 평가손실을 기록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미디어는 또 가상화폐 거래소 ‘크립토닷컴’이 발행한 토큰 ‘CRO’도 상당량 보유하고 있는데, 이 토큰의 평가 가치는 9월 말 약 1억4천700만달러 수준에서 가격이 절반가량으로 떨어지며 크게 축소됐다.

 

트럼프 일가의 또 다른 축은 가족 회사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이다. 이 회사는 트럼프 브랜드를 내건 자체 토큰 ‘WLFI’를 장부가 기준 약 60억달러어치 보유하고 있다. WLFI는 거의 전량을 트럼프 일가가 쥐고 있는 비상장·비유통 자산으로, 시장에서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그만큼 토큰의 장부가와 실질 가치 사이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은 지난 8월 소형 상장사 ‘알트5 시그마’에 WLFI 토큰 일부를 매각하고, 대가로 현금 7억5천만달러와 알트5 지분을 취득했다. 그러나 이후 알트5 주가는 약 75% 급락해 트럼프 가족이 들고 있는 지분 평가액은 약 2억2천만달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블룸버그는 WLFI 토큰 매각 자체에서는 트럼프 일가가 상당한 이익을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보도에 따르면 WLFI 토큰 판매로 발생한 수익의 약 75%를 트럼프 가족이 가져갔으며, 알트5와의 거래를 통해 약 5억달러 수준의 수익을 실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토큰의 시장 유통이 사실상 제한된 상황에서도 발행·판매 과정에서 상당한 현금과 상장사 지분을 확보한 셈이다. 이 같은 구조는 가상자산 프로젝트가 어떻게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짐 앤젤 미국 조지타운대(Georgetown University) 금융학 교수는 트럼프 일가의 전략을 두고 “개인 투자자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투기만 할 수 있다”며 “트럼프 가족은 투기뿐 아니라 토큰을 직접 발행하고 판매해 그 거래에서 돈을 벌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 다수가 가격 변동성에 노출된 반면, 토큰 발행자와 대형 이해관계자는 구조적으로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USA) 내 주요 매체들은 트럼프 일가의 자산 변동을 단순한 부호의 손익 문제를 넘어 정치와 가상자산 시장이 맞물린 사례로 조명하고 있다. 가상화폐 가격과 관련 종목 주가 흐름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무 상태와 이미지, 향후 정치 일정에도 간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다만 비상장 토큰의 실제 가치를 둘러싼 불확실성, 고위험 자산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트럼프 일가뿐 아니라 정치권 인사와 연관된 디지털 자산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규제·감독 논의가 강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사회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가상자산 발행·판매가 결합하는 구조가 투자자 보호와 시장 투명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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