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으로 미래산업 키운다”…대학생 경시대회, AI 인재 저변 넓힌다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대학생 대상 알고리즘 경진대회가 핵심 인재 발굴 창구로 자리잡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개최한 제25회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시대회가 2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며 전국 대학생들의 문제 해결 역량을 겨뤘다. 업계에서는 해당 대회 출신들이 글로벌 빅테크와 연구기관으로 진출해 온 만큼, 올해 성과도 향후 국내 AI와 소프트웨어 산업 저변 확대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주관한 제25회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시대회는 2001년 시작된 국내 대표 대학생 SW 알고리즘 대회다. 올해 예선에는 50개 대학 291개 팀 873명이 참가했고, 이 중 44개 대학 76개 팀 228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본선은 제한 시간 안에 복수의 문제를 해결하는 알고리즘 경시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정답 수와 소요 시간을 실시간으로 합산해 순위를 가렸다.

대상인 대통령상은 서울대학교 저스트유즈CRT팀이 차지했다. 금상 국무총리상은 서울대학교 플로어섬팀이 받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이 수여되는 은상에는 한국과학기술원 폭스이즈규트팀, 서울대학교 Ssalhur팀, 서울대학교 써드하이스쿨팀 등 총 14개 팀이 이름을 올렸다. 수상팀 다수가 알고리즘과 기초 컴퓨터과학 교육이 강한 대학에서 나온 점은 향후 연구개발과 산업 현장을 이끌 인재풀의 구조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대회 문제는 그래프 이론, 동적 계획법, 수치해석, 조합론 등 컴퓨터과학 핵심 이론을 바탕으로 산업 현장에서 마주칠 수 있는 데이터 처리와 최적화 과제를 모델링한 형태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물류 경로 최적화, 네트워크 부하 분산, 대규모 데이터 검색과 같은 문제를 추상화해 알고리즘 효율성을 평가한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제한된 시간과 메모리 환경에서 최적 혹은 준최적 해를 도출해야 하는 문제가 다수 포함돼, 대규모 AI 학습 인프라와 클라우드 환경에서 요구되는 자원 효율 설계 역량을 가늠하는 무대가 됐다.
국제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시대회인 ICPC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주목하는 인재 등용문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국내 대회에서 상위 성적을 거둔 대학별 팀에게는 내년 ICPC에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할 자격이 주어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이들 팀을 대상으로 별도 트레이닝 캠프를 운영해 문제 유형 분석, 팀 전략 수립, 실전 모의 테스트를 지원할 계획이다. 코딩 속도뿐 아니라 협업 구조와 문제 분할 능력을 높여 세계 대회에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IT 산업에서는 이미 알고리즘 기반 인재 선발 경쟁이 치열해졌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ICPC 및 각종 프로그래밍 대회 입상자를 대상으로 연구실 리쿠르팅과 기업 인턴십 제안을 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과 인도 역시 국가 차원에서 알고리즘 올림피아드와 대학생 대회를 연계해 AI, 핀테크, 보안 분야 인력 수급에 활용하고 있다. 한국의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시대회는 ICPC로 이어지는 공식 통로 역할을 하며, 국내 학생들이 이런 글로벌 경쟁 구도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후속 지원은 소프트웨어 고급 인재 양성과도 맞닿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초중고 소프트웨어 교육 확대, 대학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사업, AI 대학원 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이번 대회 수상자 상당수가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또는 AI 특화 교육 과정이 있는 대학 출신이라는 점에서, 경시대회와 정규 교육과정이 연동되는 구조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바이오, 반도체, 모빌리티 등 타 산업에서도 시뮬레이션과 최적화 알고리즘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대회를 통해 검증된 인재들이 IT와 비IT 분야 전반에서 활동 영역을 넓힐 여지도 있다.
알고리즘 경시대회가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역량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현업에서는 대규모 시스템 설계나 프로젝트 관리, 도메인 지식이 중요해 대회식 문제 풀이 실력이 곧 산업 경쟁력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시각이다. 그럼에도 고난도 알고리즘 문제를 빠르게 구조화하고 해결 전략을 설계하는 능력은 AI 모델 최적화, 대규모 분산 시스템 설계, 유전체 데이터 분석 플랫폼 개발 등 첨단 분야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는 추세다.
이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정책관 직무대리는 이번 대회를 통해 국내 대학생들의 높은 프로그래밍 역량과 성장 잠재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에도 국제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인재를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이들이 산업계와 연구 현장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대회를 거쳐 배출될 차세대 개발자들이 실제 시장과 연구개발 현장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