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출마 줄사퇴 현실화되나”…민주당 최고위원 교체론에 비대위 가능성까지 거론
지방선거 출마 움직임과 당 지도부 안정론이 맞부딪쳤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들의 잇단 사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청래 대표 체제의 향배를 둘러싼 당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도부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전망과 함께, 과반 사퇴 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까지 규정돼 있어 정치권의 시선이 쏠린다.
21일 민주당 안팎에 따르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고위원 다수가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 당헌상 지방선거 출마자는 선거일 6개월 전인 12월 5일까지 최고위원직을 내려놔야 한다.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를 제외한 최고위원 7명 가운데 최소 3명, 많게는 6명까지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가장 먼저 움직이고 있는 인물로는 김병주 최고위원과 한준호 최고위원이 꼽힌다. 두 사람 모두 경기도지사 출마를 저울질하며 조만간 최고위원직 사퇴를 공식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이르면 다음 주 사퇴한 뒤 경기지사 도전 선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준호 최고위원 역시 경기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다음 주 사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최고위원은 전날 한 인터넷 매체 유튜브 인터뷰에서 경기지사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신의 거취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당의 미래와 정권의 성공이란 두 가지 측면에서 경기 도지사 선거가 매우 중요해서, 저도 상당히 고민하고 있다"며 "이런 고민을 하면서 최고위원직을 유지하는 게 맞지 않고, 다음 주쯤 해서는 거취를 표명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도전을 준비 중인 전현희 최고위원도 사퇴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 최고위원이 실제 출마 결단을 내릴 경우, 최고위원단 내 수도권 광역단체장 도전이 줄줄이 이어지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따른다.
이와 함께 이언주 최고위원의 경기지사 출마설, 서삼석 최고위원의 전라남도지사 출마설, 황명선 최고위원의 충청남도지사 출마설도 거론된다. 아직 본인들이 최종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당 안팎에선 이들까지 출마 대열에 합류할 경우 최고위원단 과반이 사퇴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당헌·당규는 최고위원 9명 중 과반인 5명 이상이 궐위될 경우 비상상황으로 보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현 최고위원회는 즉시 해산되며,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대표 권한을 행사한다. 출마를 앞둔 최고위원들의 사퇴 여부에 따라 정청래 대표 체제 자체가 조기 재편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당 지도부와 다수 관계자들은 실제 비대위 전환 가능성은 낮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 한 최고위원은 주변에 "나까지 나가게 되면 과반이 무너진다"라며 사퇴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 전환의 부담을 의식해 일부 최고위원이 출마를 접거나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당 핵심 관계자도 "비대위로 가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고위원이라는 중요한 당직을 개인의 정치 일정에 활용해선 안 된다는 생각들은 최고위원들도 당연히 할 것"이라며, 지도부가 지방선거 출마와 당 운영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최고위원 연쇄 사퇴가 비대위 구성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민주당은 보궐선거를 통해 후임 지도부를 꾸리게 된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최고위원의 잔여임기가 8개월 미만이면 중앙위원회에서, 8개월 이상이면 중앙위원 50퍼센트와 권리당원 50퍼센트가 참여하는 선거로 보궐 최고위원을 선출하도록 돼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잔여 임기는 사퇴 기준"이라며 "행정절차 등을 감안하면 12월 3일 사퇴해도 내년 1월쯤에 보궐선거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선출직 최고위원 사퇴가 현실화될 경우, 신임 최고위원은 내년 1월 하순께쯤 구성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에 따라 내년 초 민주당 지도부의 얼굴이 상당 부분 교체되는 정국이 펼쳐질 수 있다.
다만 당 안팎에서는 최고위원들의 지방선거 출마 경쟁이 총선을 앞둔 당의 핵심 과제 추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당 지도부 공백이 커질 경우, 사법개혁 등 민감한 현안 대응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도부의 역할을 강조하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그는 "당 지도부가 내란 재판과 관련해 국민들을 안심시켜드리는 것에 역량을 총집중해야 하는데, 지도부 일부 의원님들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들려오고 있어서 그 역량이 분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도부가 지방선거 준비에 몰두할 경우, 국회 현안 대응과 당의 메시지 조율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청래 대표 체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떤 형태로 재편될지에 따라 내년 정국의 흐름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선출직 최고위원 사퇴 규모와 시기를 지켜보면서 비대위 전환 가능성을 차단하는 동시에, 내년 1월 보궐선거를 통해 신임 지도부 구성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