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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지증 아동 손 기능 되찾아”…분당차병원, 재건성형으로 글로벌 의료격차 줄인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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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재건성형 기술이 국가 간 의료격차를 메우는 통로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관이 축적한 미세수술, 재건성형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능 회복 중심의 수술을 제공하면서, 저개발 의료환경에 놓인 해외 환자들의 삶의 질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글로벌 의료 나눔 프로젝트를 디지털 헬스, 원격 사후관리까지 확장할 경우 한국 의료의 소프트 파워와 헬스케어 산업 경쟁력이 동반 강화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차 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은 사랑의 메신저 운동의 일환으로 몽골 출신 합지증 아동과 필리핀 출신 구개누공 환자를 초청해 무료 재건성형 수술을 진행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오퍼레이션 스마일코리아, 경기도의사회, 월드휴먼브리지 등 다기관이 참여한 국제 공공헬스케어 협력 모델로 추진됐다.

몽골에서 온 8세 남아 테물렌 군은 태어날 때부터 왼손 가운데 손가락이 짧은 단지증, 오른손 검지·중지·약지 세 손가락이 짧은 채 서로 붙어 있는 단지합지증을 가지고 있었다. 현지 의료 인프라 한계로 적절한 수술 시기를 놓치면서 성장과 함께 기능 장애와 심리적 위축이 심화된 사례다. 학업 성적은 우수하고 기본적인 일상동작은 수행했지만, 식사와 탈의, 글쓰기 등 세밀한 손 기능이 필요한 활동에서 불편함이 크게 늘었고 또래 관계에도 영향을 받았다.

 

합지증 수술은 손가락을 단순 분리하는 수준이 아니라, 떨어진 손가락 사이에 새로운 피부를 만들어 주고 각각의 손가락이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구조를 재형성하는 고난도 재건수술이다. 분당차병원 성형외과 김덕열 교수팀은 세 손가락이 서로 겹쳐진 상태에서 힘줄과 혈관, 신경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분리하고, 이후 서혜부에서 채취한 피부를 손가락 사이에 이식해 표면을 재건했다. 이를 통해 유착과 구축을 최소화해 향후 길이 성장과 미세 운동 기능 회복을 동시에 노리는 방식이다. 의료진은 수술 부위 안정화 후 꾸준한 재활운동을 진행할 경우 손가락 길이 성장과 기능 회복이 모두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테물렌 군의 어머니인 마이야마슈렌 씨는 몽골에서 영상의학과 의사로 일하고 있어 의료 시스템 차이를 직접 체감했다. 그는 한국 방문 치료 과정에서 고해상도 영상진단, 수술 전 3차원 시뮬레이션, 감염 관리까지 이어지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최신 장비를 경험했다며 자국 의료현장에서의 격차를 실감했다고 전했다. 이는 K의료가 단일 수술기법을 넘어 공정처럼 표준화된 진료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글로벌 환자 유치와 의료협력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는 평가로도 이어진다.

 

필리핀 출신 41세 여성 니타 씨는 양측성 구순구개열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경제적 어려움과 현지 의료환경 제약으로 영유아기에 적절한 수술과 언어 재활 치료를 받지 못한 사례다. 일반적으로 구개열은 생후 9개월에서 18개월 사이 1차 수술을 시행하고, 이후 발음 문제에 따라 2차 수술과 언어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국제적 표준 프로토콜로 통용된다. 그러나 니타 씨는 과거 수술 후 합병증으로 구개누공과 연인두 폐쇄부전이 남아 구강과 비강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고, 연구개와 인두의 운동 기능도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정상적인 발음이 거의 불가능했다. 식사 중 음식물이 비강으로 역류하는 등 기본 섭식에도 장애가 있었다.

 

재건은 단순한 점막 봉합이 아닌 연구개 근육 재배치와 길이 연장, 인두와의 접촉면 최적화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분당차병원 성형외과 김석화 교수팀은 연구개 근육을 해부학적 위치에 맞게 재정렬하고, 연구개 길이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연인두 폐쇄 기능을 강화했다. 수술 후에는 발성 및 공명 훈련, 구강 근육 강화운동을 병행해 음성의 명료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 회복을 목표로 하는 통합 재활 프로그램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는 외과적 재건과 언어재활을 결합한 기능 중심 정밀의료 접근법으로, 성인 구개열 환자의 의료·사회적 회복 모델로 주목받는다.

 

분당차병원의 사랑의 메신저 운동은 단발성 자선사업이 아니라 장기적 글로벌 헬스케어 플랫폼 성격을 띤다. 1998년 국내 저소득층 환자 수술 지원을 시작으로, 중국 옌벤, 우즈베키스탄, 몽골, 네팔, 방글라데시 등지에서 온 해외 환자 192명에게 재건수술과 치료를 제공해 왔다. 매년 약 900건의 국내 저소득층 의료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병행 중이다. 병원 측은 향후에는 디지털 영상 공유, 원격 추적관찰, 재활 가이드 앱 등 IT 기반 후속관리 도구를 도입해, 수술 후 환자가 자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장기 추적과 재활 품질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처럼 고난도 재건성형과 체계적 재활, 다국간 기관 협력을 결합한 모델이 향후 의료 ODA와 의료관광, 디지털 헬스 수출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기능 회복과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을 맞춘 수술수요는 저개발국에서 꾸준히 존재하고 있어, 한국형 재건성형 패키지와 교육 프로그램을 묶은 새로운 형태의 의료 서비스 수출 가능성도 거론된다. 산업계는 분당차병원을 비롯한 국내 기관들이 구축한 이러한 국제 의료 협력 모델이 실제 시장과 정책 환경 속에서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안착할지 주시하고 있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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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차병원#사랑의메신저운동#재건성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