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장동 국조, 각자 길 가나”…여야, 서로 다른 요구서 제출하며 정면 충돌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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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사건을 둘러싼 국정조사 방식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조사 범위와 방식에서 갈등이 고조되면서 여야가 서로 다른 국정조사 요구서를 각각 제출하는 강경 대치를 택했다. 정국은 다시 검찰 수사와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정쟁의 한복판으로 빨려 들어가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저녁 국회 의안과에 ‘정치검찰의 조작수사·조작기소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제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권의 검찰이 야당과 정적, 전 정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자행한 조작 수사·기소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요구서에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뿐 아니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부동산 통계 조작 사건 등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야권 인사와 전임 정부 인사를 겨냥한 주요 수사가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방향과 기소 결정 과정 전반을 국정조사 테이블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검찰과 법무부, 대통령실 등 지휘계통의 조직적 개입 및 사건 기획 의혹 등에 대한 조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뿐 아니라 법무부, 대통령실까지 지휘 라인의 책임을 따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도 같은 날 국회에 ‘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 사건 재판 검찰 항소 포기 외압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별도로 냈다. 여야가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자, 아예 각자 원하는 방향으로 국조를 추진하겠다고 맞받아친 것이다.

 

국민의힘이 제출한 요구서는 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 관련 재판에서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을 둘러싼 외압 여부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에서 집중 조사하자는 구상이다. 대검찰청의 항소 포기 결정을 정권 차원의 개입 의혹과 연결지어 파고들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기자들에게 “여야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은 항소 포기 국조와 전혀 관련 없는 ‘조작 기소, 항명’을 얘기한다”며 “국조 취지에 어긋날 뿐 아니라 본질과 어긋난 주장이라 국민의힘이 항소 포기 외압과 관련한 국조 요구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대장동 사건에 초점을 맞춘 국조에 민주당이 과도한 범위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한 셈이다.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을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는 “국무회의를 보니 이재명 대통령이 정성호 법무장관에게 ‘백조 발 역할에 감사하다’고 했는데 발이 정 장관이면 몸통은 누구인가”라며 “국정조사로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법무부와 청와대, 나아가 대통령실까지 국조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여야는 대검찰청의 대장동 관련 항소 포기 결정을 둘러싸고 각자 국정조사 추진 방침을 밝힌 뒤 세부 조건을 놓고 팽팽히 맞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제안한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의 국조 자체는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법사위 야당 간사 선임 등 세 가지 조건을 함께 제시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합의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여야 협상은 결론 없이 이어졌고, 이날 결국 양당이 각각 다른 내용을 담은 국조 요구서를 내는 강수로 치달았다.

 

여야는 국조 요구서 제출 책임을 둘러싸고도 맞부딪쳤다.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민주당 요구대로 법사위 차원의 국조도 받겠다고 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감감무소식”이라며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다 해줬는데 답이 없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그들의 의도는 국민이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사실상 협상을 지연시키며 국조 추진 의지가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즉각 반박했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입장은 다르지만 우리는 합의하자는 입장이었다”며 “합의를 해나가는 과정 중에 갑자기 국민의힘이 본인들의 국조 요구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협상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판을 깬 쪽은 국민의힘이라는 인식이다.

 

여야가 각기 다른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면서 국회 논의는 한동안 공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정조사는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발의될 수 있지만, 실제 조사계획서 채택과 증인 채택 등을 둘러싸고 다시 치열한 정쟁이 예상된다. 

 

국회는 향후 상임위 논의와 여야 원내 협상을 통해 국정조사 대상과 범위를 재조정할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다만 양측 모두 한 발 물러서기 어려운 정치적 사안을 전면에 올린 만큼, 향후 정기국회와 내년 국정 운영 전반이 대장동 국조를 둘러싼 공방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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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대장동국정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