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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따라 걷고 딸기 따고”…고령의 비 내리는 하루, 오감으로 느끼는 여행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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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령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역사 교육의 한편쯤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자연과 이야기가 살아 있는 오감 여행의 일상이 됐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여행의 태도가 담겨 있다.

 

비가 촉촉하게 내린 10월의 고령군은 색다른 기운으로 가득하다. 대가야읍 고아리의 대가야생활촌에서는 찬란했던 가야 문명의 흔적을 현대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이 많다. ‘가야의 도시’라는 별명답게, 이곳에선 누군가는 아이 손을 잡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산동고분군을 산책하고, 또 다른 이는 역사 체험관에서 옛 생활상을 곱씹으며 감탄을 숨기지 않는다. SNS에서는 “대가야의 숨결을 느꼈다”, “시간 여행 온 기분”이라는 인증이 서로 이어진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대가야 고분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대가야 고분

고령의 자연이 주는 여유와 정적은 새로운 힐링 코스가 되고 있다. 다산딸기조합농원에서는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직접 딸기를 따며 소소한 행복을 발견한다. “이렇게 신선한 딸기를 아이랑 직접 따보니 정말 특별했다”고 한 가족 여행객은 고백했다. 넉넉한 주차 공간과 쾌적한 체험장, GAP 인증을 받은 믿을 수 있는 농산물 덕분에 체험의 만족도가 높다. 체험 프로그램이 돌아오는 이맘때를 기다린다는 지역 주민도 많다.

 

흐린 날씨가 여행의 묘미를 더한다는 이들도 있다. 쌍림면 카페스톤 고령점에서는 대형 창 너머로 뿌연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음미하거나, 탁 트인 야외 테라스에서 반려동물과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돌소금 커피가 자꾸 생각난다”, “밤이 듬뿍 들어간 밤식이 빵,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고 소감을 남긴다. 전기차 충전 및 널찍한 주차 시설은 여행의 번거로움을 덜어준다.

 

지역민이 추천하는 곳도 빼놓을 수 없다. 쾌빈리 진미당제과는 새벽부터 구워내는 빵 냄새로 동네를 채운다. 하루에 한 번, 갓 만든 빵과 친절한 응대, 깔끔한 매장 분위기를 이유로 일부러 먼 길을 왔다는 후기들도 줄을 잇는다. “빵이 맛있고 가성비가 좋아요”, “빨리 가지 않으면 일부 품목은 금세 동난다”며 재치 있는 평가가 이어진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 조사에 따르면 중소 도시 체험 여행객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 고령처럼 역사와 자연, 로컬 문화를 함께 품은 곳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여행만큼이나 일상의 안식을 찾으려는 심리가 반영된 셈이다.

 

여행 트렌드 연구가 최현정씨는 “요즘 여행객들은 단순한 이동이나 명소 관광을 넘어, 지역의 삶과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느끼려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고령처럼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곳에서 진짜 ‘쉼’과 ‘배움’을 동시에 얻으려 한다”고 짚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비 오는 날 더 좋은 고령”, “아이랑 한번 가보고 싶다”, “역사와 자연을 함께 경험할 수 있어 만족” 등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현장에서 만난 한 관광객은 “습기가 많아도 불편함보다 신선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표현했다.

 

고령에서의 하루는 그저 ‘관광지 방문’이 아니라, 촉촉이 젖은 길을 걷고, 신선한 과일을 따고, 현지의 맛을 음미하는 순간순간이 모두 하나의 추억이 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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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군#대가야생활촌#다산딸기조합농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