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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길 위를 걷다”…청주 상당산성에서 만나는 늦여름의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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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길 위를 걷다”…청주 상당산성에서 만나는 늦여름의 고요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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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흐린 하늘 아래 산책을 나서는 사람이 늘었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일은 잠시 일상을 잊고 마음을 비우는 작은 사치가 됐다. 계절이 바뀌는 9월, 청주는 내륙의 중심에서 늦여름 끝자락의 고요를 품고 있다.

 

청주시 상당구의 상당산성은 역사의 흔적과 고즈넉한 자연이 만나는 대표 명소다. 나뭇가지 사이로 부는 바람, 흙길 위에 한 겹씩 쌓여가는 낙엽, 천천히 이어지는 성곽 산책은 SNS에서도 ‘고요한 청주’ 인증 샷으로 인기다. 실제로, 주말이면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끼리 성곽길을 따라 걷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상당산성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상당산성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인근 미동산수목원과 대청호, 청주랜드 등 자연·문화 공간 방문객 통계가 매년 상승세라는 점에서다. ‘산책이 주말의 힐링 코스가 됐다’는 설문조사 응답처럼, 감성을 중시하는 요즘 라이프 스타일이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풍경 속 쉼표’라 명명한다. “걷는 동안 머릿속이 비워지고 자연의 소리가 귀에 남는다”며 산림치유지도사 박모 씨는 자연이 주는 회복력의 힘을 강조했다. “탁 트인 공기와 넉넉한 풍경이 심리적 재충전에 도움이 된다”고도 덧붙였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여기선 무심코 숨이 깊어진다”, “성곽 따라 걸으면 오늘 내 마음도 단단해지는 것 같다” 등 일상을 리셋하는 공간으로 청주를 찾는 이들이 많다. 가족 단위 방문객, 솔로 산책러, 사진을 남기는 청년 세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청주의 가을을 즐긴다.

 

짧은 산책이지만, 그 안에서 각자 삶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셈이다. 비록 작고 사소한 순간처럼 보여도, 계절과 자연, 역사가 곁에 있는 청주에서의 산책은 느긋함이 일상이 되는 요즘 라이프의 한 장면이다. 자연이 주는 위안 속에서,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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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상당산성#대청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