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내 금값 72만8,400원”…연준 비둘기파·환율 둔화에 숨고르기 국면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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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값이 환율 둔화와 국제 시세의 혼조 속에서 단기 조정을 거치며 반등 기반을 다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11월 24일을 전후해 금 시세는 넓은 박스권에서 숨을 고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연준의 비둘기파 기조와 실질금리 하락 기대가 맞물리며 상승 모멘텀이 유지되는 모습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국제 금가격의 주요 기술적 분기점과 달러 원 환율 흐름이 향후 방향성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 시스템에 따르면 11월 24일 오전 9시 기준 국내 금 1돈 시세는 72만8,400원이다. 같은 시각 국제 금시세의 국내 환산가는 72만665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금값은 전일 대비 6,525원, 0.9% 상승한 반면 국제 금값은 988원, 0.1% 하락해 양 시장 간 흐름이 미세하게 엇갈렸다. 환율이 1,471원으로 전일 대비 1.2원 내리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점이 국내 금값의 단기 변동성을 완화한 요인으로 해석된다.

[분석] 연준 비둘기파·환율 둔화에 국내 금값 반등…국제가는 숨고르기(금값시세)
[분석] 연준 비둘기파·환율 둔화에 국내 금값 반등…국제가는 숨고르기(금값시세)

글로벌 금 가격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도 비교적 뚜렷하다. 삼성금거래소 분석에 따르면 북미 세션에서 국제 금 가격은 다시 온스당 4,100달러를 돌파하며 강보합세를 이어갔다. 연준의 존 윌리엄스, 메리 데일리, 토머스 미런 등 주요 인사들이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재차 언급한 것이 시장의 비둘기파 기대를 자극했고, 이 기대가 금 가격의 하단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제조업 PMI 둔화, 물가 기대치 하향, 미시간대 소비심리 지수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되면서 연준이 단기 조정에 나설 여지가 커졌고, 이에 따라 달러 강세가 일시적으로 주춤한 점도 금값 상단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FXSTREET 기술 분석에서는 온스당 4,100달러 돌파 여부가 향후 4,150∼4,245달러 구간 진입을 가를 핵심 변곡점으로 제시된다. 시장에서는 이 가격대가 중기 상승 추세와 조정 구간을 가르는 분기점으로 인식되는 만큼, 당분간 해당 레벨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자 입장에선 이 구간이 손절·추가 매수 전략을 조정하는 기준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미국 거시지표도 금 시장의 방향성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9월 미국 비농업 고용은 11만9,000명 증가한 반면 실업률은 4.4%로 상승해 고용 시장이 강·약 신호를 동시에 내보내는 혼조 양상을 보였다. 강한 고용 증가가 즉각적인 금리 인하 기대를 제약하는 한편, 높아진 실업률은 연준이 통화 긴축을 서두르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해석이다. 연준 회의록은 중립적 기조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며 시장의 금리 인하 베팅을 다시 키웠고,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이 4.1% 아래로 내려오면서 금의 비수익 자산 특성에 따른 기회비용 부담을 완화해 금값 반등을 자극했다.

 

실물 수요 역시 견조하다는 분석이다. USA GOLD에 따르면 연준 비둘기파 논조와 실질금리 하락 기대가 맞물리며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돼 실물 금 시장은 꾸준한 매수 흐름을 보였다.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3만5,000건으로 시장 예상치 22만5,000건을 웃돌았고, 이에 달러 인덱스는 104.5까지 밀렸다. 실질금리는 1.85%로 내려가며 금 보유의 기회비용이 낮아졌고, 이 영향으로 실물 금 매수는 56%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 금 프리미엄이 4∼6%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중국 프리미엄이 축소되는 등 글로벌 실물 수급의 지역별 불균형도 이어지며 국제 현물 가격에는 미묘한 상방 압력이 형성되고 있다.

 

국내 시장만 놓고 보면 금값은 단기 조정과 중기 상승 압력이 맞서는 전형적인 박스권 흐름에 놓여 있다. 최근 7일간 국내 금시세는 71만5,500원에서 74만9,925원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1주 평균 대비로는 289원 오르는 데 그쳐 변동 폭은 제한적이지만, 30일 평균과 비교하면 1만4,063원, 1.9% 낮아져 단기 조정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다. 최근 1년 사이 최고가인 85만1,250원과 비교하면 14.4% 낮은 수준이지만, 같은 기간 최저가 42만1,875원보다는 72.7% 높은 가격대에 머물러 있어 중기적 상승 추세 속 일시적 변동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환율 역시 국내 금값을 좌우하는 즉각적 변수다. 달러 원 환율은 지난주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470원대에 진입한 뒤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외국인 순매도 확대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 확대는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반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시사 이후 엔화 약세 속도가 둔화되면서 일부 자금이 원화로 되돌아올 수 있는 여지가 발생했고, 이는 원화 강세 가능성을 키우며 금값 변동성 축소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금시세는 국제 시세 대비 환율 효과로 완충을 받으며 상승 압력과 조정 압력이 맞서는 중립 구간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향후 연준의 추가 발언과 미국 고용·물가 지표, 실질금리와 달러 인덱스 흐름, 중국·인도의 금 프리미엄 변화, 달러 원 환율 추세 등을 좌우 변수로 주시하고 있다. 특히 온스당 4,100달러선의 기술적 지지와 저항 여부가 국제 금가격 향방을 가를 핵심 분기점으로 인식되는 만큼, 이 가격대가 단기 조정을 마무리하고 재차 상승 흐름을 재개할지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금 시장의 향후 방향성은 연준 통화정책과 글로벌 경기 지표 간 힘겨루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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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연준#달러원환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