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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TY 석권 클레르옵스퀴르 33원정대…무료업데이트로 흥행 굳힌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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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과 PC 게임 시장에서 라이브 서비스 전략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가운데, 스마일게이트가 국내 공동 퍼블리싱을 맡은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가 글로벌 상과 흥행을 동시에 잡으며 장기 서비스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더 게임 어워드 2025에서 올해의 게임을 포함해 9관왕에 오른 직후, 개발진은 신규 지역과 고난도 엔드 콘텐츠, 그래픽 및 언어 지원 확장을 담은 대규모 무료 업데이트를 단행하며 팬덤 결속과 수명 연장에 나선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인디 감성 기반의 싱글 플레이 타이틀이 라이브 서비스형 운영을 결합해, AAA 중심의 글로벌 패키지 게임 생태계에 새로운 수익 구조를 제시하는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12일 발표를 통해 국내 공동 퍼블리싱작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가 더 게임 어워드 2025에서 올해의 게임 상을 수상했다고 전하며, 이를 기념한 이른바 감사 업데이트를 이날부터 전 플랫폼에 순차 적용한다고 밝혔다. 33 원정대는 출시 이후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신작 가운데 하나로 꼽혀 왔으며, 글로벌 누적 판매 500만 장을 돌파해 작품성과 시장성을 동시에 검증받은 상태다. 개발사 샌드폴 인터랙티브와 글로벌 퍼블리셔 케플러 인터랙티브는 수상 직후 대규모 콘텐츠와 기능을 무료로 개방해 장기 팬층을 확대하는 쪽으로 전략 방향을 잡았다.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은 신규 지역 베르소의 드래프트다. 이 지역은 주인공 베르소의 어린 시절과 서사적으로 연결된 공간으로, 동화적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운 독창적인 비주얼을 특징으로 한다. 축제 분위기의 게스트랄과 새로운 적, 그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는 구조를 적용해 본편에서 남아 있던 세계관 단서를 보강하는 동시에, 엔드 콘텐츠 진입 전후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도록 설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사 중심 싱글 플레이 게임에서 출시 이후 추가 챕터나 지역을 유료 DLC로 판매하는 관행과 달리, 핵심 월드를 무료로 확장했다는 점이 이용자 유지율 측면에서 주목된다.

 

엔드 콘텐츠인 엔드리스 타워도 대폭 손질됐다. 이번 업데이트로 고난도 보스전이 추가되면서, 기존 층별 전투 반복 구조에서 벗어나 전략적인 패턴 공략과 빌드 다변화가 요구되는 방향으로 설계가 바뀌었다. 보상 체계도 강화됐다. 강력한 픽토와 의상, 장비가 새롭게 제공되며, 리액티브 턴제 전투라는 독자적인 전투 시스템의 깊이를 확장하는 효과를 겨냥했다. 리액티브 턴제 전투는 전통적인 턴제 구조에 실시간 반응 요소를 결합한 방식으로, 턴 사이에 입력 타이밍과 조건부 반격, 환경 상호작용 등을 배치해 몰입감을 높이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반복 플레이를 유도하는 엔드리스 타워에 이 시스템을 밀도 높게 적용함으로써, 고레벨 이용자의 이탈 방지와 스트리밍 콘텐츠 확대를 동시에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오디오와 시각 연출도 라이브 서비스 관점에서 재정비됐다. 다수의 수상 경력을 보유한 작곡가 로리앙 테스타르의 신규 OST가 수록되면서, 메인 스토리 이후에도 음악적 경험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함께 이뤄졌다. 추가된 트랙은 유튜브 뮤직 등 주요 디지털 음원 플랫폼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배포 범위를 넓혀, 게임 내 경험이 외부 음악 플랫폼 소비로 이어지는 IP 확장 구조를 구축했다. 요청이 많았던 공식 포토 모드 도입도 눈에 띄는 변화다. 이번 업데이트부터 이용자는 스토리와 전투 장면을 원하는 구도로 캡처할 수 있게 돼, 회화적 연출을 강조해 온 게임의 예술적 비주얼을 2차 창작과 커뮤니티 공유로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글로벌 팬층 확대를 겨냥한 지역화와 기술적 튜닝도 병행됐다. 게임 내 지원 언어에 체코어, 우크라이나어, 라틴아메리카 스페인어, 튀르키예어, 베트남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가 새롭게 포함되며 총 지원 언어 수는 19개로 늘었다. 텍스트 기반 서사가 중요한 RPG 장르에서 언어 수 확대는 진입장벽을 낮추는 직접적인 수단으로, 특히 성장 잠재력이 큰 동유럽과 동남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행보로 볼 수 있다. 현지화 범위를 UI와 자막을 넘어 문화적 표현과 밈까지 세밀하게 반영할 경우, 플랫폼별 이용 시간과 결제 전환률이 유의미하게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 매출에도 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

 

그래픽 품질 부문에서는 AMD FSR 4 기반의 템포럴 업스케일링과 프레임 생성 기술이 새로 적용됐다. 템포럴 업스케일링은 시간축 정보를 이용해 낮은 해상도 렌더링 이미지를 고해상도로 보정하는 방식으로, GPU 연산 부담을 줄이면서도 시각적 선명도를 유지하는 기술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프레임 생성 기능을 결합해 호환 GPU 환경에서는 실제 렌더링된 프레임 사이사이에 AI가 추정한 중간 프레임을 삽입함으로써 체감 프레임레이트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이 조합은 중급 사양 PC나 콘솔에서 품질 모드와 성능 모드를 유연하게 선택하고, 차세대 콘솔世대 교체기에도 플레이 경험을 유지하는 데 유리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스마일게이트와 샌드폴 측은 플랫폼 전반에서 성능 최적화와 편의성을 같이 개선해, 패치 이후 초기 안정성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도 드러냈다.

 

33 원정대의 TGA 수상 기록은 단순 GOTY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더 게임 어워드에서 이 작품은 총 12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올해의 게임 외에도 게임 디렉터상, 각본상, 미술상, 음악상을 포함해 총 9관왕을 달성했다. TGA에서 이러한 수준의 다관왕 기록을 세운 타이틀은 통상 IP 확장과 후속작 개발, 미디어 믹스 전개 등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강해, 장기 브랜드화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특히 서사와 미술, 음악 부문에서 동시에 인정을 받은 만큼, 퀄리티 중심의 싱글 플레이 패키지 시장을 중시하는 유럽과 북미 코어 게이머 층을 발판으로 추가 플랫폼 이식과 콜라보 프로젝트가 논의될 여지도 있다.

 

글로벌 시장 관점에서 보면, 이번 무료 감사 업데이트는 라이브 서비스 모델과 패키지 판매 모델 간 경계가 흐려지는 흐름과 맞물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과거에는 대규모 콘텐츠 확장을 유료 DLC나 시즌 패스로 묶는 전략이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TGA 수상작과 메타 평점 상위권 작품들이 초기에 무료 업데이트를 통해 팬덤을 공고히 한 뒤, 중장기적으로 굿즈, OST, 아트북, 콜라보 DLC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 33 원정대 업데이트도 수상 효과를 활용해 이용자 기반을 폭넓게 확보한 뒤, 후속 IP 전개나 차기작 관심 유도로 이어가려는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게임 산업 입장에서는 스마일게이트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해외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주도한 IP를 국내 시장에 안착시키는 과정에서, 스마일게이트는 단계적인 마케팅과 커뮤니티 운영, 고객 지원을 맡아왔다. 특히 TGA와 같은 글로벌 시상식 수상 소식을 국내 이용자에게 빠르게 전달하고, 무료 업데이트를 연계한 이벤트를 병행할 경우, 해외 IP에 대한 국내 팬덤의 충성도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기대된다. 향후 스마일게이트가 이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개발사와의 협업 타이틀에도 글로벌 GOTY 전략을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도 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인디 감성 RPG가 기술적 완성도와 라이브 서비스 업데이트를 결합해, AAA 중심의 글로벌 게임 시장 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본다. 한 게임 산업 연구자는 TGA 수상과 같은 글로벌 인정 이후 얼마만큼 빠르게, 또 얼마나 과감하게 무료 콘텐츠와 기술 업그레이드를 투입하느냐가 향후 팬덤 확장과 IP 수명에 직접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33 원정대의 감사 업데이트가 실제 시장에 안착해 장기 흥행으로 이어질지, 다른 개발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벤치마킹에 나설지에 따라 싱글 플레이 패키지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 지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과 콘텐츠 조합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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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클레르옵스퀴르33원정대#샌드폴인터랙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