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로또도 특유재산”…숨긴 아내, 이혼 소송 땐 변수
12억 원 규모 복권 당첨 사실을 3년 동안 숨긴 채 거액을 사용해 온 아내 때문에 이혼을 고민한다는 30대 남성의 사연이 소개되면서, 복권 당첨금의 법적 성격과 이혼 시 재산분할 범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혼인 기간 중 발생한 로또 당첨금이더라도 원칙적으로는 당첨자의 특유재산으로 보지만, 실제 가정경제 구조와 생활비 부담 비율에 따라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법조계 해석이 나온다. 당첨 사실을 장기간 숨기고 과소비를 반복한 행위가 부부 간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것으로 평가될 경우, 민법이 규정한 재판상 이혼 사유와 위자료 청구 사유로 인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11일 방송된 YTN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결혼 10년 차인 남성 A씨가 출연해 아내의 12억 원 복권 당첨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면서 혼인 관계 유지가 어렵다고 호소한 사연이 전파를 탔다. 사연에 따르면 A씨는 외벌이로 가계를 책임지며 매달 약 100만 원의 생활비와 아파트 대출을 감당해 왔다. 빠듯한 형편을 이유로 지출을 줄이고 저축에 주력해 왔지만, 아내는 복권 당첨 사실을 숨긴 채 별도의 통장을 운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갈등의 직접적 계기는 아내가 술에 취해 귀가한 날이었다. 평소와 다른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A씨는 잠든 아내의 지갑에서 낯선 통장을 발견했고, 계좌 거래 내역을 통해 12억 원 복권 당첨 사실과 이미 당첨된 지 3년이 지났다는 점을 확인했다. 통장에는 4억 원 이상이 이미 사용된 흔적이 있었고, 일부 달에는 카드값만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에 달하는 고액 결제가 반복됐다.
A씨는 자신이 대출을 갚으며 절약하는 동안, 아내가 당첨금을 근거로 고액 소비를 이어 온 사실에 큰 배신감을 표했다. 아내가 내 돈이니까 신경 쓰지 말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갈등은 더 커졌다. A씨는 매달 100만 원씩 생활비를 쥐여주던 자신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법조계에서는 복권 당첨금의 기본 법적 지위를 특유재산으로 본다. 특유재산이란 혼인 전부터 보유했거나, 혼인 중이라도 상속, 증여, 개인 명의 재산 형성 등으로 취득해 본인 소유로 인정되는 재산을 의미한다. 복권 역시 구매자가 단독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우연한 행운으로 획득한 재산으로 분류돼, 원칙적으로는 당첨자 개인의 특유재산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다만 예외가 존재한다. 류현주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방송에서 혼인 중 발생한 당첨금이라면 예외적으로 분할 대상이 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내가 별도 계좌로 관리한 당첨금이라도 남편이 외벌이로 생활비와 주거비를 부담해 가계를 유지했다면, 그만큼 당첨금 보존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서다. 판례상 재산분할은 명의와 무관하게 부부 공동생활 유지에 대한 기여도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법적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좁혀진다. 첫째, 당첨금을 둘러싼 재산분할 비율 설정이다. 복권 당첨이 혼인 중 발생했는지, 그 이후 관리 주체는 누구였는지, 남편이 생활비와 대출 상환 등을 통해 가계 재정의 대부분을 책임져 왔는지가 핵심 판단 요소가 된다. 둘째, 사용된 금액에 대한 책임이다. 류 변호사는 이미 소비된 4억 원 이상 전액에 대해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유재산을 본인이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별도 배상을 청구하기는 어려운 구조여서, 법원은 주로 잔존 재산의 분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혼인 파탄 책임과 위자료 문제다. 민법 제840조 제6호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재판상 이혼을 허용하고 있다. 당첨 사실을 수년간 고의로 숨긴 행위, 가계 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지출 패턴이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훼손했다고 법원이 판단할 경우, 이 조항에 근거한 이혼 인용 가능성이 언급된다. 류 변호사는 당첨 사실을 장기간 은폐하면서 신뢰를 깨뜨렸다면 이 조항에 따른 이혼 사유로 인정될 여지도 있고, 혼인 파탄 책임이 아내에게 있다고 인정되면 위자료 청구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향후 소송으로 번질 경우, 관건은 당첨금 발생 시점과 부부의 재정 역할 분담, 당첨금 사용 내역을 얼마나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는지라고 본다. 특히 당첨금이 다른 자산 취득에 쓰였는지, 제3자에게 증여됐는지, 사치성 소비로 소진됐는지에 따라 재산분할과 위자료 산정이 달라질 수 있다. 류 변호사는 재산분할 등 분쟁에 대비해 당첨금 입출금 내역, 카드 사용 내역, 고가 물품 구매 기록 등을 최대한 확보해 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정신건강 및 가족 상담 전문가들은 거액의 우발 소득이 부부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한다. 사전에 경제 활동과 자산 운용 방식을 공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쪽이 거액 자산을 독점적으로 통제할 경우, 재산권 갈등을 넘어 존중과 신뢰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을 함께 감내해 왔다는 인식이 강한 부부일수록 숨겨진 자산 존재는 심리적 충격을 키울 수 있다.
이번 사연은 복권 당첨과 같은 우발적 재산이 발생했을 때, 부부가 이를 어떻게 공유하고 관리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드러낸다. 경제 공동체로서의 혼인을 전제로 한 민법 체계에서, 개인의 행운과 부부 공동 재산 형성 기여를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한 법원의 축적된 판례가 향후 유사 분쟁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산업계는 아니지만, 다양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와 온라인 복권 판매 확대 속에서 이러한 분쟁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와 인식의 정비가 요구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결국 법원 판단과 별개로, 부부 간 재정 투명성과 신뢰를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가장 현실적인 분쟁 예방책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