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리 정상화 신호에 글로벌 채권 흔들려”…엔 캐리 청산 우려에 미·독 금리도 급등
현지시각 기준 1일, 일본(Japan) 국채시장에서 금리가 급등하며 미국(USA)과 독일(Germany) 등 주요국 채권금리도 동반 상승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자 글로벌 채권시장이 일제히 재가격에 나선 가운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국제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2년 만기 일본 국채(JGB) 금리는 1.015%까지 뛰어 4.3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2년물 JGB 금리가 1%를 넘어선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약 17년 만의 고점으로 평가된다.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도 1.865%로 마감하며 6bp 오르면서, 17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단기와 장기 구간을 막론하고 일본 채권시장에서 금리 상방 압력이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금리 급등의 직접적인 촉매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발언이었다. 우에다 총재는 나고야에서 열린 강연에서 기준금리 조정과 관련해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 적절히 판단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너무 늦지도, 너무 빠르지도 않게 완화 정도를 적절하게 조율할 것”이라고 말해, 초저금리 기조에서 벗어나 통화정책 정상화를 향해 조금 더 명확한 신호를 보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발언 직후 금융시장은 일본은행이 이달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대폭 반영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오는 18∼19일 예정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확률을 불과 일주일 전 25% 미만 수준에서 8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일본은행이 수십 년간 유지해 온 초완화 정책에서 한 발 더 멀어질 수 있다는 기대와 경계가 동시에 반영된 셈이다.
일본 국채 금리의 상승은 곧바로 글로벌 채권시장으로 전이됐다. 대표적인 글로벌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4.087%까지 올라 전 거래일 대비 7.2bp 급등했다. 10년물 독일 국채 금리도 2.749%로 6.2bp 상승하며 유럽 주요국 채권시장 전반에 금리 오름세가 나타났다. 매뉴라이프 존핸콕 인베스트먼트의 공동 최고 투자전략가 매트 미스킨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채권은 일본은행의 12월 금리 인상 신호에 나비효과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일본 금리 상승이 엔 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을 되돌리는 움직임을 자극하며, 국제 자금 흐름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는 관측도 커지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일본의 낮은 금리를 활용해 엔화를 차입한 뒤 수익률이 더 높은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오랫동안 글로벌 유동성 공급의 한 축으로 작용해 왔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마켓의 매크로 전략 책임자 마이클 메트칼프는 “일본 금리가 정상화하고 있다는 점이 명확해질수록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본국으로 가져오거나 적어도 해외 채권 매수 규모를 줄이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이는 국채 발행이 급증하는 시기에 국제 금융의 핵심 공급원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글로벌 채권 수급 구조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분석은 미국과 유럽에서 재정지출 확대와 국채 발행 증가가 이어지는 상황과 맞물려, 향후 주요국 장기금리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 금리 환경 변화의 파장은 가상자산 시장에도 미쳤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5%대 하락률을 기록하며 8만5천달러대로 내려앉았다. 가상화폐 트레이딩 그룹 위터뮤트의 야스퍼 드 메어는 “일본의 낮은 금리가 엔 캐리 트레이드를 가능하게 했지만, 이제 그 거래가 되돌려지면서 모든 위험자산이 매도됐다”고 설명했다. 저금리 엔화를 바탕으로 구축된 레버리지 포지션이 축소되면서, 가상자산을 포함한 글로벌 위험자산 전반에 매도 압력이 가중됐다는 해석이다.
일본 국채 금리는 이미 올해 들어 꾸준한 상승 흐름을 보여 왔다. 연초 이후 10년물 JGB 금리는 약 80bp 가량 상승하며 장기금리 상향 기조를 이어갔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정상화 기대와 함께 일본의 막대한 국가부채 확대 전망, 생명보험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장기채 매입 축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본 국채 금리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구조적 재정 부담과 인구 고령화, 인플레이션 환경 변화가 맞물리면서, 과거와 같은 초저금리 유지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과 유럽 주요 매체들은 일본의 정책 변화 가능성을 글로벌 금융질서 재편의 한 계기로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와 블룸버그 등은 일본은행의 스탠스 변화가 세계 최대 채권 투자자 중 하나인 일본계 기관의 포트폴리오 조정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장기간 이어진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이 사실상 종언을 고하는 수순에 들어섰는지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미·일 금리차 축소를 통해 환율과 자본 흐름, 나아가 아시아 전체의 자금 조달 여건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일본 투자자들의 본국 회귀가 본격화할 경우, 신흥국 채권과 고위험 자산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일본은행이 12월 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그리고 이후 추가 인상 경로를 어떻게 제시할지가 향후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사회와 금융시장은 일본은행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일본 국채 금리 급등이 글로벌 채권과 위험자산 시장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