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인증 도입한 통신3사 휴대폰 개통…대포폰 차단 속 불편도 커져
휴대전화 개통 절차에 얼굴을 카메라 앞에 갖다 대고 좌우로 돌려야 하는 안면인증이 시범 도입되면서, 통신사 대리점 현장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정부와 이동통신업계는 보이스피싱에 악용되는 대포폰 개통을 막기 위한 보안 강화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현장에서는 어색함과 번거로움, 인식 실패로 인한 불편이 동시에 부각되는 모습이다. 업계는 시범 운영 기간 동안 오류 데이터를 축적해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본인 확인 강도와 이용자 경험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작업이 향후 제도 정착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면인증 기반 휴대전화 개통은 23일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대면 채널에서 먼저 적용됐다. 기존에는 신분증 스캐너로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의 위조 여부를 확인하면 개통 절차가 이어졌지만, 이제는 이 과정 뒤에 안면인증이라는 새로운 단계가 추가됐다. 정식 의무 도입 시점은 2026년 3월 23일로 설정됐고, 현재는 제도 시행을 위한 시범 운영 단계다.

실제 매장에서의 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매장 내 신분증 스캐너로 신분증 진위 여부를 판독한 뒤, 직원이 사용하는 태블릿 PC에 본인 확인용 전용 QR코드가 생성된다. 이용자는 자신의 스마트폰 카메라로 이 QR코드를 촬영해 본인 확인 페이지로 접속한다. 이후 이동통신 3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본인확인 애플리케이션 패스 기반의 안면인증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안면인증 화면에는 이용자의 얼굴을 맞추기 위한 원형 가이드라인이 표시된다. 이용자는 정면 얼굴을 비춘 뒤, 안내에 따라 좌우 측면을 차례대로 보여줘야 한다. 평면 사진 한 장으로는 인증이 되지 않는 이유는, 사진이나 미리 촬영된 영상, 타인의 얼굴 이미지를 이용한 위·변조 시도를 걸러내기 위해서다. 실시간으로 얼굴의 움직임과 입체적 특징을 분석해 실제 사람인지 판별하는 이른바 라이브니스 체크 기술이 적용된 구조다.
생체정보 기반 인증 기술인 만큼, 일부 소비자들은 자신의 얼굴 데이터가 별도의 서버에 저장돼 다른 데이터베이스와 대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이 지점에서 거듭 선을 긋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설명에 따르면, 안면인증은 이용자가 제시한 신분증에 인쇄된 얼굴 사진과 현장에서 촬영된 실제 얼굴을 단발성으로 비교하는 구조다.
인증 과정은 신분증 사진과 실시간 촬영 이미지가 서로 동일인인지 여부를 알고리즘으로 대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결과는 예 또는 아니오 형태의 인증 결과값으로만 시스템에 남는다. 인증이 끝나면 촬영에 사용된 얼굴 이미지와 생체 특징 정보는 별도의 서버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지 않고 즉시 폐기되도록 설계했다고 정부는 강조한다. 이른바 생체정보 휘발성을 전면에 내세워, 얼굴 정보 대량 축적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 우려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러한 구조는 인증 정확도가 신분증 사진의 상태와 촬영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한계를 내포한다. 신분증 사진이 촬영된 지 오래돼 현재 얼굴과 차이가 크거나, 사진 자체의 해상도가 낮은 경우, 또 매장 조명이나 카메라 각도, 빛 반사 등 주변 환경 변수로 인해 실시간 얼굴이 가이드라인에 정확히 들어오지 않으면 알고리즘의 매칭 정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매장에서 안면인증을 시도하던 일부 이용자들은 안내에 따라 여러 차례 정면과 좌우 얼굴을 재차 보여줬음에도 인증에 실패했다.
인증이 반복해서 실패할 경우, 대리점 내에서는 같은 동작을 계속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이용자는 직원과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점점 민망함과 당혹감을 드러내고, 직원은 조명 조정, 스마트폰 위치 안내 등 추가적인 설명을 거듭해야 한다. 초기 도입 단계인 만큼, 개통 시간이 종전보다 길어지고 업무 처리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 현장 직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절차와 설명이 모두 늘어난 만큼 “적응기 동안에는 개통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술 측면에서는 패스 앱 버전 호환성도 변수가 되고 있다. 안면인증 단계는 최신 버전의 패스 앱을 전제로 설계됐기 때문에, 이용자의 스마트폰에 구버전이 설치된 경우 업데이트부터 진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앱스토어 접속, 다운로드, 재실행 등 추가 절차가 필요해지고,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대기 시간이 늘어나 개통 전체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사례도 나온다. 매장 직원 입장에서는 기존에는 필요하지 않았던 패스 설치와 업데이트, 권한 설정 방법까지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이동통신업계는 안면인증 도입이 대포폰을 겨냥한 근본적 대책이라고 강조한다. 지금까지는 타인의 신분증을 위조하거나 명의를 빌려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수법이 보이스피싱, 계좌 대여, 각종 금융사기 범죄에 악용돼 왔다. 신분증 진위만 확인하는 방식으로는 실제 신분증 소지자가 명의자 본인인지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안면인증은 신분증 사진과 실제 얼굴을 한 번 더 교차 검증해, 명의자 본인 여부를 직접 확인하는 이중 보안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정책 당국이 기대를 거는 지점이다.
알뜰폰 사업자의 도입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리다. 정부는 시범 도입 계획을 발표할 당시 일부 알뜰폰사 43곳의 비대면 채널 64개에도 안면인증을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아직 구현되지 않았다. 알뜰폰 종합 정보 플랫폼 알뜰폰 허브에서 요금제 신청을 진행해 보면, 약관 동의 이후 본인 인증 수단은 신용카드 인증이나 간편 본인 인증 등 기존 수단에 머물러 있고, 부정 가입 방지를 위한 절차는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 진위 확인 수준에 머무는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알뜰폰사는 안면인증 도입을 약 3개월 유예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도입 준비 기간 동안 공통 기술 인프라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중소 사업자들도 무리 없이 본인 확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자본력과 개발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알뜰폰사가 안면인증 시스템을 독자 구축할 경우, 비용 부담과 기술 난이도가 적지 않다는 현실적 제약도 작용하고 있다.
결국 휴대전화 개통 안면인증 제도의 안착 여부는 두 가지 축에서 갈릴 전망이다. 하나는 알고리즘 정밀도와 위변조 탐지 성능을 높여, 타인의 얼굴 이미지나 합성 영상으로는 통과할 수 없으면서도 정당한 이용자는 한 번에 신속하게 인증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술을 고도화하는 작업이다. 다른 하나는 이용자 경험 측면에서, 매장 내 민망함과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내 방식, 촬영 환경 개선, 매뉴얼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시범 운영 기간 동안 이동통신사와 정부는 실패 사례와 인식 오류 데이터를 수집해 조명, 각도, 해상도 등 변수에 대한 보정 알고리즘을 계속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를 줄이기 위해서는 얼굴 이미지의 즉시 폐기 원칙을 기술적으로 검증하고, 외부 감사나 인증을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는 단계도 요구된다. 산업계는 안면인증 기반 개통이 대포폰 차단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이용자 거부감이 임계점을 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