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 확대”…쿠콘, 3분기 수익성 개선으로 눈길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가 국내 핀테크 기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 데이터와 결제 인프라를 모두 보유한 기업이 디지털자산 기반 결제망을 결합하면서, 전통 금융 IT와 블록체인 결제 기술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시도가 향후 글로벌 결제 표준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쿠콘은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3억4000만원, 영업이익 47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4퍼센트, 영업이익은 6.3퍼센트 증가했다. 단기 거래 규모 확장보다 마진이 높은 상품과 고객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전략이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술 사업의 한 축인 데이터 부문은 3분기 매출 85억6000만원으로 전 분기 대비 소폭 상승했다. 비대면 서류제출 자동화 수요가 커지면서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데이터 응용프로그램, 즉 API 도입이 늘어난 결과다. 금융기관은 계좌, 대출, 카드, 공공문서 등 여러 시스템에 흩어진 데이터를 API로 연동해, 고객이 서류를 직접 제출하지 않아도 대출 심사나 계좌 개설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는 동시에 인력 비용 절감 효과도 가져오는 것으로 평가된다.
쿠콘은 4분기에 증권사와 보험사를 대상으로 데이터 API 상품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동시에 의료, 통신, 에너지 등 비금융 영역에서 추진되는 마이데이터 정책에 맞춰 개인정보 관리 전문기관 지정을 준비하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제3자 제공을 통제하는 제도로, 관련 인프라와 보안 체계를 갖춘 사업자에게 새로운 서비스 기회를 제공한다. 쿠콘은 금융과 비금융 데이터를 하나의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로 제공하는 플랫폼 전략을 통해, 다양한 산업의 데이터 연계 사업을 노린다.
또 다른 축인 페이먼트 부문은 3분기 매출 87억8000만원으로 전 분기 대비 6.9퍼센트 성장했다. 간편결제 및 COATM 거래량 증가가 기본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고, 전자금융 서비스 부문에서 대형 고객사를 신규 확보한 점도 매출 확대를 이끌었다. COATM은 ATM 인프라를 개방형 플랫폼처럼 활용해 여러 금융·핀테크 서비스와 연동하는 개념으로, 은행 외 사업자도 출금과 입금, 송금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구조다.
쿠콘은 4분기에 자금세탁방지와 비대면 고객확인 등 레그테크 기반 신규 상품 판매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레그테크는 규제 준수와 리스크 관리를 IT 기술로 자동화하는 솔루션을 뜻한다. 금융권은 국제 기준에 맞춘 자금세탁방지, 고객 신원확인, 이상거래 탐지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데, 이를 API와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로 제공하면 금융기관은 시스템 구축 비용을 줄이면서 규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쿠콘은 eKYC를 통해 신분증 진위 확인, 생체 인증, 계좌 검증 등을 연동해, 디지털 온보딩 전 과정을 묶은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결제사와의 연동도 빨라지고 있다. 쿠콘은 9월 유니온페이, 10월 위챗페이를 오픈한 데 이어 알리페이,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등과의 제휴를 추진하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 결제망을 국내 가맹점과 연결하면, 국내 이용자는 해외 간편결제를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고 해외 관광객은 자국에서 쓰던 결제수단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페이팔,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이 국경 간 결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어, 국내 플랫폼이 어느 수준까지 연동 범위를 넓히느냐가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쿠콘은 차세대 결제 생태계 구축을 위해 스테이블코인 기반 간편결제 인프라도 준비 중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줄인 디지털 자산으로, 송금과 결제에 적합하다고 평가된다. 쿠콘은 솔라나 재단, 인피닛블록, 파라메타 등 국내외 블록체인 기업과 양해각서 체결을 마치고 스테이블코인 결제 서비스 개념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솔라나와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은 초당 처리 건수와 수수료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 소액 다빈도 결제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또 쿠콘은 약 200만 개의 QR결제 가맹점, 10만 개 프랜차이즈, 4만 대 ATM 인프라를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기존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용자는 QR을 스캔해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고, 필요 시 ATM에서 원화로 바로 출금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이러한 구조가 구축되면 디지털자산 사용성을 높이면서도, 이용자 입장에서는 기존 계좌 기반 결제와 큰 차이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가상자산 관련 규제, 외환 관리, 자금세탁방지 기준 등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금융당국과의 협의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디지털 결제와 데이터 사업을 아우르는 플랫폼 전략은 규제 변화와도 맞물린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마이데이터 고도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각국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가 마련되는 중이다. 규제가 정교해질수록 AML, eKYC 등 레그테크 수요가 늘고, 데이터와 결제 인프라를 모두 가진 사업자는 통합 솔루션 제공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심석민 쿠콘 페이먼트 부문 상무는 3분기에도 데이터와 페이먼트 양축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수익성 개선을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4분기에는 기존 사업의 안정적 성장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 구축, 글로벌 페이 파트너십 확대 등 미래 성장동력을 본격 가동해 차세대 글로벌 결제 플랫폼 리더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산업계는 쿠콘의 전략이 실제 시장에서 어느 수준의 트래픽과 수수료 수익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규제 환경 변화 속에서 어떤 사업 모델이 살아남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