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출신 CEO카드”…KT노조 환영표명 조직안정 시험대
KT 차기 최고경영자 인선이 통신업계와 자본시장의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내부 출신 CEO 카드에 노조가 환영의 뜻을 밝히며 조직 안정 기류가 조성되는 분위기다. 5세대 이동통신,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등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는 시점에서 현장 경험이 풍부한 내부 인사가 수장으로 올라설 경우, 전략 실행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동시에 최근 보안 해킹 사고 등 리스크 관리 과제가 남아 있어, 새 리더십이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며 ICT 인프라 기업으로서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선이 KT의 디지털 전환 전략과 지배구조 안정화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KT노동조합은 17일 성명을 내고 KT 이사회가 차기 CEO 후보자로 박윤영 전 사장을 발표한 데 대해 내부 출신 인선이라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노조는 조합원과 함께 내부 출신 후보 선정에 적극 환영 의사를 밝히며, 조직과 사업 구조를 잘 아는 리더가 경영을 맡을 경우 시스템 이해와 현장 정서 파악에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신망 운영과 기업용 서비스, 미디어·클라우드 사업 등 복잡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통신 대기업 특성상, 현장 경험이 전략 의사결정의 속도와 정합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KT노조는 앞서 11월에도 성명을 통해 차기 CEO의 조건으로 외풍으로부터 자유로운 지배구조, 통신 전문성, 경영 능력, 구성원 신뢰를 동시에 갖춘 인물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노조는 외부 이해관계자의 압력에 좌우되지 않으면서도 5G와 광대역 인터넷, 기업용 솔루션 등 핵심 인프라 사업을 이해하는 전문가형 CEO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번 내부 출신 인선에 대해 노조가 KT 이사회가 이러한 우려와 요구를 일정 부분 반영했다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노조는 인선 절차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이사회에 끝까지 책임 있게 과정 관리를 해 줄 것을 주문했다. 통신 인프라는 국가 기간망 성격이 강해, CEO 공백 기간이 길어질 경우 대규모 투자 의사결정과 보안·품질 관련 대응 체계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특히 5G 고도화와 차세대 유선망, 데이터센터 증설 등 대규모 설비 투자가 예정된 상황에서, 최고경영자의 부재는 프로젝트 지연과 투자 효율성 저하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노조가 가장 먼저 언급한 키워드는 통합 리더십이다. 노조는 후보자가 내부 결속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못 박으면서, 능력이 검증되고 구성원 신망이 두터운 인재를 과감히 중용할 것을 요구했다. 동시에 외부 네트워크에 기대 선별된 무능한 인사들을 정리해 조직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신업계에서는 그동안 통신사들이 신사업 확대와 대관 업무 과정에서 외부 인력 영입을 늘려왔지만, 일부에서 현장과 따로 노는 인사 구조가 형성됐다는 지적도 있었던 만큼, 이번 노조의 요구는 내부 전문성 중심의 인사 재편을 촉구하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최근 발생한 보안 해킹 사고에 대한 언급도 눈길을 끈다. 노조는 내부 통제 시스템이 등한시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후보자가 관련 사안을 철저하게 수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고속 통신망과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프라를 보유한 통신사는 방대한 이용자 데이터와 기업 고객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정보보호 체계와 내부 통제 시스템은 기업 신뢰도의 핵심 축으로 작용한다. 글로벌 통신 시장에서도 대규모 해킹 사고를 계기로 보안 투자와 내부 통제, 개인정보 보호 규제 준수가 주요 경영 지표로 부각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KT노조는 조직 안정과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토대 위에서 혁신과 성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남겼다. 통신 요금 규제, 5G 투자 부담, OTT·빅테크와의 경쟁 등 복합적인 경영 환경 속에서 단기 실적 중심의 구조조정보다는 장기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특히 인공지능,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사업 분야에서는 통신 인프라 기업의 데이터 처리 능력과 네트워크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만큼, 조직 내 전문 인력 유치와 유지가 성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노조는 앞으로 후보자가 인수인계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경영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CEO 교체 시기에 대형 통신사 주가 변동성과 투자 의사결정 지연이 맞물리면, 중장기 네트워크 고도화 전략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신사는 주파수 재할당, 설비투자 계획, 요금제 개편 등 규제당국과의 협의가 많은 산업 특성을 지니고 있어, 최고경영자의 정책 대응 능력과 정부·규제 기관과의 소통 역량이 경영 리스크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통신업계에서는 이번 내부 출신 CEO 인선이 KT의 디지털 전환 전략과 조직 문화 재편에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통신사들은 이미 네트워크 기반 통신 사업자에서 클라우드·콘텐츠·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내부 엔지니어 출신 수장과 외부 플랫폼 전문가 출신 수장의 조합을 두고 각기 다른 전략을 택하고 있다. KT가 내부 출신 CEO 체제를 통해 현장 중심의 실행력을 강화하는 선택을 한 만큼, 향후 인공지능 기반 네트워크 운영, B2B 솔루션, 공공·산업용 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서 어떤 투자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노조는 성명을 마무리하며 후보자가 국민기업 수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경우, KT를 최고의 기업으로 만드는 데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내부 출신 CEO 카드를 둘러싼 지배구조 논란과 노사관계 불확실성이 완화될 여지가 커진 셈이다. 산업계는 새 리더십이 조직 통합과 보안 사고 수습, 신사업 추진을 균형 있게 이끌어내며 실제 시장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