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상장 대신 내부 성장 택한다”…리플, SEC 소송 승리에도 IPO 보류 파장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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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7일, 미국(USA) 가상자산 기업 리플(Ripple)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오랜 소송에서 승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공개(IPO)를 추진하지 않기로 공식 선언했다. 이번 결정은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상장에 나서는 흐름과 대조되며, 리플이 자사의 강력한 자본 구조와 안정적 성장에 집중하는 전략적 전환점을 맞았음을 시사한다.

 

리플은 2020년 말 13억 달러 규모의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SEC의 제소를 받은 이후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2025년 3월 SEC가 소송을 전격 취하하면서 법적 리스크 상당 부분이 해소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리플은 IPO 대신 내부 성장과 유동성 공급 강화 방안에 방점을 찍고, 수년간 이어진 상장설에 종지부를 찍었다. 모니카 롱(Monica Long) 사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는 매우 탄탄한 자본 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자체 자금만으로도 모든 주요 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플, IPO 계획 철회…SEC 소송 승리에도 상장 보류 배경은
리플, IPO 계획 철회…SEC 소송 승리에도 상장 보류 배경은

그 배경에는 리플의 실질적인 성장과 대규모 투자 유치가 있다. 리플은 비상장사로 공식 실적 공개 의무는 없으나, 시장조사업체 CBI 인사이트는 2024년 리플 매출을 약 13억 달러로 추정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RLUSD) 확산과 글로벌 규제 환경 개선에 힘입어 고객 수는 2배 증가했다는 설명도 나왔다. 올해에는 시타델 시큐리티즈, 팬테라 캐피털, 갤럭시 디지털 등 핵심 투자기관에서 5억 달러 상당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며 주주·직원에 유동성을 제공했고, 발행 주식의 25% 이상을 자사주로 매입하는 등 재무 안정성까지 확보했다.

 

이런 ‘비상장 유지’ 노선은 업계 흔치 않은 결정이다. 서클(Circle), 불리시(Bullish), 제미니(Gemini) 등 주요 가상자산 기업들이 연이어 IPO에 나서는 흐름과 달리, 리플은 내부 자금 조달과 사업 확장에 집중하는 독자 전략을 채택했다.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CEO가 2020년 “IPO는 자연스러운 진화”라던 견해와 달라진 모습이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리플의 강력한 규제 대응력과 투자 유치 성과, 자금 여유가 자체 성장 모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코인텔레그래프 등 외신도 “리플의 결정이 단기 경영 안정에는 유리하나 장기적으로는 시장 접근성과 투명성에서 과제”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비상장 체제의 한계도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본시장 접근성과 기업 투명성 측면의 제약, 글로벌 규제 방향 전환에 따른 대응력 등이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가상자산 시장과 규제환경 변화가 리플의 기업가치에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투자자 심리에 따라 급격히 출렁이는 특성이 두드러진다. 내재가치 부각보다 기대심리에 의존하는 자산 구조상, 리플 역시 시장 변동성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한다. 투자자들은 단기 상승 흐름보다 구조적 위험과 장기적 관점에서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뒤따른다.

 

국제사회는 리플의 이번 IPO 보류 결정이 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 변화와 글로벌 자금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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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sec#i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