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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지원도 AI 전환 한싹 육군 수요예측 실증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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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반 수요예측 기술이 군수 분야에 처음으로 본격 적용되며 국방 물류 체계의 전환 신호탄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싹이 육군군수사령부와 함께 군수지원 소요를 산정하는 AI 모델과 솔루션을 구축해 전군 최초로 실증을 마친 것이다. 반복적인 수작업에 의존해오던 군수 산정 프로세스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로 재편될 수 있을지 업계와 국방 당국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싹은 육군군수사령부 군수지원 소요산정 인공지능 모델을 완성하고, 해당 모델을 탑재한 AI 소요산정 솔루션 개발을 끝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육군 군수지원 체계 전반에 AI를 적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인력 경험에 의존해 온 의사 결정의 신뢰도를 정량 데이터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특히 대대급 부대에서 부담해 온 군수업무의 반복 입력과 검토 과정을 줄이고,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산정 업무를 AI로 대체하도록 설계했다. 한싹 측은 소요 산정 정확도와 처리 속도를 동시에 개선하는 방향으로 모델 구조와 서비스 기능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기술 개발은 한싹 AI융합연구센터가 맡았다. 연구진은 육군 군 정보체계에 다년간 축적된 군수 데이터를 수집·정제해 학습 데이터셋을 구축했고, 이를 바탕으로 군수 품목별 수요를 예측하는 AI 모델을 구현했다. 단순 시계열 예측이 아니라 군수 품목 특성, 계절과 작전 환경, 운용 조건 등 복합 변수를 반영해 패턴을 학습하도록 한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이 AI 예측 모델은 군수지원 업무에 최적화된 상용 솔루션 형태로 구현됐다. 한싹이 내놓은 AI 소요산정 솔루션에는 군수 데이터 수집부터 예측 결과 시각화까지 전 과정을 포함한 기능이 포함된다. 군 단위에서 검증된 알고리즘을 인터페이스와 보고 체계까지 묶어 하나의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구조다.

 

핵심 기능으로는 우선 군수 데이터 수집과 정합성·품질관리 체계 구축이 제시된다. 여러 정보체계에 분산돼 있는 군수 데이터를 자동 수집하고, 오류값·누락값을 검출해 신뢰 가능한 데이터 저장소를 만드는 기능이다. AI 모델이 성능을 유지하려면 입력 데이터의 일관성과 품질이 중요하다는 점을 반영했다.

 

둘째로 품목별, 시기별, 운용 조건별 소요 패턴을 학습해 예측 값을 산출하는 기능이 탑재됐다. 특정 장비와 탄약, 물자 등 각 품목이 어떤 작전 환경과 기간에서 얼마나 소요됐는지를 학습해, 향후 유사한 조건이 주어졌을 때 필요한 물량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기존 경험 기반 추정보다 수치 편차를 줄이고 재고 과부족을 예방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셋째로 예측 결과에 대한 근거 확인과 비교 검증 기능도 포함된다. 사용자는 예측 결과가 과거 어떤 데이터 패턴과 변수 조합을 근거로 도출됐는지 확인할 수 있어 설명 가능성을 확보했다. 더불어 수기 산정 값이나 기존 기준과 비교해 차이를 검증하고, 편차 원인을 분석하는 기능을 통해 AI 도입에 대한 현장 수용성을 높이려 했다.

 

이 밖에 예측 산정 결과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대시보드 형태의 데이터 시각화, 실시간 데이터 갱신 기능, 작전 시나리오별 소요 산정 결과 분석 및 보고서 자동 생성을 지원한다. 부대와 상급부대가 같은 데이터를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관점에서 필요한 분석 리포트를 얻을 수 있는 구조다.

 

한싹과 육군은 솔루션 도입으로 인력 의존도가 높았던 산정 검토 업무를 줄이고, 데이터 기반으로 표준화된 의사결정 절차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한다. 기존에는 담당자의 경험과 관행에 따라 산정 결과 편차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AI 기반 표준 모델을 적용하면서 기준 일관성이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야전부대 입장에서는 반복적인 수기 입력과 다단계 보고 작성 부담을 줄인 것이 가장 큰 변화로 꼽힌다. 장병이 직접 수치를 취합·계산하던 업무를 AI와 시스템이 대체하면서, 현장에서는 실제 작전 지원과 장비 정비, 병참 지원 등 본연의 임무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방 내 AI 전환 흐름 속에서 이번 사례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한싹은 이번 사업 성과가 국방 AI 전환 전략에서 전군 최초 육군 실증 성공사례로 공식 인정됐다고 밝혔다. 실제 군수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예측 모델을 운용해 성과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개념 검증 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평가된다.

 

한싹은 육군군수사령부 구축 성과에 대한 완성도를 인정받아 사령관 감사장을 수여받았다. 국방부가 추진 중인 AX 정책 방향에 따라 향후 해군과 공군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구조를 이미 염두에 두고 모델과 솔루션을 설계한 만큼, 타 군으로의 확산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해외 주요국도 국방 물류와 군수 체계에 AI와 데이터 분석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군수품 수요 예측과 정비 주기 최적화를 위해 민간 물류 분야에서 검증된 AI 플랫폼을 국방 시스템에 이식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한국은 군 특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체 모델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규제나 보안 측면에서는 국방 정보보호 규정과 보안 인증 체계를 충족하는 것이 관건이다. 군수 데이터는 작전 계획과 전력 배치 정보를 간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어, AI 학습과 운용 과정에서 데이터 비식별화와 접근 통제, 보안 검증 절차 준수가 필수적이다. 한싹은 보안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환경에서 모델 학습과 서비스를 설계했다고 설명한다.

 

한싹은 이번 군수 분야 실증을 발판으로 국방 전체로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민간 제조·물류·유통 산업에도 유사한 수요 예측 솔루션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생산 계획, 재고 관리, 공급망 운영 등에서 수요 예측 정확도가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만큼, 군수에서 검증된 AI 기술을 민간 시장 공략의 레퍼런스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주도 한싹 대표이사는 국방 환경에서 실제 군수 데이터를 활용해 AI 기반 소요 예측 기술을 성공적으로 실증하고, 전군 최초로 육군 군수 업무에 적용한 데 의미를 두며 실효성 있는 AI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군수 분야 AI 전환이 어느 속도로 다른 병과와 민간 영역으로 확산될지, 그리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문화가 정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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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싹#육군군수사령부#국방ai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