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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따라 걷는 섬길”…고흥, 느리게 머무는 남해의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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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따라 걷는 섬길”…고흥, 느리게 머무는 남해의 쉼표

윤선우 기자
입력

요즘 남쪽 바다를 찾아가는 이들이 늘었다. 예전엔 멀고 낯선 곳이라 여겨졌지만, 이제는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남해 고흥이 작은 쉼표가 돼 준다. 걷다 보면 마음이 누그러지는 주변 풍경과, 곳곳에 숨어 있는 고유의 맛과 향이 그곳에 머무는 이유가 된다.

 

고흥을 찾는 이들은 주로 남열해돋이해수욕장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잔잔한 파도와 부드러운 백사장 위로 작은 새벽 햇살이 밀려오면, 아무 말 없이 해변을 걷기만 해도 세상의 소란이 멀게만 느껴진다. 특히 동해 못지않게 붉은빛이 퍼지는 일출 순간에는, 놓치고 싶지 않은 찰나를 사진으로 남기려는 여행객들이 많다.

출처=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힐링파크 쑥섬쑥섬'
출처=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힐링파크 쑥섬쑥섬'

숲길 산책을 원한다면 쑥섬쑥섬 식물원이 남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섬 전체가 자연 정원으로 꾸며져 있어, 한 발 한 발 걸을 때마다 푸른 바다와 수천 가지 식물이 어우러진 모습에 마음이 환해진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이 산책로에서는 자연이 들려주는 조용한 위로를 느낄 수 있다. 자연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다.

 

달콤한 휴식이 필요하다면 유자향 가득한 카페 유쟈에서 한숨 돌릴 수 있다. 직접 재배한 유자청으로 만든 음료와 수제 디저트는 고흥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함이다. 카페 곳곳에 놓인 소품과 유기농 원료가 주는 감각적인 분위기에, 여행자로서의 하루도 한결 차분해진다.

 

국내산 커피를 맛보고 싶다면 커피농장 산티아고 본점이 추천 코스다. 논이 한눈에 들어오는 너른 농장에서, 방금 볶은 원두로 내린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느긋한 평화를 경험할 수 있다. 로스팅이나 핸드드립 체험 프로그램도 열려 있어, 커피 한 잔 너머의 이야기를 직접 만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남해안권 생태·휴식형 여행지 방문 비중이 최근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보다, 나만의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한적한 소도시와 섬, 비일상의 자연이 점차 주목받는 분위기가 강하다.

 

트렌드 전문가들은 “이제 여행의 본질은 변화가 아닌 회복에 있다”고 표현한다. 여행을 스스로의 속도에 맞춰 걸으며, 몸과 마음을 환기하는 데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지 카페 방문객들은 “오래 머물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았다”, “어릴 적 시골집에서의 휴가가 떠올랐다” 등 경험담을 남겼다. 남도의 여유와 정서가 일회성 딱지 여행이 아니라 ‘지속되길 바라는 일상’이 됐다는 것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사진만으로도 힐링된다”, “언젠가 꼭 가 보고 싶은 곳”이라는 공감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고흥 여행기를 올린 SNS 피드에는 ‘마음이 밝아진다’며 자신의 추억을 꺼내 들려주는 이도 적지 않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고흥의 노란 햇살 아래 서 있으면, 어디에 있어도 ‘내가 나에게 돌아오는 휴식’이 가까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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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쑥섬쑥섬#카페유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