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주의 회복·성평등 강화”…이재명, 믹타 정상회동 주재하며 가교 역할 강조
정치적 갈등과 지정학적 경쟁 속에서 중견국 외교 무대가 다시 부각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끄는 믹타 협의체가 다자주의 회복과 성평등 의제에 힘을 싣고 있어 향후 외교 지형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 주목되고 있다.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현지시간으로 요하네스버그에서 중견 5개국 협의체 믹타 정상 회동을 주재했다. 한국은 올해 2월부터 1년간 믹타 의장국을 맡고 있으며, 이 대통령은 의장 자격으로 회동을 이끌었다.

믹타에는 대한민국을 비롯해 멕시코,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호주 등 다섯 개 나라가 참여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정상들이 국제 사회의 공동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자주의 회복과 국가 간 협력의 실질적 진전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앤소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 인도네시아 부통령, 에드가르 아마도르 사모라 멕시코 재무장관이 참석했다. 정상 및 각료들은 G20이라는 거대 무대 속에서 중견국들이 목소리를 조율하는 별도 트랙을 가동한 셈이다.
정상들은 공동언론발표문에서 “믹타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면서 글로벌 다자주의 강화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올해는 이런 믹타의 정체성과 역할을 재확인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의장국으로 나선 시기에 중견국들이 스스로의 위상을 재정립하겠다는 뜻을 담은 대목이다.
또한 발표문은 “계속되는 지정학적 긴장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공급망의 복잡성 등 국제사회의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도전 과제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믹타는 회원국 간 긴밀한 조율을 통해 지속 가능한 국제질서 구축에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급망 재편과 안보 리스크가 겹친 국제 환경에서 중견국 연대의 필요성을 부각한 셈이다.
정상들은 성평등 과제도 별도로 짚었다. 공동언론발표문은 “정상들은 모든 분야에 있어 여성들의 완전하고 안전하며 동등하고 의미 있는 참여를 우선시할 것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경제·정치·사회 전 영역에서 여성의 참여와 보호를 핵심 원칙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명문화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정상들은 올해 의장국인 대한민국이 제시한 믹타 3대 우선 과제에 힘을 실었다. 발표문에는 “올해 의장국인 대한민국의 ‘평화구축·청년·지속가능발전 목표 이행 가속화’라는 3대 우선 과제에 대해 지속적인 지지를 표명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평화 구축과 청년 세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이행 속도를 높이겠다는 한국 정부의 구상이 중견국 협의체 차원의 공감대를 확보한 셈이다.
대통령실은 믹타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중재와 조정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한국의 의장국 역할이 향후 대외 전략 전반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G20 계기 다자 외교 무대에서 믹타를 활용한 중견국 연대가 한미일, 한중 등 양자·삼자 외교와 어떤 균형을 이룰지 주목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중견국 연대 강화가 글로벌 공급망, 기후위기, 개발협력 등에서 한국의 협상 지렛대를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실제 정책 이행과 재원 투입 등 구체적 후속 조치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상징적 선언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G20 정상회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믹타를 포함한 다양한 다자 협의체를 통해 평화와 경제, 성평등 의제를 병행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향후 유엔 총회와 주요 다자 회의에서도 믹타 합의를 토대로 평화구축과 청년, 지속가능발전 목표 이행 가속화 방안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