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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구글은 그대로”…구글, 제미나이 전환 연기 여파 촉각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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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차세대 인공지능 모델 제미나이3를 전면에 내세우며 챗GPT를 넘어섰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일상 속 음성 비서 경험은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스마트폰과 차량, 스피커에서 쓰이는 음성 비서 서비스가 기존 구글 어시스턴트 체제를 유지하면서, 제미나이 기반 음성 비서로의 전환 시점이 내년 이후로 밀렸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거대언어모델 기반 대화형 AI와 10년간 축적된 음성 비서 기능 사이의 격차를 조정하는 작업이 본격적인 전환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제미나이 앱 커뮤니티 포럼 공지를 통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제미나이로 전환하는 계획의 일정을 수정한다고 밝혔다. 올해 연말까지 대부분 모바일 기기에서 어시스턴트를 제미나이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기존 청사진을 내년 이후로 미룬 것이다. 구글은 향후 몇 달 안에 구체적인 일정과 기능 차이를 정리한 세부 계획을 다시 공개하겠다고 밝히고, 현재 제미나이 앱 사용자들로부터 사용 경험과 피드백을 수집하는 중이다.

현재 구글 어시스턴트는 날씨 확인, 알람·타이머 설정, 음악 재생, 일정 관리, 번역, 스마트홈 기기 제어 등 비교적 정형화된 음성 명령을 수행하는 서비스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 구글 및 타사 스마트 스피커, 갤럭시 워치 등 다양한 기기에 탑재돼 구글 생태계의 기본 인터페이스 역할을 해 왔다. 반면 제미나이는 거대언어모델을 기반으로 한 대화형 AI로, 사용자의 질문 맥락을 연속적으로 이해하고 창의적인 답변을 생성하는 능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기술 구조도 다르다. 어시스턴트는 의도 인식과 명령 분류를 중심으로 특정 키워드와 문장 패턴을 인식해 사전에 정의된 기능을 실행한다. 반면 제미나이는 대규모 텍스트·코드·멀티모달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을 통해 자연어 자체를 이해·생성하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이 때문에 복잡한 설명을 요약하거나 여러 단계의 추론이 필요한 질문에는 제미나이가 유리하지만, “내일 오전 7시 알람 맞춰줘” 같이 실패 허용 폭이 거의 없는 단순 업무의 정확도와 일관성에서는 아직 어시스턴트가 더 안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와 해외 IT 전문 매체들은 전환 지연 배경으로 세 가지 요인을 거론한다. 첫째는 기능 격차다. 제미나이가 문장 이해·생성 측면에서는 고도화됐지만, 알람 정확도, 여러 기기를 동시에 제어하는 스마트홈 루틴 실행, 오프라인 명령 처리 등 어시스턴트가 10년간 다듬어 온 기능을 완전히 대체하기 위해선 추가 튜닝과 검증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둘째는 사용자 경험 측면의 혼란 최소화다. 수억 명이 쓰는 서비스의 인터페이스와 응답 방식이 바뀔 경우, 같은 명령에 다른 답을 내놓는 상황에서 불편을 최소화하려면 단계적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셋째는 하드웨어 제약이다. 제미나이 기반 음성 비서를 전면 배치하려면, 서버 측 연산과 더불어 구형 안드로이드 단말에서도 지연 없이 동작해야 한다. 다수 중저가 기기와 차량용 안드로이드 오토 시스템은 메모리와 처리 성능이 제한적이어서, 모델 경량화와 캐시 전략, 네트워크 품질에 따른 응답 관리 등 최적화 작업이 필요하다. 일부 외신은 이런 요인을 감안할 때 완전 전환 시점이 이르면 내년 3월 전후가 될 수 있다고 점쳤지만, 실제 일정은 구체적인 기능 안정화 수준에 따라 변동 여지가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변화는 적지 않다. 구글은 장기적으로 구글 어시스턴트를 축소하고 제미나이로 일원화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에, 전환 이후에는 “헤이 구글” 호출 구문은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응답 주체가 제미나이로 바뀐다. 화면 하단에 나타나는 인터페이스 역시 기존 어시스턴트 로고 대신 제미나이 특유의 푸른색 빛 애니메이션이 표시되는 등 시각적 경험이 달라진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존에 설정해 둔 음성 명령 단축어, 스마트홈 자동화 시나리오 등이 일부 재설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iOS 사용자도 영향을 받는다. 아이폰에 별도 앱 형태로 제공되던 구글 어시스턴트는 내년 중 서비스 종료가 예고된 상태다. 제미나이 앱은 iOS에서 알람과 타이머 설정, 앱 실행, 문자 전송, 전화 걸기 등 시스템 작업에 직접 접근하지 못해, 현재로서는 검색과 정보 질의, 대화형 생산성 기능 중심으로만 쓸 수 있다. iOS 플랫폼 보안 구조와 권한 정책 제약이 제미나이의 ‘폰 조작’ 기능을 제한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안드로이드와 iOS 간 음성 비서 경험 격차가 당분간 더 벌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글로벌 AI 경쟁 구도에서도 구글의 전략은 주목받는다. 애플은 최근 자사 기기용으로 애플 인텔리전스를 도입하면서 시리와의 통합을 예고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는 코파일럿과 챗GPT를 PC와 모바일 환경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상 기기에서의 음성 비서 전환은 단순 채팅봇 탑재와 달리, 시스템 설정 변경, 여러 서드파티 서비스 연동, 개인정보 처리 방식 조정까지 수반돼 난도가 높다. 구글이 일정을 늦추면서까지 전환 품질을 우선하는 전략을 택한 배경으로 이런 기술적·정책적 복합 요소가 꼽힌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2016년 10월 오리지널 픽셀폰 전용 앱으로 등장한 뒤, 빠르게 안드로이드 전반의 기본 기능으로 확대됐다. 시리가 아이폰 4s에 도입된 지 5년 뒤였다. 이후 다양한 기기와 언어·서비스를 지원하며 생태계를 넓혔지만, 거대언어모델 기반 대화형 AI 등장으로 역할 재정의가 불가피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미나이 기반 음성 비서가 알람과 스마트홈, 내비게이션 등 생활 밀착형 기능에서 어느 수준의 안정성을 확보하느냐가 상용 전환 시점을 가를 것”이라며 “모바일과 차량, 웨어러블 전반에서 AI 인터페이스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산업 전반의 사용자 경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산업계는 구글이 제미나이 전환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실제 기기에서의 안정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술의 진화 속도 못지않게, 사용자가 체감하는 신뢰와 편의성이 음성 비서 패러다임 전환의 성패를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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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제미나이3#구글어시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