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ADC 기술이전 3조 기록”…에임드바이오, 코스닥 IPO 흥행으로 바이오 투자심리 되살리나

강민혁 기자
입력

항체에 항암제를 결합해 표적 암세포만 정밀하게 공격하는 ADC 기술이 바이오 투자 환경의 온도를 바꾸고 있다. 에임드바이오가 이 기술을 앞세워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며, 초대형 기술이전 실적과 기록적 청약 흥행을 동시에 확보해 주목받고 있다. 공모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확보한 높은 청약 경쟁률은 국내 항체·단백질 기반 신약개발 기업에 대한 투자 선호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장이 ADC 경쟁 구도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에임드바이오는 25일 코스닥 상장을 위한 일반 청약에서 최종 경쟁률 1736.8대 1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일반투자자 청약에는 약 43만8000건의 청약이 접수됐고, 청약 증거금은 약 15조3552억원이 모였다. 올해 코스닥에 상장한 공모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의 증거금이다. 공모가도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결과 희망 공모가 밴드 최상단인 1만1000원으로 확정됐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의 장기 보유 의사도 확인됐다. 회사 측에 따르면 전체 물량 기준 확약 비율은 80.2%이며, 이 가운데 3개월 이상 장기 확약 비중이 절반을 상회했다. 단기 차익보다는 파이프라인의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보고 참여한 기관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에임드바이오의 청약 흥행 배경에는 ADC 플랫폼 경쟁력이 자리한다. ADC는 항체와 세포독성 약물을 화학적으로 연결해 암세포 표적성을 높이는 기술로, 기존 항암제 대비 부작용을 줄이고 효능을 높일 수 있어 차세대 항암 분야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항체가 암세포만 찾아가고, 연결된 독성 약물이 그 내부에서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최근 글로벌 빅파마들이 ADC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수조원대 인수와 기술이전에 나서면서 시장 열기가 커졌다.

 

에임드바이오는 자체 개발한 ADC 후보물질로 이미 대형 글로벌 제약사와의 거래를 성사시키며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미국 바이오헤이븐과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을 대상으로 ADC 후보물질의 초대형 기술이전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계약 구조에는 선급금과 마일스톤, 상업화 단계 로열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총 계약 규모 기준으로 글로벌 상위권에 해당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기업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에임드바이오는 혈액제제 기업 SK플라즈마와 핵심 파이프라인 공동개발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치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추진하는 ADC 툴박스 프로그램의 공동개발 파트너로 참여해 생산 공정 최적화와 상업 생산 연계를 모색 중이다. 비상장 기업 신분에서만 이미 3조원을 넘는 기술이전 및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 점이 이번 IPO 과정에서 핵심 투자 포인트로 작용했다.

 

ADC 시장은 글로벌 제약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여러 개의 ADC 항암제가 승인돼 사용 중이며, 다수 파이프라인이 후기 임상 단계에 진입해 있다. 글로벌 빅파마는 파이프라인 확대를 위해 바이오텍 인수와 기술이전을 병행하며 외부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에임드바이오를 포함해 일부 바이오기업이 글로벌 제휴를 통해 기술 수출에 나서고 있어, 해외 선도 기업과의 격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규제 측면에서 ADC는 기존 항암제와 동일하게 각국 규제당국의 임상시험 심사와 허가 절차를 거친다. 다만 항체와 약물을 결합한 복합 구조인 만큼 제조 공정 관리와 품질 일관성 확보가 상용화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 때문에 위탁생산 파트너와의 협업 구조, 공정 밸리데이션 데이터 등이 향후 기술수출 추가 확대와 허가 심사 과정에서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전망이다.

 

국내 공모 시장에서는 대형 바이오 IPO 성패가 향후 자금 조달 여건과 직결되는 만큼, 에임드바이오의 상장 이후 주가 흐름에도 시선이 쏠려 있다. 상장 직후 기술료 유입과 임상 진척 상황에 따라 기업가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계약 구조와 실제 매출 인식 시점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ADC 분야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지만, 기술 검증과 임상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에임드바이오의 코스닥 입성이 국내 ADC 기술력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며 플랫폼의 확장성과 실제 상업화 속도가 바이오 투자심리 회복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에임드바이오가 확보한 기술이 대규모 기술이전 성과를 넘어 실제 치료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강민혁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에임드바이오#바이오헤이븐#베링거인겔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