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시술 드러낸 주사이모 논란…의협, 제재 촉구 파장 커져
무면허 주사 시술과 전문의약품 무단 사용 의혹이 연예인 이슈를 넘어 국내 의료 안전망 취약성을 드러내는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른바 박나래 주사이모 사건이 단순 일탈이 아니라 의료법과 약사법, 마약류 관리 체계 전반의 허점을 노출한 사례로 보고 있다. 의협은 정부에 강력한 제재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단속과 고발을 강화하지 않으면 향후 디지털 헬스와 비대면 진료 확산 과정에서도 유사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의료 규제의 디지털 전환 이전에 기본 안전망을 재정비할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11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박나래씨에게 수액·주사 시술과 약 처방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주사이모 사건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이날 정부에 공문을 보내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제도적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국내 의사 면허가 없는 인물이 반복적으로 주사와 수액을 시술하고, 처방전 수집과 대리 처방, 전문의약품 확보 등에 관여했다는 의혹이다.

의협 설명에 따르면 박나래씨는 국내 의사 면허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이모씨로부터 여러 차례 수액과 주사시술, 약 처방 등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우울증 치료제에 해당하는 항우울제를 의사의 정식 처방 없이 복용했으며, 이씨가 해외 촬영에도 동행해 의료 관련 지원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돼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 의료인처럼 활동하는 비의료인이 연예계나 체육계 등을 중심으로 형성한 비공식 네트워크가 퍼져 나갈 경우, 의료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와 피해 구제가 매우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 의료법은 무면허자의 의료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약사법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도 전문의약품과 향정신성의약품 취급을 의료기관과 약국 중심의 통제 체계 안에 두고 있다. 특히 항우울제와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은 중독 가능성과 부작용 위험 때문에, 진단과 처방, 투약 이력이 모두 의료정보 시스템 안에서 관리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의료인이 주사 시술과 약품 취급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제도권 밖에서 유통·투약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나온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비의료인의 반복적인 시술과 약품 확보 의혹에 주목했다. 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비의료인의 주사·수액 시술, 처방전 수집과 대리 처방, 의약품 사재기 같은 중대한 불법 행위가 끊이지 않는 것은 국민 안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특정 연예인에 한정된 이슈가 아니라, 의료기관 내 전자의무기록과 약품 관리 시스템 밖에서 형성된 비공식 의료 공급망의 존재를 드러낸 사례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국내외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원격의료 플랫폼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런 비공식 네트워크를 제도권 안으로 포섭하고 불법 시술을 차단할 데이터 기반 감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의료정보 전산화와 의약품 유통 추적 시스템이 고도화되더라도, 의료인의 계정 대여나 처방전 위장 발급 같은 편법이 결합할 경우 비의료인의 시술과 약품 유통이 여전히 가능할 수 있어서다. 의료계에서는 처방·조제 이력을 실시간 분석해 이상 패턴을 추적하는 데이터 분석 기술과 더불어, 위반 시 강력한 행정·형사 제재가 병행돼야 억제 효과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의협은 주사이모 사건과 별개로,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을 둘러싼 법적 공방에도 나선다. 의협은 12일 오전 대검찰청에 윤석열 전 대통령, 조규홍 전 보건복지부 장관, 박민수 전 복지부 차관, 이관섭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장상윤 전 대통령실 사회수석 등 5명을 형사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발 대상자는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주도한 책임자로 지목됐다.
앞서 감사원은 의대 증원 정책 감사 결과에서 의사 부족 규모 산정 과정과 의사단체와의 협의 절차, 정책 추진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이 미흡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의협은 이를 근거로 정부가 충분한 데이터 검증과 의료계 의견 수렴 없이 의대 증원을 밀어붙였다고 보고,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와 첨단 바이오 인력 수급 논의도 신뢰 회복 없이는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의사 공급 확대 논쟁과 별개로, 무면허 의료행위와 불법 약품 유통을 차단하는 기본 규제 인프라를 먼저 공고히 하지 않으면 의료 혁신 정책 전반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주사이모 사건을 계기로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 수위 상향과 반복 위반자에 대한 영업 행위 전면 차단 조치 등 보다 강도 높은 대책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연예·스포츠·인플루언서 산업 전반에서 비공식 의료 지원을 묵인하는 관행에 대한 자정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주사이모 논란을 계기로 불법 의료를 기술적으로 감지하고 법적으로 제어하는 새로운 규제 체계가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