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민의힘 17개 시도당에 통일교 후원금”…한학자 총재 지시, 특검 조직적 쪼개기 기부 적시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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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와 통일교 사이의 정교유착 의혹을 둘러싼 특검 수사가 새로운 갈등 축으로 부상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가 20대 대선 시기 국민의힘 전국 17개 시도당에 조직적으로 후원금을 건넸다고 결론 내리면서 정치권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선을 기점으로 교단 주요 인사가 자금 동원을 지시했으며, 김건희 여사 청탁 정황까지 적시된 공소장 내용이 공개됐다.

 

18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한학자 통일교 총재 등 관련 공소장에 따르면, 특검팀은 2022년 3월부터 4월 사이 통일교가 산하 5개 지구장을 통해 국민의힘 17개 시도당협의회 위원장들에게 쪼개기 방식의 후원금을 지급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팀은 세계본부장 윤모 씨가 '선교지원비' 명목으로 2억1000만원을 하달하고, 지구장들이 자신이나 교단 신도 명의로 후원금을 분산해 총 1억44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자금은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와 교단 현안 청탁을 염두에 둔 조직적 자금 동원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특검은 밝혔다.

특검팀은 "한학자 총재가 직접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라고 교단 수뇌부에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윤 본부장이 이 같은 방안을 각 지구장들과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이후 한 총재와 정씨(비서실장)에게 재차 보고해 승인받는 등 교단 수직적 의사 결정 구조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특검은 2022년 11월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통일교에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관련 특정 후보를 위해 조직적 입당을 요청했고, 통일교가 재정과 조직을 동원해 윤석열 대통령 및 주변 정치인들에게 추가 지원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 총재 등이 신도들에게 국민의힘 입당을 강제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나 정당법 위반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통일교의 자금 비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특검팀은 2022년 7월 교단 자금으로 고가 목걸이와 명품 가방을 구입해 김건희 여사 측에 전달하고 현안 청탁을 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공소장에 포함시켰다. 이밖에 한 총재와 측근들은 5억여원의 교단 재원을 사적으로 귀금속 등 고가 장신구 구입에 쓴 업무상 횡령 혐의도 받고 있다. 특검은 천승기금 등 신도 헌금을 현금으로 인출해 한 총재 및 정씨 등이 개인 용도, 혹은 주요 행사 비용으로 임의 집행한 점도 적시했다.

 

아울러, 이씨가 국회 목회자 명단을 허위로 꾸며 지출 결의서를 작성, 약 9억원을 조성해 정씨에게 전달했고 이 자금 역시 사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은 이 결과, 통일교 수뇌부가 교단 재원을 조직적으로 횡령하고, 각종 대외 협력 명목 뒤에 사실상 개인 치부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 측은 특검의 이번 공소장 내용에 선을 그으면서 "당과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특검 수사로 일단 드러난 진상을 국정조사와 추가 수사로 반드시 밝혀야 한다"며 공세를 높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선 전후 통일교 금품 지원과 교단 수뇌부의 청탁 행위가 드러나면서 대국민 신뢰도와 여권 차기 지도부 선거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특검은 자금 경로 및 쪼개기 후원 등 위법성 추가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여야는 특검 수사 결과와 후속 조치, 국회 국정조사 필요성 등을 놓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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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학자#윤석열#통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