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정보 새나갔는데도 국회엔 불참”…김범석쿠팡의장, 청문회 또 불출석 논란
고객 계정 약 3370만 개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와 관련해 국회 청문회가 예정된 가운데, 김범석 쿠팡 의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또다시 불출석 입장을 밝히며 책임 회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 국민 상당수의 정보가 새어 나간 사건임에도 국회와 시민사회가 요구해 온 ‘책임 있는 설명’ 자리가 비어 있는 셈이다.
14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김 의장과 박대준 전 대표, 강한승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이달 17일 열리는 쿠팡 청문회에 김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출석을 요구해 왔다.

앞서 과방위는 이번 청문회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의 경위와 당시 대응, 경영진의 책임 소재, 내부 보안 관리 실태, 수사 진행 상황, 정부의 제도 개선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핵심 책임 당사자로 지목되는 김 의장 등 주요 경영진이 빠지면서 청문회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 의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해외 체류 등을 사유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아 왔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국회 출석을 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중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해외 체류 등을 이유로 국내 책임에서 비켜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쿠팡 측의 인사 조치도 사실상 청문회 불출석 의사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김 의장은 최근 박 전 대표를 사실상 경질하고, 한국에서 근무한 이력이 없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Inc 최고관리책임자(CAO) 겸 법무 총괄을 임시 대표로 선임했다. 정치권에서는 로저스 신임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국회와 여론의 공세를 완화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이 있다.
논란의 발단이 된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지난달 29일 쿠팡 공지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쿠팡은 고객 계정 약 3370만 개에서 이름, e메일, 전화번호, 주소 등이 외부로 유출됐다고 공지했다. 국내 성인 인구를 감안하면 “성인 4명 중 3명 수준, 사실상 전 국민의 정보가 새어 나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과방위는 이번 청문회에서 로저스 임시 대표 등을 상대로 구체적인 유출 경위를 따질 계획이다. 특히 어떤 경로와 관리 체계의 허점을 통해 수천만 건의 개인정보가 한꺼번에 외부로 빠져나갔는지, 사고 인지 이후 고객 통지와 피해 최소화 조치가 적정했는지를 집중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수사 상황도 주요 쟁점이다. 경찰은 최근 전직 중국인 직원을 이번 사건의 피의자로 특정하고 쿠팡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기관은 디지털 포렌식과 서버 로그 분석 등을 통해 실제 유출 규모와 경로, 공모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한 기업의 보안 사고를 넘어, 대형 플랫폼 기업의 개인정보 관리 구조 전반을 점검해야 할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규모 고객 정보를 보유한 기업이면서도 보안 인력·투자, 내부 통제 장치가 얼마나 갖춰져 있는지, 사고 발생 시 책임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역시 쿠팡 청문회를 계기로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제도 개선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과방위는 플랫폼 기업의 과징금 상향,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경영진 직접 책임 규정 강화 등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는 “대규모 유출 사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기업과 경영진이 체감하는 책임과 처벌 수위는 여전히 낮다”며 강력한 제재를 촉구하고 있다.
김범석 의장을 포함한 핵심 경영진의 불출석으로 청문회가 어디까지 실질적인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에 이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수천만 명의 피해자들은 보상 범위와 방식조차 명확히 안내받지 못한 상태에서, 수사와 제도 개선 논의의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개인정보 보호 체계의 구조적 문제와 경영 책임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