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글로벌 시총 1,400억달러 증발…비트코인, 블랙록 거래소 이체에 매도 우려 부각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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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변동성이 재차 확대되면서 투자자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수 시간 만에 시가총액이 1,400억달러씩 증발하는 날이 반복되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수억달러 규모 비트코인을 거래소로 옮기면서 추가 매도 압력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레버리지 청산, 기관 자금 유출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하며, 향후 정책 이벤트에 따라 디지털 자산 가격 경로가 갈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5일 현지 보도에 따르면 블랙록은 대표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인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에서 이달 들어 20억달러 이상 자금이 빠져나간 가운데 4,471 BTC를 코인베이스 프라임으로 이체했다. 시세 기준 수억달러에 해당하는 물량이 거래소로 유입된 만큼, 시장에서는 필요한 경우 즉시 매도할 수 있는 포지션을 취했다는 관측과, 유동성 경색에 대비한 방어적 조정이라는 해석이 동시에 나온다.

미 연준 12월 금리 인하 기대 확산 속 비트코인 반등 가능성 주목
미 연준 12월 금리 인하 기대 확산 속 비트코인 반등 가능성 주목

이 움직임은 미국 생산자물가지수 발표 직전에 이뤄졌다.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 상황에서, 블랙록이 선제적으로 유동성 관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같은 시기 비트코인 가격은 단기간에 약 22% 하락해 10만달러선 근처에서 지지선을 시험했고, 투자 심리는 급격히 위축됐다. 온체인 데이터 제공업계는 단기 거래자뿐 아니라 장기 보유자들까지 신규 매수 대신 관망세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가격 조정은 시장 전반 시가총액에도 즉각 반영됐다. 11월 중순 미국 시간 기준으로 12일 오후 2시부터 7시 사이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3조5,400억달러에서 3조4,000억달러로 줄며 5시간 만에 1,400억달러 규모가 증발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은 10월 고점 대비 약 17% 밀리며 주요 지지 구간을 재차 확인하는 흐름을 보였고, 이더리움과 주요 알트코인들 역시 동반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연방정부 셧다운 이후 핵심 경제지표 발표가 지연되는 가운데 연준이 서둘러 인하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회피 심리가 강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술적 지표도 경고음을 내고 있다. 11월 16일에는 주간 슈퍼트렌드 지표에서 2021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비트코인에 매도 신호가 포착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유사 신호 이후에는 테라 루나 붕괴와 대형 거래소 파산이 겹치며 장기 하락장이 전개된 기억이 남아 있다. 일부 기술 분석가는 이번에도 현재 가격대에서 추가로 60~70% 조정이 발생할 수 있는 잠재 경로를 열어두고 있다. 레버리지 포지션 강제 청산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경우 3만달러대 후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경고가 나온다.

 

시장 구조 측면에서는 트레저리 기업들의 동향이 새로운 변수로 부각된다. 11월 중순 코인뷰로 분석에 따르면 디지털자산을 대량 보유한 트레저리 기업들이 순매도 국면으로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XRP에 대한 잠재 매도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일부 기업은 이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매도해 자사주 매입이나 전환사채 상환 재원으로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전체 트레저리 보유 비트코인은 약 400만개, 이더리움은 610만개 수준으로 추정된다. 수천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이 물량이 어느 속도로 시장에 출회되느냐에 따라 단기 조정이 제한적 숨 고르기에서 그칠지, 변동성 파동으로 번질지가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된다.

 

다만 모든 신호가 일방적인 하락만을 가리키는 상황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미국 내 현물 비트코인 ETF 운용자산은 이미 1,370억달러를 넘긴 상태이며, ETF 분석가들은 대규모 자금 유출 국면에서도 투자자 약 97%가 여전히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아크인베스트 캐시 우드는 최근 유동성 압박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규정하며 수주 내 반전을 예상했고, 일부 월가 전략가들은 비트코인이 계절적 가을 조정 구간에 들어섰을 뿐 장기 상승 사이클은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이자 디지털 골드로서의 내러티브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가격 조정이 중앙은행 통화정책과 실물경제 불확실성, 기술 패러다임 변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연준의 긴축 기조와 인공지능 산업 자본 지출 부담, 양자컴퓨팅 확산에 따른 암호 보안 논쟁까지 전 지구적 리스크 요인이 가상자산 시장을 실험장 삼아 시험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 참여자에 따라 대규모 자금 이동과 기술적 매도 신호를 과열을 덜어내는 정화 과정으로 볼지, 새로운 하락장의 전조로 인식할지에 대한 시각차도 뚜렷하다.

 

향후 비트코인이 수개월간 10만달러선을 어떻게 방어하거나 돌파하는지가 디지털 자산의 신뢰 회복 여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분간 시장의 관심은 연준의 금리 결정과 미국 경제지표 흐름, 그리고 기관투자가 움직임이 가격 변동성과 투자 심리에 어떤 방향성을 제시할지에 집중될 전망이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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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블랙록#코인베이스프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