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제, 오픈AI 의존 줄인다”…MS·엔비디아, 앤스로픽에 150억달러 투자로 경쟁 구도 재편 전망
현지시각 기준 18일, 미국(USA)에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MS)와 엔비디아(Nvidia)가 오픈AI(OpenAI)의 경쟁사인 앤스로픽(Anthropic)에 총 150억달러를 투자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이번 조치는 그간 ‘챗GPT’를 앞세워 시장을 주도해온 오픈AI 중심 구도를 흔들며, AI 생태계 전반에 직접적인 파장을 낳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18일 MS는 앤스로픽, 엔비디아와의 3각 전략 협력을 공식화하며 앤스로픽에 대한 신규 투자를 포함한 방안을 제시했다. 엔비디아도 여기에 동참해 두 회사가 총 150억달러(약 22조원)를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앤스로픽은 2021년 오픈AI 출신 인력들이 설립한 기업으로, 지금까지 구글(Google)과 아마존(Amazon)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해온 주요 AI 신흥 강자다.

영국(UK)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19일 “오픈AI는 그동안 AI 시장에서 ‘넘어서야 할 존재’였지만, 최근 들어 그 지배력이 위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오픈AI를 후원해온 MS와 엔비디아가 라이벌인 앤스로픽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점을 들어 AI 생태계 내 힘의 균형이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 업계에서도 이번 파트너십을 AI 의존 구조 변화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금융투자회사 D.A.데이비슨(D.A. Davidson)의 길 루리아 분석가는 로이터통신에 “AI 경제가 오픈AI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것이 이번 협력의 핵심 요소”라고 짚었다. MS가 오픈AI에 이어 앤스로픽과도 협력 저변을 넓히면서, 특정 단일 기업에 대한 기술·사업 의존을 완화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튼 셈이다.
동시에 AI 빅테크 간 경쟁도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MS·엔비디아·앤스로픽의 제휴 발표와 같은 날인 18일, 구글은 차세대 AI 모델 ‘제미나이3(Gemini 3)’를 공개하며 오픈AI의 ‘챗GPT(ChatGPT)’에 정면 도전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구글 AI 챗봇 ‘제미나이’의 월간 이용자 수는 평균 6억5천만명 수준으로, 오픈AI가 밝힌 주간 8억명 이용자를 보유한 ‘챗GPT’에 아직 못 미친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제미나이가 엔비디아 칩 대신 구글 자체 칩을 활용해 훈련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구글이 중장기적으로 비용 측면에서 상당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제미나이3 공개 다음 날 구글 모회사 알파벳(Alphabet)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도 이런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 매체는 투자자들이 “구글이 오픈AI를 추격해 시장 지배 구조를 흔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오픈AI를 축으로 얽힌 대규모 투자와 수요가 서로를 끌어올리는 이른바 ‘순환 거래’ 구조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발표된 엔비디아와 오픈AI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당시 협력 구상에서 엔비디아는 오픈AI에 최대 1천억달러를 투자하고, 오픈AI는 엔비디아의 AI 칩을 수백만 개 구매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투자와 구매가 서로를 조건으로 하는 구조다.
오픈AI는 또 오라클(Oracle)로부터 향후 5년간 3천억달러 규모의 컴퓨팅 파워를 도입하기로 약정했다. 미국(USA)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 WSJ)은 오픈AI가 이러한 대규모 구매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 또 엔비디아가 실제로 1천억달러를 전부 투자하지 않아도 약정이 이행될 수 있는지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코नो미스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픈AI를 중심으로 한 이런 순환 거래 구조가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투자자들이 겁을 먹고 있다”고 전했다.
D.A.데이비슨의 루리아 분석가는 특히 엔비디아와 오픈AI의 전략적 제휴와 같은 초대형 파트너십이 발표된 지난해 9월을, 올해 들어 기술주 매도세가 본격화된 시점의 출발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AI를 둘러싼 투자 열기가 정점에 달한 뒤 거품 우려가 증폭되면서, 관련주 전반에 조정 압력이 커졌다는 해석이다.
AI 과열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엔비디아는 실적 발표를 통해 시장의 우려에 정면 대응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19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AI 거품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우리 관점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 보인다”고 말하며 거품론을 일축했다. 엔비디아는 올해 회계연도 3분기(8∼10월)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570억1천만달러(약 83조4천억원)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록적인 실적에도 시장의 시각은 엇갈린다. 엔비디아가 오픈AI와 앤스로픽 등 주요 고객사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이들 기업이 다시 투자받은 자금으로 엔비디아 칩을 대량 구매하는 순환 구조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초기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국면에서, 이러한 상호 의존형 구조가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싱가포르(Singapore) 기반 리서치업체 서밋인사이트(Summit Insight)의 킹가이 챈 분석가는 “엔비디아의 실적과 전망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투자자들은 고객사들의 자본 지출 증가가 얼마나 지속될지와 AI 분야에서 나타나는 순환 거래 구조에 대해 계속 우려를 가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단기 성과와 별개로, AI 인프라 투자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투자 회수 속도와 수익성에 대한 질문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MS·엔비디아·앤스로픽 제휴와 구글 제미나이3 출시는 오픈AI 독주 체제에 균열을 내는 동시에, AI 패권을 둘러싼 다극 구도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칩, 클라우드 인프라, 초거대 모델 개발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각국 규제와 투자자 심리 변화가 향후 AI 산업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국제사회와 글로벌 자본시장은 AI 거품 논란 속에서 이번 투자와 파트너십이 실제 수익과 혁신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